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예전 회사 동료들과 런치를 했다. 그중 주니어 중 한 명인 동료가 고민상담을 요청했다.
요즘 마켓 상황도 안 좋고, 일도 줄어들어서 고민이야.
나는 뭔가를 계속 배우고 싶은데 그만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
경기가 안 좋다는 상황에 공감했고, 일이 줄어드는 느낌도 뭔지 알 것 같은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가 시켜서 하는 일만 하면, 그리고 시키는 일이 줄어든다고 아무 대책 없이 있다면,
언젠가 갑자기 자리가 위태로워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에서 구조조정은 점점 더 흔한 일이 되고 있고, 느닷없이 당장 자리를 비우라고 하는 일을 겪는걸 주변에서 쉽게 접한다. 알고 보니 예전 동료들도 몇몇 이미 권고사직을 받았다고 한다.
고민상담을 요청한 친구는 할당된 포트폴리오가 너무 제한적이라,
회사에서 본인에게 배울만한 기회를 주지 않아서 힘들다고 했다.
다른 프로덕트에 대해 배우고 싶은데 아무리 기다려도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고.
그래서 조금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을 이상적인 곳을 찾아서 이직을 생각하기도 한다고 했다.
사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그래서 개개인의 직원에게 뭔가를 챙겨서 가르쳐줄 만큼 여유가 없다.
특히 경력직인 경우엔 기존의 경력을 피봇 삼아서 조직에 어떤 가치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굉장히 관심 있게 본다.
생각해보면 MBA를 졸업한 사람이라고 더 가치가 있고 특별하게 보는 조직은 없다.
사실 학교에 다녔던 건 개인의 자기만족에서 오는 것이 더 크고,
회사가 정말 관심 있는 것은 MBA 학위, 혹은 자격증 유무 여부보다는
그 직원이 조직에 얼마만큼의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가져오는지 여부이다.
일이 없어서, 트레이닝을 안 시켜줘서 기회가 안 온다?라는 것은 회사 직원의 입장에서 상황을 보는 것이고
개인의 입장이 아닌 회사의 입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를 위해 나는 어떤 가치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사실 경력직 면접에서도 자주 마주하게 되는 질문인데, 막상 입사 후에는 회사의 입장보다는 개인의 입장에서만 커리어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일이 있는 건 물론 좋은 일이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현재 조직의 수익과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일 이란 충분히 만들기 나름, 벌이기 나름이라서 매니저가 다가가기 전에,
그 와의 1-1이 오기 전에 먼저 본인이 하고 싶은 일과 그 일로 인해 가져올 수 있는 가치를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뜬구름 잡는, 두리뭉실한 이야기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가 할 수 있는/하고 싶은 분야를 세세하게 잡아서 확실하고 또렷한 액션 플랜과
앞으로 어떤 식으로 수익화를 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플래닝 하고
프로젝트 매니저로서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미팅을 통해 프로젝트 업데이트를 하면서 발전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포트폴리오가 제한적이라고 그 안에서만 불평하고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그 외에, 본인의 틀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다른 부서와 협업하는 일들이 많은데, 그 부서가 하는 일을 잘 모르는데 배우고 싶다고 하면
쉐도잉을 자처한다거나, 아니면 해당 프로덕트 러닝 세션을 먼저 적극적으로 주최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배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배운 내용을 나의 포트폴리오에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적용해볼 수 있을지, 어떤 가치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문서화 (시각화)를 시켜야 한다.
당장 나의 고객에게 적용이 안된다고 해도 어쩌면 가능성 있는 고객군을 갖고 있는 동료를 위해 팀 미팅 때 팀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를 가져오는 일이다. 배우고 나서 그냥 그렇구나 라고 넘어가버리면, 아무런 가치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기에, 반드시 눈에 보이는 액션 플랜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
일이란 주어지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 내가 가치를 안겨줘야 할 비즈니스 조직이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면서
동시에 나의 모습도 돌이켜보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