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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기면서 겪었던 일들과 생각들을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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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장에서 모시던 실장님과는 단순한 상사와 부하의 관계가 아니었다. 실장님은 내게 다른 선배들을 제쳐두고 일찍 팀장 자리를 맡게 해 주었다.
실에서 가장 중요한 팀이라고 생각하는 자리였고, 당시 전사에서 가장 어린 팀장이었다.
동료나 후배들이 ‘팀장님은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포지션에 일찍 팀장이 될 수 있었냐’는 질문에 우스갯소리로 항상 ‘실장님 정서관리를 잘해서’라고 답했다.

실장님은 팀원들에게 직접 보고를 받기를 좋아했다. 대체적으로는 보고받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가끔 그렇지 못한 사항이 있으면 심하게 질책을 하기도 했다.
실장님은 다른 사람에게는 질책할만한 사항도 내가 보고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어떻게 할까요?'로 끝났다면, 나는 대체로 '문제가 생겼지만, 이렇게 해결해보겠다, 이런 부분을 실장님이 도와달라'라고 구체적으로 말씀드렸다.
상사가 가진 불안감을 해소시켜드렸고, 오랜 기간 함께 일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업무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서로 의지하게 되었고, 사적인 어려움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동료들에게 질투도 많이 받았지만, 상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감사한 일이었다.

작년 7월 어느 날 퇴근 무렵, 실장님에게 잠시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자고 말씀드렸다. 실장님은 무언가를 직감한 듯 다소 굳고 어색한 표정으로 들어오셨다.

“성환아, 왜? 뭔 일 있어?”
“실장님, 저... 퇴사하고 새로운 곳으로 도전해보려고요”
“... 어디?”
“디지털 헬스케어하는 스타트업이에요. 여기하고 비교도 안 되는 작은 곳이에요”

딱 한마디만 물으셨다.
“제수씨 동의했어?”
“네, 일주일간 이야기했고, 와이프도 재밌을 것 같다고 해보라고 했어요”
“그래, 제수씨도 동의한 일이라면 더 이상 이야기해봤자 소용없겠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내린 결정이라면, 신중히 정했을 텐데, 알았다... 야, 내려가자, 밥이나 먹자”

그렇게 둘은 일찌감치 퇴근해서 양꼬치에 소맥을 퍼부었다. 새로 갈 회사에 대한 이야기와 지난 십여 년간의 이야기들을 나눴다.
부끄럽지만 나는 원래 마음이 약해 실장님과 술을 마시면서 눈물을 보인 적이 몇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민망해하시며 ‘얘 왜 이러나’ 하시던 분이었는데, 그날은 그도 어쩔 수 없었다. 다 큰 아저씨들이 양꼬치에 소맥을 먹으며 질질 짰다.

혹시라도 생각이 바뀔 수도 있으니 일주일 후에 다시 이야기하자 했다. 일주일 후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씀드렸고, 더 이상 아무 말씀을 하시지 못했다. 그리곤 곧장 퇴사 절차를 진행했다.
팀원들에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반 이상 재택근무 중이었다. 누구는 사무실에서 이야기하고 누구는 재택으로 따로 이야기할 수 없어서 모두 화상으로 회의에 들어오라고 안내했다.
차마 내 책상에서 이야기하기 어려워, 혼자 회의실에 들어가 노트북을 열었다. 긴급회의지만 사안을 몰랐기에 모두 웃으며 들어왔다. 내용을 담담하게 전했다. 일부는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돌렸다. 마지막엔 환하게 웃으며 축하해주었다.

그리고 사내 동료들에게 메일로 작별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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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방성환입니다.
무더운 날씨와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로 인해 불편한 날들입니다. 그래도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청명해, 아름다운 일출과 석양을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렇게 불편하고도 아름다운 시기에 죄송한 말씀을 드리고자 메일을 드립니다.

2021년 8월부로 ○○○○○를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를 첫 직장으로 입사해서 벌써 16년을 보냈네요. 돌아보니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회사 덕분에 결혼도 하고, 아들도 낳고, 해외근무라는 멋진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도와주신 주변의 멋진 선배님과 후배, 동료들 덕분에 차근차근 성장하며 더 나은 제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감사한 마음만큼 죄송한 마음도 듭니다. 저를 아껴주고 관심을 가져준 선후배님들께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무엇보다, HR 구성원이 퇴사한다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는 이목을 끄는 사항이라, 남은 구성원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의 모든 분들께 감사함과 죄송한 마음을 간직하겠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룹과 ○○○○○가 발전하길 항상 바라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서 HR 담당으로 근무할 예정입니다. 조직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HR적인 지원을 하겠습니다. '○○○○○ 출신'이라는 문구가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방성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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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6년의 대기업 생활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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