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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대多 면접, 제발 싸우지 마세요


바야흐로 무한경쟁의 시대다. 

 

중학교를 마치면 진학률이 좋은 외고나 과학고, 자사고나 자공고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이제는 취업률이 좋은 대학과 학과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대학에서는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이제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또다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진다. 

 

회사에 들어간 이후에도 경쟁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막말로 숟가락 내려놓는 그 순간까지, 우리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우리는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취업은 가장 험난한 경쟁 중 하나다. 대학 까지가 예고편이었다면, 취업부터는 성인으로서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 겪게 되는 진짜 본편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사회인으로서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인데, 중요하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취업 경쟁에서 살아남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경쟁하지 않는 것입니다.”라고.

 

취업 경쟁에서 살아남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쟁하지 않는 것이다.

 

지원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취업은 경쟁이 맞다. 하지만 우리는 수능 시험을 거치면서 한 가지 소중한 교훈을 얻은 바가 있다. 바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에서 출제자는 기업이 되며, 그렇기에 취업의 정답은 출제자를 이해하는 것에 있다. 과연, 출제자는 무슨 생각으로 신입사원을 뽑는 것일까?

 

채용은 지원자를 탈락시키는 것,
1등을 뽑는 것이 아닌
우리와 함께 할 사람을 선발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채용 평가자의 시선에서 채용은 결코 경쟁이 아니다. 평가자는 지원자를 탈락시키거나 1등을 뽑는 것이 아닌, 나와 함께 할 사람을 뽑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A 지원자가 B 지원자보다 순발력이 더 뛰어나군.” 이라거나, “B 지원자가 A 지원자보다 자격증이 더 많군.” 같이 쇼핑하듯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지원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자질과 능력, 그리고 인성을 고려하지만, 누가 더 낫고 누가 덜하다와 같이 상대평가로 접근하지 않는다. 

 

지원자와 평가자의 이런 인식 차이에서 면접장의 비극이 발생한다. 옆 사람을 이기기 위해 애쓰는 지원자와 지원자 개개인을 알아보려는 평가자의 관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한 편의 비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PT 면접을 그 예로 들어보자. 2인 1조로 구성된 지원자들은 면접관이 준 [신제품 마케팅 전략 수립]이라는 주제를 놓고 30분 간의 준비를 거쳐 5분간 PT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지원자들은 30분의 준비시간 동안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지원자 1 : "…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입니다. 5분의 발표시간 중 최소 2분 정도는 마케팅 방법에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원자 2 : "아니에요. 지금 이 PT는 면접인 만큼, 우리들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케팅은 취향을 많이 탑니다. 우리가 아무리 고민해도 면접관의 취향에 맞출 수 있을지 알 수 없잖아요? 그보다는 우리가 얼마나 이 회사의 제품과 소비자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지를 어필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품의 특성과 소구 대상에 대한 분석에 무게를 더 실어서 발표를 해야 합니다."

 

지원자 1 : "아닙니다. 회사가 신입사원에게 원하는 부분은 신선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참신한 발상을 할 수 있고 창의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를 어필하려면 방법론을 더 구체적으로 심도 있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지원자 2 : "마케팅 방법은 시장과 제품의 분석을 기초로 하는 거예요. 회사마다 마케팅 방법이 다른 건 회사마다 선호하는 마케팅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 회사를 다녀본 것도 아닌데, 면접관의 취향을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방법적인 부분보다는 우리의 업무 관련 지식과 응용 능력을 어필하는 게 더 나아요. 이 부분은 회사마다 달라지는 게 아니고, 어느 회사에서나 공통적으로 필요한 필수 능력이니까요."

 

지원자 1 : "면접관은 당연히 이런 능력을 지원자가 갖추고 있을 것이라 판단할 겁니다. 만약 이 면접이 대학 시험이었다면 분석에 더 집중하는 것이 맞겠지만, 여기는 실제로 지식을 응용하여 사업을 하는 회사입니다. 그렇다면 회사 업무에 걸맞게 해결책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죠. 다른 조와 차별성을 가질 수 있기 위해서는 결과물이 참신해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여기는 학교가 아니고 회사입니다. 이 분야에서 배테랑이신 면접관 분들이 제대로 된 분석을 토대로 나온 결과물을 못 알아볼 리 없습니다."

 

지원자 2 : "제대로 된 분석을 토대로 나온 건지, 아니면 소 뒷걸음질 치다가 얻어걸린 것인지 면접관이 어떻게 아나요? 독심술사도 아니고, 이야기를 해야 알죠.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에 더 중요합니다. 기본이 덜 전달된 상태로 결과물만 화려하다면 오히려 겉멋만 든 풋내기로 보일 거예요."

 

팽팽하다. 대화가 계속될수록 두 지원자의 의견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 어려워진다. 이런 줄다리기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고 나면, 준비시간은 절반 가량 날아가버리고 만다. 그때서야 덜 고집스러운 지원자 한 명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곱게 접어 주머니 속에 넣는다. 그러면 상대방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빠르게 머릿속에 담겨있던 내용들을 꺼내 뚝딱뚝딱 PT 준비를 완성해 나간다. 

 

그렇게 준비시간이 끝나고, 두 지원자는 함께 면접관들 앞에서 PT를 진행한다. 한 명은 만면에 자신감이 가득한 반면, 다른 한 사람의 표정은 아무리 웃고 있어도 밝아 보이지 않는다. 내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평가자들은 이 모든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며 평가서에 무언가를 적어 넣고 있다. 

 

1주일 뒤, 두 지원자 모두 불합격 메시지를 받는다. 의견이 묻혔던 지원자는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망할 자식.”이라고 중얼거릴 테고, 성공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쳐냈던 또 다른 지원자는 “어째서? 리더십도 보여주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도 보여준 것 아닌가? 면접관은 대체 뭘 본거야?”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면접에서 이렇게 대놓고 팽팽하게 맞서는 일이 흔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마음속에서 진행되는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두 지원자는 다른 팀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운명 공동체 이면서, 동시에 옆의 동료를 누르고 나의 뛰어남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 또한 면접관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두 지원자의 의견은 모두 틀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두 지원자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평가자가 생각하는 평가 포인트가 지원자의 생각과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경쟁에 익숙한 지원자들은 내 옆의 상대를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높은 점수로 높은 순위를 차지해야 하는 배틀 로열 방식에 익숙한 것이다. 하지만 평가자의 생각은 다르다. PT면접, 토론면접, 인성, 실무, 호프 면접 등등 이름은 다르지만 모든 면접은 ‘이기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그보다는 상대와의 협동, 합의, 그리고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

 

평가자는 지원자의 협동, 합의,
그리고 원활한 소통에 중점을 두고 평가한다.

 

회사에서 마주하는 업무 중에 혼자 하는 일은 없다. 팀원 간, 부서 간, 업체 간의 소통과 협력, 합의를 통해 진행하는 일이 대다수이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를 이기는 것에 몰두하는 사람은 한 조직의 일원으로서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상대와 원만하게 소통하면서,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존중하며 지혜롭게 합의점을 찾아가는 사람이 더 높은 평가를 받고, 또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평가자는 갈등 상황이 일어나기 쉬운 상황에서, 지원자가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합의점을 찾아내며 어떻게 과제를 완성해나가는지를 유심히 지켜본다. 그리고 점수를 매겨 순위를 정하기보다는, 인간적으로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지원자를 찾아내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게 찾아낸 지원자가 높은 점수를 받고 상위권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옆 사람을 이기려고 하지 마라.

 

옆 사람을 이기려고 하지 말자. 지금 경쟁상대라고 여기는 그 옆 사람이 앞으로 10년, 15년을 함께 동고동락할 동료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오히려 상대를 배려하고 화합하며 주어진 과제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토론 면접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실무, 인성 면접에서도 마찬가지다. 옆 사람이 하는 말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을 끌어내려고 애쓸 필요 없다. 내가 가진 생각을 담아 이야기하면 된다. 

 

경쟁을 한다는 것은 ‘One of them’이 되는 일이다. 그중 뛰어나다 싶을 뿐, 여전히 나를 대체할 대체제는 많이 존재하는 레드 오션이다. 하지만 경쟁을 버리고 오롯이 ‘나’가 되는 순간, 면접은 ‘Yes or No’의 상태가 된다. 내가 이 회사에 적합하냐, 그렇지 않으냐. 경쟁에서의 복잡한 음모와 권모술수가 모두 사라지고 매우 단순한 수식이 그려진다. 그리고 평가자는 이미 이 지점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기억하자.

 

당신은 세상에서 유일한 한 사람이다. 60억 인구 중에 당신과 같은 얼굴, 당신과 같은 성격, 당신과 같은 배경,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오직 당신이 유일하다. 당신의 상대를 배려하는 방식과 소통하는 방식을 보여주길 바란다. 평가자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바로 당신이지, 당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점수가 아님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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