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정보통신회사의 전략기획팀 허달근 과장. 어느날 헤드헌터로부터 전화를 받습니다. “국내 최고 포털회사의 전략팀 차장 자리가 나왔습니다. 허과장님께서 현재 받는 연봉에 2천만원을 더해 내년 부장 승진 조건입니다.”
인사적체가 심해 내년에 차장 승진이 간당간당한 허달근 과장에게는 말 그대로 귀가 쫀득쫀득해지는 제안이었습니다. 결국 고심 끝에 면접에 응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면접관을 만나보고 알게 된 실제 조건은 헤드헌터가 제시한 조건과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차장 자리가 아니라 과장 자리였고, 연봉도 현재 받는 연봉과 큰 차이가 없었으며, 무엇보다 ‘국내 최고 포털회사’가 아니라 그 회사가 지분을 투자해서 만든 직원수 50명 규모의 계열사였습니다.
결국 허과장은 이직을 포기했지만, 이미 헤드헌터가 몇몇 회사 동료들에게 근무평판을 물어봤고 직원들도 수군대는 눈치입니다.
헤드헌터란 어떤 사냥꾼일까?
불황에 활기를 띄는 직업이 헤드헌팅입니다.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회사는 곧바로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고, 개인들도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의 일자리로 이직하고자 하기 때문이지요.
일반적으로 헤드헌터는 채용 시장의 흐름을 상당부분 꿰뚫고 있지요. 당장 이직을 하지 않더라도 이직을 하고픈 산업군이 있다면 헤드헌터를 통해 그에 맞는 자리가 채용시장에 나왔을 때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헤드헌팅업체 규모는 커졌습니다. 상대적으로 자본금도 적게 들고 특별한 자격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영업 형태의 헤드헌터 역시 늘어나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업계의 경쟁이 몹시 치열해졌습니다.
채용조건을 부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중소 헤드헌팅업체들이 채용조건을 부풀리는 사례를 있습니다. 이는 몇 해 전에 도입된 ‘인센티브제’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헤드헌터가 구해온 이직 희망자들이 이직에 성공할 경우 과거에는 해당자 연봉의 20% 가량을 일시불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인센티브제에 따르면 추천 대상자가 최종 3배수에만 들어도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헤드헌터들은 대상자를 면접장까지 끌어들이기 위해 연봉, 직위 등 채용조건을 실제보다 부풀려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심해야 할 헤드헌팅은 이런 사람
헤드헌팅업체에서 연락이 온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경력을 시장에서 인정한다는 의미이지요. 하지만 다음의 경우에는 일단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헤드헌팅업계는 사람을 구하는 기업이나 기관에서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일자리를 구하는 구직자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요. 원하는 일자리를 가진 회사에 입사지원을 하기 위해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말하는 헤드헌터가 있으면 사기꾼이죠.
둘째, 이력서를 직접 전달하지 않았거나 회사를 옮길 의사를 스스로 밝히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헤드헌팅업체에서 연락이 온다면 일단 조심해야 합니다. 동문회 회원 목록, 학회 참석자 명단 등을 통해 무작위로 연락했을 가능성이 크죠.
셋째, 상식 이상의 높은 조건을 채용조건으로 제시한다면 일단 조심해야 합니다. 회사를 옮기더라도 직위는 한 계단, 연봉은 5백만원에서 1천만원 인상 정도가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지요.
넷째, 헤드헌팅업체가 제대로 된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갖췄는지, 홈페이지에 헤드헌터의 경력이 공개되어 있는지, 해당 업종에 대한 일정정도의 지식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헤드헌팅업체 사무실에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노력이 필요하지요. 발바닥에 땀이 나는 만큼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만고의 진리를 일자리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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