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주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즐겨했다. 이 게임을 시작하면 일꾼들이 자원을 캐는 것부터 시작한다. 채굴한 자원을 바탕으로 건물, 공장 등을 만들고 전투 유닛을 생산하여 전략과 전술을 바탕으로 상대방 진영을 부수면 승리한다. 즉, 이 게임에선 누가 자원을 더 많이 확보하여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가 승패의 중요한 요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 역시 돈과 시간, 인력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목적을 달성하는 게임과 유사하다. 특히, IT 혹은 서비스 기업의 경우 원가에서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인건비가 곧 서비스의 원가이다. 제조업이 효율 좋은 기계를 통해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여 이익을 창출한다면 IT/서비스 기업은 '더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인력'을 바탕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IT/서비스 기업이라면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더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데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이나 공공 성향의 회사들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지나치게 '보고'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이다. 많은 회사들이 하반기에 내년도 사업계획을 준비한다. 물론 내년도에 무엇을 할지 보고하고 서로 검토하는 것은 중요하나 사장이나 임원들에게 보고 되기 때문에 '형식'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례들을 직접 경험하기도 하였고 주변에서 듣기도 한다. 띄어쓰기, 여백 맞추기, 표와 그림도 새로 그려야 하고 크게 중요하진 '성실하게 작업했다는 것을 자랑할만한' 예쁜 그래프와 크게 중요치 않은 통계를 위한 자료를 찾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진짜 문제는 이러한 보고 준비로 인해서 고객 응대 늦어지거나 보고 시즌이라는 이유로 서비스 개선 작업이나 팀 본연의 업무 진행속도에 큰 차질 빚어진다는 것이다. 보고도 열심히 잘 준비하고 본연의 업무도 다 잘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에너지와 시간에는 한계가 있는지라 그런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보고의 목적은 '~것을 통해 회사 이익에 기여하겠다'라고 알려주는 것인데 정작 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익을 기여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는 시간은 부족해지는 것이다.
과연 우리 조직 혹은 나 개인의 업무 시간 중 진짜 회사의 이윤 창출을 위한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투자하는 시간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리더'가 변해야 한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보고를 위한 보고 등 비효율적인 업무라는 것을 알지만 조직 문화 혹은 리더의 성향 등으로 인해 해결하지 못한다. 리더가 먼저 솔선수범하여 조직의 생산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비생산적인 업무를 개선하고 보고서 작성 등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 비중을 최대한 효율적인 방식으로 개선하는데 적극적이어야 한다. 앞으로 주 52시간 제도 등이 도입되면 조직 생산성 문제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애플의 스티븐 잡스,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은 회사에서 PPT 보고 금지령을 내렸다.(참고: https://liveandventure.com/2012/08/18/powerpoint/) 형식이 아닌 '본질'에 집중하라는 뜻에서 일 것이다. 조직 문화가 바뀌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나 스스로도 계속 자문해보려고 한다. "내 업무 중 진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시간은 얼마인가? 비효율적인 업무를 효율화해 더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할 순 없을까?". 똑같은 8시간을 최대한 부가가치를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데 집중하여 성과를 내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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