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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생활해본 사람들이라면 아마 한 번쯤 셋방살이를 하는 경험이 있을것이다. 음... 셋방살이라고 하니 좀 슬프니 하숙?이라고 해도 좋을듯 하다. 한국의 대학가 하숙들처럼 아침과 저녁을 챙겨주지는 않으니 아 그래 세련된 말로 '쉐어하우스'라고 하면 좋겠다.

 

하늘높은지 모르고 치솟는 싱가포르의 주택시장, 강남 한복판같은 시내가 아니라도 웬만한 역세권 콘도는 한달에 300만원 안팎의 임대료가 들어간다. 콘도가 아니라 일반 주택의 경우도 약 200만원은 줘야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나같이 월급이 200만원이 안되는 저소득층을 위해 싱가포르 정부가 허락한 주거형태가 있으니 바로 HDB다. 

 

Housing Development Board라고 부르는 이 주거형태는 싱가포르 저소득층 국민에게 정부에서 99년 임대 형태로 빌려주는 집이다. 여윳돈이 있다면 이 집을 살수도 있다. 그런데 이 HDB를 아무나 살 수 있는 것은 아닌데, 강력한 법치국가인 싱가포르는(...) 소득에 따라 살 수 있는 집이 다르다. 

 

예를들어 연소득 2천만원 이하인 사람들만 이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는데 단순히 소득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교통수단 이용 정도, 해외여행 횟수, 세금체납, 도박장 출입횟수 등 온갖 정보를 다 합해 철저하게 계산한 다음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것 외에 10가지가 넘게 말해주었는데 다 까먹었다...) 

 

여기까지야 그럴 수 있다쳤는데 더 신기했던 것은 소득이 많으면 저가형 집을 못산다는 점이었다.

(응? 무슨 말이니?)

 

예를들어 연소득이 6천만원 이상인 사람은 방이 1개인 HDB를 살 수 없다 반드시 방2개 이상의 HDB를 구매해야하고, 연 소득이 8천만원 이상이면 방 3개이상의 집을 구매해야한다.

 

뭐 이런 식이다 (위의 사례는 예시로 들은 것이지 정확한 정보는 아니다)

 

아니 내 돈 주고 내가 사고싶은 집 사겠다는데 못산다고?

법이 그렇다. 

 


 

 

싱가포르 셋방살이는 대략 3가지로 나뉜다.

 

방에 화장실이 있는 마스터룸

방에 화장실이 없는 커먼룸

한국의 고시원 크기의 메이드룸

 

마스터룸의 경우 보통 방 크기도 크기 때문에 약 월 80만원 안팎

커먼룸의 경우 50만원 안팎

고시원 크기의 방 경우 대게 콘도에 위치하고 있어서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기에 작지만 35만원 안팎의 돈은 최소 내야 지낼 수 있다.

 

사람들마다 다르긴 한데, 룸메이트를 구해서 같이 사는 분들도 꽤 있다. 학생 신분이거나 나같은 WP 비자를 받는 분들은 월급이 작아서 부담되는데 커먼 가격에 50~100불정도 추가한 다음 2명이서 나눠서 내는 경우도 있고, 

 

아예 방이 2개, 3개가 있는 집 전체를 렌트해서 부분적으로 렌트를 해주는 분들도 있다. 콘도나 꽤 괜찮은 주택 홀렌트의 경우 200만원 안팎으로 렌트한 다음 70만원정도씩 부담해서 살고 있는 방법도 있다.

 

 


 

 

 

나는 방 2개의 HDB에서 월 50만원 가량을 내며 커먼룸에서 지내고 있다. 학교 다닐 때랑 인턴했을 때 통근시간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회사에서 걸어서 10분거리에 HDB로 집을 잡았고 보증금을 1달치를 낸채 집에 들어왔다.

 

처음으로 세입자를 들이는지라 침대도 없고 거울도 없는데 침대는 군대식 메트릭스 2개를 겹쳐서 자는 것으로 대체해서 자고 있고 거울은 약 4개월이 지난 뒤(...) 전신거울 하나를 사줘서 잘 사용하고 있다. (조립식이라 내가 직접 조립한 것은 함정) 또한 초반 한달정도는 눈치가 보여서 내가 잘 정리하고 다녔는데 이제는 빨래도 해주고 주말마다 손걸레질을 해주신다. 

 

나도 처음으로 셋방살이를 해보고 집주인 할매 할배도 처음 세입자를 들이는거라 처음에는 서로 조심조심 지내서 내 방에 들어올 때도 따님을 시켜 일일이 전화해서 물어보고 청소를 하시곤 했는데 내가 그냥 신경쓰지말고 막 들어가셔도 된다고 청소해주는데 내가 고맙다고 했더니 이젠 그냥 알아서 해주신다. 보통 내가 출근한 사이에 청소를 하시고 빨래는 다 하신뒤 말린 다음 고이 접어서 거실에 놔두시면 내가 잘 가져간다. 그리고 가끔 라면 끓여먹고 설겆이 하려고 할 때 설겆이를 하고 계시면 그냥 놔두고 가라고 하신다.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인줄 안다고 그래서 이제 2번 먹으면 1번은 조용히 싱크대에 놓고 간다.

 

따님 가족 내외가 둘다 일을 해서 그런지 퇴근해서 집에 가면 손자,손녀 한 명씩 집에 있다. 스마트폰 하나씩 가지고 하루종일 그것만 들여다보고 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는 샤워를 시켜주는 것과 밥만 제 때 먹이시는데 그것을 보는 내 마음도 좀 이상하다. 조부모님들과 거의 의사소통이 없고 몇 시간씩 핸드폰만 잡고있는채 하루종일 보내는 아이들을 보면... 

 

 

보통 집주인들이랑 같이 살면 스트레스가 크다고 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라 그런지 크게 스트레스가 없다. 하지 말라는 것만 안하면 아무런 터치가 없다. 예를들어 라면을 끓여먹고 나면 반드시 전기 코드를 뽑아야하는데 한국에서 살 땐 가스 밸브도 안쓸 때 안잠궈놓았던지라 습관이 들이지 않아서 좀 힘들었다. 가끔가다 까먹으면 할머니가 따로 불러서

 

'동생, 이미 여러번 말했지만 여기 집이 낡아서 전선들이 위험해. 항상 먹고 꺼놔 알겠지?' 라고 말해준다. 

 

먹을 것도 가끔 주신다. 따님 가족이 놀러와서 같이 훠궈를 해먹으면 내껄 꼭 남겨두고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끓여서 주신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많으면 두 번 밥을 차려 주셔서 밥을 먹었다. 오렌지를 어디서 싸게 구하시는지 사과와 함께 오렌지도 거실에 올려두시고 가끔 냉장고에 두시기도 한다. 나도 너무 고마워서 애기들에게 한국식 떡볶이 재료를 치즈와 함께 사서 줬더니 잘 먹는다. 요리를 할 줄 몰라서 떡볶이 넣고 끓여서 줬더니 맛있다는 말 한마디 못들었지만, 국물까지 싹싹 긁어먹는 것 보고 괜히 마음이 뿌듯(?)했다.

 

해외에 혼자 나와서 사는 것을 걱정하는 분들이 꽤나 있는데, 

해외에는 뭐 사람이 아닌 외계인이 사는가. 따듯한 할머니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집을 만날지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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