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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근무하던 부서는 야근이 잦았다. 프로젝트 단위로 담당이 지정되었기 때문에, 호흡이 긴 업무가 대부분이었고, 정해진 보고 기한을 맞추기 위해 야근은 거의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긴 근무시간으로 직원들의 불만은 쌓여갔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겨우 수요일만은 정시 퇴근을 하자.’는 캠페인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는데,

 

 첫째, 관리자들이 정시 퇴근의 필요성을 피부로 잘 느끼지 못했고,

 둘째, 야근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 해결을 배제한 미봉책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아내의 회사도 야근이 많다.

 

 이 회사는 한 술 더 떠, 오후 8시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진다고 했다. 심야까지 이어지는 만성적 야근을 방지하기 위해 내놓은 궁여지책인데, 문제는 다른 데에 있었다.

 

 오빠, 팀장들이 아예 정시 퇴근 시간을 8시로 생각하고 그 전에 하는 일은 야근이라고 치지도 않아.

 

 야근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통상 ‘일이 많아서’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이 없는데 상사 눈치 때문에 퇴근을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물론 어쩌다 갑자기 워크로드가 걸리거나 긴급하게 수습해야 하는 경우에는 야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팀에 사고가 터졌는데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맞추는 게 프로 직장인이라며 나 몰라라 퇴근하는 것은 얌체 같은 행동에 가까우니까.

 

 하지만, 야근이 조직 내에 만성화되어 있다면, 이 것은 큰 문제다. 이는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 또는 인사 정책의 문제인데, 아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문제는 대략 이러했다.

 

 

 첫째, 관리자의 수가 쓸데없이 많았다.

 

 아내의 팀은 인원이 총 일곱 명인데, 그중 관리자가 세 명이다. 팀장 아래 두 개의 파트가 속해 있고, 각각의 파트에 두 명의 팀원을 거느린 파트장이 있는 구조다. 한창 실무를 해야 할 사람이 절실한 조직에 절반 가까운 인원이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인당 할당되는 업무량이 늘어났다. 하지만 팀이 담당하는 매출 규모가 크지 않아 인력 충원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둘째, 업무가 시스템화 되어 있지 않아 손이 많이 갔다.

 

 대기업이라 불리는 회사임에도 아직까지 전자결재시스템이 없어 모든 자료를 서류로 보관하고 대부분 대면 보고로 의사결정을 진행한다. 회사 좀 다녀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면 보고는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틀린 숫자는 없는지, 폰트와 서식은 정확하게 쓰였는지 여러 번 확인해야 하며, 특히 예쁜 장표와 두꺼운 백데이터를 선호하는 관리자를 모시는 경우, 자료는 담당들의 시간과 정력을 쪽쪽 빨아먹고 탄생한다.

 

 내가 몸담았던 조직에서의 야근의 원인도 대부분 여기서 기인했다. 컨설턴트 스타일의 보고서가 유행처럼 번졌고, 내용에 비해 스타일과 보고서 흐름이 필요 이상으로 중요해졌다. 피보고자의 눈에 ‘한눈에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보고서의 수정 버전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속에 켜켜이 쌓여 늘어만 갔고, 그럴수록 밤공기를 마시며 퇴근하는 일은 더 잦아졌다.

 

 보고서 이슈는 간단하지 않다. 합리적인 중간 관리자가 ‘쓸데없이 피곤한 자료 작성’에 대한 문제점을 느끼더라도 그 위에 상사가 허용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Chief 레벨 이상의 임원이 나서서 조직문화를 개선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셋째, 제대로 된 업무 분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각 조직은 기대되는 회사 내의 역할이 있다. 상품개발팀은 신상품을 개발하고, 영업팀은 물건을 유통시키고 판매를 촉진한다. 하지만, 각 팀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 팀의 예산도 관리해야 하고, 근태 관리나 소모품을 조달하는 등 팀을 유지하기 위한 기능도 적절히 수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팀 업무에 대응하기 위해 채용 목적에 따라 인력이 채용/배치되고, 같은 직무 안에서도 연차나 커리어에, 업무의 난이도에 따라 역할이 분화한다.

 

 아내는 사무실에 고졸이나 초대졸 사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통상 ‘전문직’이나 ‘전임직’ 사원들이 수행하는 전표처리와 회계마감 등의 업무들도 모두 일반 사무직들이 처리한다고 했다.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예산 관리와 결산은 정확도와 함께 꽤 긴 시간의 투입을 요구한다. 또한 기한을 엄수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전담 직원을 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문제는 이 업무가 팀 운영에 필수적인 일이나, 팀 업무성과를 돋보이게 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상당 수의 관리자들은 이 업무에 대해 크게 개입하지 않고, 개선하려는 의지도 없는데, 낮에는 고유의 업무를 하던 직원들이 밤에 시간을 쪼개서 희생하여도, “원래 다 이렇게 했는데 뭐.”라며 치부해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조직의 문제점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해온 공채 출신 관리자가 이런 면에서는 훨씬 더 위험하다.

 

 

 다행히 내가 지금 근무하는 팀은 야근이 거의 없다.

 

 덕분에 요즘은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저녁에는 수영도 배우고, 책도 읽고, 가끔 동네 도서관에서 여는 저녁 문화 강좌에도 참석한다. 야근이 없어지자 삶의 질이 월등히 향상된 셈이다.

 

 여덟 시보다 더 늦은 강습 시간은 없나요?

 

 처음 수영 강습에 등록할 때, 여덟 시가 마지막 강습 타임이라는 직원의 말에 나는 되물었다. 여섯 시에 정시 퇴근을 한다고 해도 집에 오면 일곱 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수영복을 챙겨 나오면 여덟 시에 시작하는 강습에 맞춰 오기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녁 여덟 시는 우리나라 성인들이 주 중에 할 수 있는 문화생활의 마지노선이었다.

 

 하루는 약간의 잔업을 하고, 여섯 시 반에 사무실에서 나왔다. 허둥지둥 지하철을 타고, 빠른 걸음으로 집에 들어와 간단히 빵 한 조각을 먹고 수영 가방을 들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나름 지하철도 바로바로 타고 가쁘게 움직였지만 결국 강습 시간에 10분 정도 늦었다. 그만큼 퇴근 후 여가 활동을 즐기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바꿔 말하면, 아직도 여덟 시 정도에 퇴근하고 회식도 잦은 내 회사 동료들은 주 중에 회사에 모든 시간을 투자하는 것 말고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여섯 시에 정시 퇴근을 하고, 집에 일곱 시에 들어오면, 열한 시에 잠들기 전까지 대략 네 시간의 여가 시간이 주어진다. 일곱 시에 퇴근하면, 여덟 시에 귀가하여, 여가 시간은 세 시간으로 줄어든다. 단 한 시간 야근으로 나는 정규 업무 시간에서 고작 12% 초과 근무한 셈이지만, 나의 소중한 퇴근 후 자유시간은 무려 25%나 감소한다. 

 

 열심히 일하고, 정시에 퇴근하자. 낮이 긴 여름날, 당산철교 위에서 지지 않은 해를 바라보면 만원 지하철 안에서도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정시에 퇴근하자. 개운하게 운동하고 들어와 TV를 켜면 아직도 9시 뉴스가 한창이다. 정말 행복하다.

 

 세상의 모든 경영자들과 관리자들이여, 여러분이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쉽고도 좋은 방법은 바로 당신 부하직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허락하도록 조금 더 고민하는 것이다. 여러분의 부하직원은 곧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고, 그들의 높은 행복 지수와 삶의 질은 곧 행복한 사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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