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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대행사의 숙명인가?

연말에 비딩 PT가 몰렸다. 밤샘 야근과 주말 출근이 이어진다. 끊임없이 비딩을 하면서 느낀 포인트들이 있어 전하고자 한다.

 

이번 글은 "톡 까놓고 말해볼까?" 컨셉이다.

 

왜 비딩이 이루어지나?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는 큰 규모의 브랜드일수록 어느 때보다 광고대행사를 잘 선정해야 한다.

기존 광고대행사에 대한 불만이 있거나, 몇 년간 연속으로 진행하다가 감사가 나와 다시 재 비딩을 해야 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싶어서 비딩을 진행한다.

 

광고대행사 AE들의 곡소리

연말 PT의 경우 내년 매출액을 보장하는 연간 단위 계약 건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참여를 안 할 수가 없다. 방어전과 공격전이 펼쳐진다. 최악의 경우는 1~3명이서 제안서를 몇 개씩 쳐내야 한다. 사람이 없다. 인력이 부족하다. 시간이 없다. 하지만 매출이 있어야 대행사는 유지되기 때문에 해야 한다. 모두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하나 끝내고 하나 들어가는 식이 아니다. 월요일 비딩 OT 갔다 오면  화요일 또 비딩 OT에 참여하는 상황으로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동일한 작성 기간이지만 그 안에 겹치게 되는 상황이 반드시 온다. PT일정은 보통 2주~3주 정도가 주어지는데, 짧을 때는 1주 안에, 혹은 3일 안에 작성이 완료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 하루 만에도 작성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짧은 기간인 만큼 자료조사와 고민의 시간이 적어서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상황에 따라 복붙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는 순간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

 

광고대행사 AE들의 곡소리가 들려온다. 필자도 곡소리가 나온다.

 

 

이제 아이디어만으로는 NO, 금전적인 혜택을 줘!

아이디어만 가지고 싸우기에 현재 광고시장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광고대행사는 저마다의 무기를 가지고 온다. 솔루션이 되었든, 수수료 인하를 가져오든, 혹은 그 이외의 서비스를 가지고 온다. 준비가 안되어있는 광고회사는 결국 점점 도태된다. 어차피 진행하는 미디어는 같기도 한다. 대놓고 광고주가 수수료를 깎거나, 단가를 요구하거나 더 나아가 페이백(Pay Back)을 요구하는 상황도 보았다.

 

그 사유는 이렇다. 광고비 대행수수료를 15%에서 10%로 낮추면 자연스럽게 5%의 효율을 본다. 사실 광고주의 입장에서 아끼면 뭐든지 좋다. 거기에 제작비가 공짜로 책정되기도 한다. 종대사의 경우 간혹 기획료를 받는 경우도 있으나, 중소 대행사들은 기획료를 받지 않는 회사들이 상당수다. (제안 기획료는 리젝션피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챙겨주는 광고주가 많지 않다. 필자도 리젝션피는 6년간 단 2곳만 보았다)

 

대행사 규모보다 운영하는 사람의 실력

얼마 전 참가한 비딩 OT에서 담당자가 "저희는 다년간 진행하다 보니 회사 규모보다 실제 운영하는 대행사 직원의 실무 실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라고 이야기하였다. 사실 인정하는 바이다. 광고대행사에서 그 브랜드를 얼마나 책임 있게 그리고 꼼꼼하게, 철저하게 분석하고 개선해주는지가 관건이다.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어느 대행사나 실력 없는 사람도 있고, 무기력하게 다니는 사람도 있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다. 다 천차만별이다. 물론 규모에 따른 인프라 차이도 있지만 큰 회사라고 더 뛰어난가? 아니다. 작은 회사도 Man power가 확실하다면 성과를 보다 뛰어나게 만들 수 있다. 솔루션 있으면 없는 것보다는 좋다. 결과적으로 하다 보면 실제 실무자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나 업무능력에 따라 성과가 좌지우지된다.

 

광고주가 이해 못한다

광고주가 모두가 뛰어난 사람인가? 아니다. 오히려 마케팅과 광고에 대한 지식이 없는, 실제 한 번도 매체 실무에 손 안대 본 담당자들이 있는 경우도 있다. 아주 기초 매체라 볼 수 있는 GDN 및 페이스북에 접속해서 세팅해본 광고주가 몇이나 될까? 대화를 나누다 보면 혹은 질의응답을 하다 보면 그 광고주의 지식수준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를 악용하여 거짓된 말로 포장하는 것은 큰 문제라 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광고주의 성향과 수준에 눈높이를 맞추어 작성해야 한다. "고객 모수를 30여 개로 세분화하고, 타겟은 어떻게, 이후 어떻게, 그다음 3일 차에 OO 지표와 OO 지표를 본 후 OOO최적화 기준으로 OOO 하는 전략을 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2040 남녀 스포츠 관심사 타겟팅을 하겠습니다"가 더욱 먹히는 광고주도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은 광고대행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어쨌든 목표는 비딩을 통해 수주하는 것이니까. 간혹 정말 뛰어난 담당자를 만나게 될 때가 있는데 오히려 그때는 말이 통해서 속 시원할 때가 있다. 질의응답 때 광고주 본인이 이해 못했거나, 모르지만 아는 척하고 질문을 하는 경우도 간혹 보인다.

 

보통 영상을 포함하게 되면 300장 이상, 디지털 연간 퍼포먼스 건만 해도 최소 120장 이상은 나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장수가 많아질수록 집중도는 떨어지게 되고, 상황을 이것저것 고려하다 보면 어렵게 쓰느냐 쉽게 쓰느냐 기로에 서기도 한다.

 

아이디어만 먹고 빠지기

이 부분은 아마 통상 모든 광고업계 종사자들이 느끼는 부분일 것이다. 우리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어떻게 운영하는지, 어떤 아이디어를 있는지 받아간다. 윗선들이 이야기를 들어보거나 지인들에게서도 이러한 부분에 분통을 터뜨리곤 한다. 실제로 어느 광고주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그대로 같은 카피와 유사한 디자인을 사용하여 활용한다던지, 수수료를 주기 싫어서 매체 혹은 업체를 연결해주었는데 직접 거래로 변경한다던지 등이다. 일전에 타 회사의 사이트를 평가하고 개편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였으나 수수료의 사유로 무산된 적도 있다. 그리고 그 사이트의 개편은 제안했던 부분이 반영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허탈감을 느낀 적도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특히 스타트업 쪽에서 이러한 현상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소위 '양X치 짓'이라고들 한다. 스타트업은 마케팅이나 광고에 전문성이 없는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지 실제 운영을 배우고 싶어 한다.

 

결정권자가 중요

사실 그 PT의 결정권자의 마음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자면 면접장에서 대리가 'A라는 친구가 마음에 들어요.' 했지만 부장이 '난 A보다는 B친구가 더 괜찮은데?'라고 하는 순간 B가 채용되는 것과 유사하다. 사실 광고는 카피, 디자인, 아이디어는 생각하는 차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간혹 최신 유행 트렌드를 소개해줘도, 10명이 재미있다고 통과된 아이디어였어도 결정권자인 대표, 부장 들의 마음에 안 들면 꽝이다. 광고 컨셉에 어울리는 A모델을 제안했지만, 'C라는 모델이 마음에 든다'라고 하여 교체되는 경우도 있다.

 

진상 광고주가 누구야?

비딩을 참여하다 보면 대행사에서 광고주로 이직한 사람, 랩사, 대행사 등 업계 지인들을 통해 브랜드 전체나 브랜드 담당자에 대한 어느 정도 이야기가 들려온다. "아 거기는 일처리 깔끔해", "스마트해", "예의가 있어", "진상이야 거긴", "거긴 갑질 하고 싶어 안달 났어" 등이다. 필자도 언젠가 광고주, 대행사, 랩사, 매체사 등으로 이직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처신을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대행사에서 이직을 한 광고주의 경우 정말 빠삭하게 알거나, 혹은 어중간하게 알거나 2가지다. 특히 어중간하게 알 경우가 위험하다. 본인의 경험에 의한 고집이 완강한 경우 '그것도 모르냐'는 식 혹은 '이제 광고주이니 갑질 해볼까?'라는 모습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어차피 거기 또 될 건데? 뭣하러 들어가?

수년간 광고대행을 해온 회사가 있다. 담당자들의 합이 잘 맞거나 성과를 좋으면 당연히 연장이 된다. 그리고 구조상 타 대행사가 침범하기 어려운 영역도 있다. 이미 내정이 되어있는 경우도 있으며, 이미 업계에서 어떤 브랜드는 어느 대행사가 꽉 잡고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알 수는 있다. 가장 힘든 경우는 이미 광고주가 기존 대행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이관 시 새로 적응해야 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내정되어있는데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들어가야 하는 경우이다. 물론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 광고대행사의 Benefit을 이길 순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비딩에 참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어떤 비딩 OT에서는 "어차피 거기랑 또 할게 아닌가"라고 하는 직설적인 뉘앙스의 이야기도 나왔다고 들었다. 떨어질 것을 알면서 들어가는 것만큼 맥 빠지기 쉬운 것은 없다.

 

광고주에게 직접적으로는 말을 못 한다. 비딩 OT는 기존 대행사와 신규 대행사의 공격과 방어 싸움이기 때문에 우선 수성하는 쪽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이벤트, 영상, 프로모션 캠페인의 경우는 아이디어에 따라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조금 더 가능성이 높으나, 연간 퍼포먼스 운영에 대해서는 아이디어성 캠페인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부분이 있다.

 

모든 온, 오프라인 대행사의 어떤 AE는 지금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제안서 작성을 하고 있을 것이다. 쉽지는 않지만 해야 하는 상황, 모두가 승자 일수는 없는 현실, 미약하게나마 필자 포함 모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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