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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중소기업 이야기 1 - 제조업 업무를 담당하는 우리 회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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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


한국의 여느 중소기업들이 그렇듯 여기도 출근 시간이 이르다. 물론 한국과 다른 점은 시작하는 시간이 있는 만큼 끝나는 시간도 있다는 점과, 끝나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일을 한다면 그 만큼 대가를 지불한다는 점이 조금 다를 것이다.


8시에 출근을 하는데 게으른 나는 8시에 딱 맞춰서 간다. 그러나 1초만 늦어도 월급이 깎이니까(분 당으로 계산한다) 최대한 7시 55분~59분 사이로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뭣도 모르고 7시반에 왔었는데 이제는 그런거 없이 한량처럼 걸어온다. (집에서 회사까지 걸어서 10분이다!)


월급이 많이 깎이지는 않는다. 1달에 총 22일~23일을 일한다고 치고 내 한 달치 월급을 일수대로 나누어서 일당을 계산한다. 그 다음 하루에 일하는 시간 (8시간반)을 나누면 대략적인 ‘시급’과 ‘분급’이 나오게 된다. 이 곳이 한국 회사라면 나는 개념 없는 신입으로 업무시간 30분~1시간 전에 미리 와서 일을 준비하지 못할망정 조금씩 늦어서 짤릴지도 모르는 사원이겠지만 대략 5분 정도 늦는 것 까지는 관대한 것 같다.


사실 보스들의 마음은 중소기업이라면 한국이나 싱가포르나 비슷하다. 일찍 오고 열심히 일 하는 사람 좋아하고 야근하는 사람 좋아하고 업무 시간에 떠들지 않는 사람 좋아한다. 내 옆자리 동료는 절대 제 시간에 오지 않는 사람인데 (한 달에 1번정도 제 시간에 오고 보통 15분정도 늘 늦는다) 부서가 회계쪽이라 보스와 같이 일하기에 친한 이유로 늦어도 크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한번은 다른 부서인 말레이계-말레이 직원 역시 매일 30분정도씩 늦는게 보스의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보스가 내 옆자리 중국계 말레이 동료한테


'그 말레이 말레이시안 친구, 너무 지각을 자주해서 내가 경고장을 줘야겠는데 너도 너무 많이 늦어. 너한테는 안주고 쟤한테만 주면 말이 있을 수 있으니 너도 늦지마!' 라고 말했더니 동료 왈


'지각 한 만큼 돈을 깎기도 하면서 어떻게 경고장까지 줄 수 있냐 이건 이중 벌칙(?)이다' 라고 했다고 해서 그냥 넘어갔다고 했다. 그래도 늦는 사람을 여전히 싫어한다. 같이 일하는 한국인 동료 한 명은 아침에 일본어 수업을 스카이프로 듣고 오느라 1주일에 3번 정도는 아침에 10분 안팎으로 늦는데 자꾸 늦어서 보스가 한 두번 불러서 뭐라고 했다. 그래도 여전히 늦는지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점심시간


점심시간은 11시반 ~ 1시반까지 자유롭게 1시간을 사용하면 된다. 이 것 역시 처음엔 엄격하게 지키려고 하다가 지금은 평균 10분정도 더 쓰곤 한다. 한국인들은 밥을 같이 먹을 때도 따로 먹을 때도 있는데 보통 11시반 땡 하면 밥을 먹으러 가곤 한다. 다들 외국에서 혼자서 타지생활을 하는지라 아침을 챙겨먹는 경우가 잘 없기에 일찍 허기를 느낀다.


밥을 먹을 때는 같이 입사한 형과 대충 빨리 헤치우고 휴게실에서 쉬고 싶은 경우는 회사 1층에 있는 호커센터에서 빤미엔을 먹는다. 3천원 안팎 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우리나라 칼국수 맛과 식감이 비슷한 음식으로 홀라당 먹고 휴게실에서 핸드폰을 하면서 쉰다.


혹은 중국에서 유학한 한국인 친구들과 5분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마라샹궈를 먹는다. 음식 스타일이 비슷한 친구와 둘이서 한사람당 5천원 내외를 내고 먹거나 이것 저것 반찬들을 골라서 먹을 수 있는 가게에 가서 밥과 반찬들을 먹곤 한다. 보통 밥 1인분에 반찬 3개 해서 야채가 많으면 2천5백원, 고기류가 많으면 3천5백원 정도 되는 음식들.  단 위생은 보장할 수 없다 :)


같이 앉아 있는 회계 부서의경우는 12시반 쯔음 식사를 하러 나간다. 회계사 분이 차를 끌고 오시기에 걸어서 가기엔 좀 부담되는 거리를 차를 타고 밥을 먹으러 간다고 한다. 여기는 보통 나가서 한시간 15분쯤 후에 들어온다. 1시간이 넘어가면 보스가 나한테 와서 얘네 언제 나갔냐고 물어보면 나는 늘 나간 시간에 10분~15분쯤 더해서 얘기해준다. 그래도 1시간이 좀 더 걸리며 늦게 올 때는 보스가 돌아온 회계팀원들에게 어디갔었냐고 물어보는데 내 생각엔 진짜 어디 갔는지 궁금한게 아니라 뭐하다 이제 온거야!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건 아마 나만의 착각이 아닐 듯.


말레이-말레이시안들과 말레이 싱가포리안들의 경우 대다수가 무슬림이다. 따라서 이제는 한국에서도 어느정도 친숙한 '할랄' 제품을 주로 먹는다. (사실상 할랄 식품만 먹는다) 할랄 식품의 경우 아침에 호커센터에 있는 할랄식당에 들러서 포장해오거나 집에서 요리를 해와서 먹는다. 나중에 후천적으로 된 무슬림 친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1시 땡하면 탕비실에 앉아서 함께 말레이 언어를 하며 식사를 한다.


생산라인의 경우 11시 30분부터 12시 15분까지 45분간 점심시간이 제공된다. 보통 11시 25분 되면 불을 딱 끄고 식사를 시작하는데 라인에서는 먹지 못하게 하여 무슬림 분들의 경우 회사 복도에서 옹기종기 앉아서 식사를 하곤 한다. PRC(여기선 중국인들을 Chinese라고 하지 않고 PRC라고 하는데, 중국에서 단순 노무를 위해 온 생산자들을 보통 칭한다. 한편 화이트칼라 중국인들의 경우는 그냥 Chinese라고 칭한다)들이나 중국계 말레이시안 혹은 싱가포리안들의 경우 아래 식당이나 5분거리 호커센터에 가서 식사를 해결하고 돌아온다. (해결이라는 말이 슬프다 시간이 너무 적다)


식사 시간이 끝나면 다시 각자 일을 시작한다. 오피스의 경우 퇴근시간까지 휴식시간이 없고 생산라인의 경우 3시 15분부터 3시 30분까지 또 쉬는 시간을 갖는다. 대게 낮잠을 자거나 집에서 싸온 간식을 먹는데 생산라인에서도 매니저급 되는 분들은 오피스와 같이 일을 한다.





퇴근시간


퇴근시간은 5시반이다. 점심시간 한시간을 제외하면 총 8시간 반을 일한다. 싱가포르 법정 근로 시간이 44시간인데 여기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셈.


프로덕션 라인의 경우 5시 25분정도 되면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정리한다. 그리고 줄을 길게 늘어서서 퇴근을 위한 홍채 스캔을 기다리다가 30분 땡 하면 한 분씩 차례대로 찍고 집에 간다. 야근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대게 자유롭게 하는데 이전에는 보통 7시까지 하곤 했다면 최근 대빵의 신년 연설 이후 9시까지도 야근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도 했다. 프로덕션 라인의 경우 1/3에서 절반 정도의 인원들은 토요일에도 출근을 한다. 주말 출근에 대해서는 매니저한테 미리 말을 하고 나오는건지 나오라고 해서 나오는건지 정확하게는 잘 모르지만, 많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적게 나오는 경우도 있는걸 보니 강요는 아닌듯 하다.


오피스의 경우 야근을 하는 사람들과 야근을 하지 않는 사람들로 나뉜다. 싱가포리안들의 경우 야근을 해도 야근수당이 따로 없다. 따라서 30분 땡 하면 가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길게 있어봐야 15분 더 있으면 30분 내로 다들 마치고 간다. 물론 야근수당이 없어도 일을 하는 매니저들도 있긴하다. 회사가 바쁘면 모두 야근해야 되는거 아니냐라고 물어볼 수도 있지만, 이미 3~4개월치의 주문이 밀린 상황에서 딱히… 뭐 더 한다고 더 빨리 끝나고 덜 한다고 더 느려지고 이런 개념이 없는 듯 하다.


함께 일하는 회계팀의 경우 월급이 작은 어시스턴트 싱가포리안을 제외하고는 싱가포리안 회계사와 두 명의 말레이시안 회계팀들은 야근을 해도 야근 수당이 없기에 야근을 잘 하지 않는다. 물론 일 자체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하겠다고 하는 열의를 갖고 일하는 친구도 있긴 하다. (딱 한 명 봤다) 지금은 그만둔 말레이시아 회계사 친구는 5시반이 조금 지나도 여전히 남아있는 나에게 언제나 Don’t spoil the market! 하면서 유유히 가곤 했었다. 그래서 나도 이제 5시 29분되면 프로그램 종료를 시작하고 30분 되면 웬만하면 스캔하고 집에 간다.


나머지 한국인들의 경우 각 부서가 다르기도 하고, 사람들도 많아져서 한 번에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일처리를 천천히 하되 꼼꼼히 하는 구매부서의 직원은 거의 매일 야근을 한다. 월급이 작아서도 있지만 실제 일을 천천히 하셔서 항상 남아서 한시간 혹은 한시간반씩 하고 간다. 세일즈 팀의 경우 정말 급할 때를 제외하고는 다들 스트레스를 어마어마하게 받기 때문에 한 시라도 빨리 이 곳을 벗어나야 된다고 하며 30분 땡 하면 간다.


나 역시 처음에 새로 들어왔을 때는 30분이 넘어도 눈치 보다가 40분쯤 슬금슬금 일어나서 일일히 한 명씩 인사를 하고 갔다. 그러는 우릴 보고 퍽 재밌게 생각한 사람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땡 하면 보스한테도 인사 안하고 그냥 간다. 인사 하면 왜 야근 안하냐고 자꾸 종용하기에 이제 스트레스 받아서 그냥 스르륵 일어나서 유유히 나간다.


한참 번역 일을 할 때 토요일에 나와서도 일을 했다. 사실 지금도 한 달에 많으면 4번 적으면 2번 정도 토요일에 나가는데 토요일에 나가면 오피스 직원들은 거의 없다. 가끔 같이 일하는 세일즈 팀의 한국인 형이 급한 일들을 처리하러 나오거나 오피스에서 일하는 PRC 직원인 지아지아만 있을 뿐. 혼자서 있다 보니 딴짓도 더 잘되고 일도 더 잘된다. 본래는 토요일에 나오기 전 매니저에게 허락을 받고 나와야 하는데 그냥 먼저 나와서 일 하고 난 뒤, ‘나 주말에 나왔었어 싸인해줘’ 라고 이야기해도 괜찮다. 일을 하면 시급의 1.5배로 계산을 해서 주기 때문에 꽤나 짭짤하다.





브런치 내의 다른 외국의 회사 글들을 보면서 출근시간이 9시인데 아무도 출근을 안하고 10시 11시가 되서야 오거나 점심시간 없이 일해서 힘들다고 혹은 자기 할 일 끝났다고 먼저 집에가도 괜찮은 직장을 다니는 것을 보면 사실 엄청 부럽다. 그리고 내가 현재 겪고있는 환경을 바라보며 안좋은 점만 자꾸 눈에 들어온다. 또 세일즈 부분의 경우 여기서는 나 같은 특별한 기술 없는 인문계들도 경력 2, 3년차에 연봉 1억을 찍는 경우도 있고.


능력중심의 사회에서 살고 싶은건지 아니면 약자를 보호해줄 수 있는 분위기의 사회에서 살고 싶은 것인지 나 역시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디를 가던 여기 중소기업보다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런 세계를 동경하며


'물가 엄청 비싼 싱가포르에서 한국의 최저임금쯤 받는다! 당장 이직할꺼야!'


라고 징징대곤 하지만 퇴근시간 되면 바로 퇴근하는 것과 출근 시간에 미리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아주 조금은 늦어도 되는 그런 분위기 그리고 일한만큼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 꽤나 큰 메리트라고 생각한다.(이게 당연한 것인데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까)


한편으로는 함께 일하는 생산직 직원들의 경우, 월급이 60만원도 안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야근을 열심히 해서 돈을 가져가려고 고생한다. 최저임금이 없는 나라다 보니깐 그리고 인력 수급이 용이한 나라다 보니깐 이렇다. 여기 시설이 좋은 것은 절대 아니지만 더 외곽으로 가면 더 안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도 많고.


아래를 보면 한참 아래를 볼 수 있고 위를 보면 한참 위를 볼 수 있는 곳 싱가포르. 


어느 누구도 나보고 이 싱가폴에서 일하라는 사람이 없었는데 나 혼자 스스로 와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무언가 웃기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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