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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반에서 1~2명씩 스마트폰이라는 걸 사기 시작했다. 나는 스마트폰을 크게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기존의 2G 폰도 인터넷은 됐다. 비싸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을 뿐. 스마트폰은 거기서 화면만 넓힌 것이라 생각했다. 데이터도 고작 3G였던 시대였고. 어린 시절의 나는 '왜 굳이 스마트폰을? PC를 쓰면 되잖아. 없어도 될 게 생겨서 괜히 비싼 돈을 주고 파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기술은 계속 진화했으며, 스마트폰에 어울리는 서비스 역시 계속 진화했다. 모바일 화면에 알맞은 UI가 개발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서비스들이 등장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기까지 했다. 나는 이제 여느 사람들처럼 스마트폰 없이는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고작 10년 정도에 이러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인간이 호모 모빌리언스*로 진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더더욱 놀랄만한 신기술들이 빠른 속도로 쏟아져 나올 것이 자명하다. 발전하는 신기술에 맞춰, 서비스 기획자도 좋은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 결국 서비스 기획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느냐'인듯하다.

 

당장의 기술이 실망스럽더라도 서비스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기술은 보완되고 진보한다. 초기 스마트폰에선 많은 서비스들이 개발되기 전이라 할 수 있는 게 PC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서비스 기획자들은 모바일에 맞춰 새롭게 서비스들을 개발하고 개선해나갔다. 그 결과 현재의 스마트폰이 없어서는 안 될 편리한 제품이 되어버렸다. 기술이란 결국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함부로 신기술을 이렇다 저렇다 속단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대체로 새로운 것에 회의적이다. '저게 잘 될까? 저게 무슨 소용이 있어. 왜 굳이 없어도 될 걸 만들어서 해?' 유니콘 기업*인 배달의 민족이 처음 나왔을 때도, 어떤 사람들은 '왜 전화로 하면 빠르고 편할 것을 굳이 힘들게 폰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주문을 해야 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중국의 알리바바 기업의 허마셴셩이 한국 진출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있었다. 최근 허마셴셩이 보여준 서비스는 굉장히 놀라웠다. 허마셴셩은 신선식품 전문매장으로 산지에서 온 여러 식품을 판매한다. 허마셴셩 매장을 방문한 고객은 모바일 QR코드로 장을 본다. 그러면 직원들이 하늘에 달린 움직이는 장바구니에 고객들이 장본 것들을 담아주고, 밖에 대기되어 있는 오토바이가 집까지 바로 배송해준다. 매장에 방문했지만 손하나 까딱할 필요 없이 편리하다.

 

이 서비스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물류 혁신 덕분에 가능하다. (+저렴한 인건비) 허마셴셩에서는 알리페이를 통해서만 구매를 할 수 있다. 즉 구매를 하면 무조건 데이터가 내부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얻은 회원, 상품, 공급망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재고를 최적화한다. 바로바로 산지에서 가져오고 판매하고 배송한다.

 

허마셴셩의 한국 진출이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으나,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주변에 생각보다 많았다. 중국인데 신뢰할 수 있을까? 한국 시장에 저런 서비스가 필요한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항상 많다.

 

사실 이 서비스는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장을 보려면, 힘든 몸을 이끌고 나가 이것저것 마트에 담아서 낑낑대며 집에 왔다. 한 번 장보기가 힘들다 보니 빨라도 1주일에 한 번 정도만 장을 보게 된다. 그래서 나는 많은 야채들을 냉장고에서 썩힌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오늘날이다. 그 사람들은 시간을 내서 장을 보기도 어렵고, 1인분의 식품을 사기도 어렵고, 자주 장을 보지 않으니 식품 보관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음식을 자꾸 사 먹게만 되고 요리는 뒷전이 된다.  하지만 허마셴셩의 서비스가 있다면 1인 가구의 1일 장보기가 가능해진다. 우리의 먹거리 라이프가 바뀔 것이다. 먹는 음식의 종류도 좀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장보기 문화가 이렇게 바뀔 수 있을까? 이미 기술은 있다. 이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얼마나 빠르게 사람들의 삶에 적용될지는 서비스 기획자에게 달려있는 게 아닐까. 기술을 어떻게 기획하느냐에 따라, 그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될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서비스 기획자라면 열린 눈으로 신기술과 새로운 서비스를 바라보고, 발전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기술이 나오든, 서비스 기획자는 두려움보다는 도전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좋다.

 

 

*호모 모빌리언스 :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가 예측한 오늘날의 새로운 인류상. 스마트 디바이스의 발달로 인류는 노마드적 특성을 갖게 된다.

*유니콘 기업 :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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