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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부문 신입 공채 때의 일이다. 면접관인 나의 눈을 사로잡는 한 지원자가 있었다. 문이 열리자 당당하게 들어오는 지원자의 발걸음이 시원하다.
학력, 전공, 학점, 자격증, 어학 점수, 대외 활동과 수상 경력까지 두루 갖춘 이력서의 주인공이었다. 그래, 자신만만하구나. 긴장될 만한 장소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그 태도가 내심 마음에 들었다. 시종일관 열정을 어필하는 지원자에게 면접관 중 한 사람이 물었다.


“5년, 또는 10년 후에 어떤 일을 하는 사람, 혹은 어떤 일을 이룬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지원자가 답했다.


“아직 실무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일단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하겠습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어떤 일이든 빠르게 습득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 영업하면 ○○○이지.’라는 말을 듣는 그런 직원이 되고 싶습니다.”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자신 있게 외치는 지원자. 그런 지원자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면접관들.
지원자는 면접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면접관들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아, 안 되겠다. 이 친구는 못 뽑겠구나.'


신입일 때는 모두가 간절하고, 열정적이고, 낮은 자세로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간절함, 열정, 배움의 자세 같은 추상적인 것은 아무런 강점이 되지 못한다.
모두가 동등하게 서 있는 출발점일 뿐이다. 게다가 열정으로 배워나가는 곳이 학교라면, 회사는 당신이 배운 것을 토대로 성과를 내야 하는 곳이다.



왜 회사가 나를 뽑아야 하는가?

뜨겁게 타오르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자. 왜 회사가 나를 뽑아야 하는가? 내가 지원한 직무가 회사에 어떤 소용이 있는가?
해당 직무가 회사에 가져다주는 이득은 무엇인가? 해당 업무를 잘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궁극적으로 나는 해당 직무를, 왜 이 회사에서 하려고 하나?


면접관들도 한때는 뜨겁게 타오르는 열정을 갖고 입사한 신입이었다. 하지만 해가 바뀌어 갈수록 뜨거운 마음은 식어갔고, 한마음으로 입사했던 동기들이 많이 떠났다.
어느새 입사 동기가 몇 명 남지 않았다는 걸 느낄 때쯤 남은 자들은 서로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한다. 바로 구체적인 목표와 성과다.


만약 이 지원자가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열정’이나 ‘배움’이 아니라 구체적인 목표를 이야기했다면 어땠을까?
같은 신입 공채 건에서 최종 합격을 거머쥔 또 다른 지원자의 목표는 아래와 같다.


“판매 실적을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수금까지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영업사원이 되겠습니다. 미수금 관리로 악성채권이 회사에 쌓이지 않도록 하여 회사 경영에 보탬이 되겠습니다. 향후 5년간 내규로 정해진 대금 납부 기준을 충족하는 영업 건이 제 실적의 90%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회사는 추상적인 것을 원하지 않는다.

회사는 추상적인 것을 원하지 않는다. 열정 같은 추상적인 어휘에 기대선 안 된다. 이제 여러분이 살아가야 할 세상은 구체적인 증거가 남아야 하는 곳임을 기억하자.
열정이 사그라든 뒤에도 계속해서 성과라는 꽃을 피워낼 수 있을 때 진짜 프로가 된다는 것을, 당신이 바로 그런 사람임을 증명해야 한다.



인투인 미디어의 [캠퍼스 플러스] 지면에 "슬기로운 인담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는 칼럼입니다. 앞으로 1년간 [캠퍼스 플러스] 지면과 캠퍼스 플러스 홈페이지, 그리고 브런치를 통해 독자 여러분을 만나 뵙겠습니다.

캠퍼스 플러스 바로가기 : http://campl.co.kr/contents/content_read.asp?idx=10100&bigcat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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