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지속하는 힘
20대 때는 잘 나가는 사람이 부러웠는데, 30대가 되니 잘하는 사람이 부럽다. 시작점은 같았는데 결과값이 다른 그들. 신기하게도 성장하는 조직에는 몇 명의 그들(능력자)들이 존재한다.
주말이 되면 주중에 스크랩했던 '공유가 많은 글'을 몰아서 읽는데, 가끔씩 그들이 생각나곤 한다. 그리고 "걔는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할까?"라는 성장에 목마른 고민에 잠긴다.
24조 5천억 원의 재산을 가진 손정의 소프트뱅크 CEO도 그들에 속한다. 조그마한 소프트웨어 유통회사에서 시작해 100조 엔의 매출을 달성하기까지, 그는 '도전과 책임을 바탕으로 하는 리더십'을 계속해왔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강력한 리더십'이 아닌, 리더십을 유지해 온 '지속성'이다. 순간의 폭발력이 아닌, 꾸준히 지속하는 힘. 오늘은 손정의의 '지속하는 힘'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1973년. 그는 후쿠오카의 명문고 '구루메대학 부설고교'를 2년 만에 그만두고 미국으로 혼자 건너간다. 몇 개월간의 어학연수로 고교 검정고시를 딴 후, 홀리 네임즈 칼리지(Holy Names University)의 ESL과정을 거쳐 2년제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한다. 그 후에는 UC 버클리 경제학부에 3학년으로 편입한다.
평범한 대학생이던 그에게 미국의 물가는 저렴하지 않았고 학비는 비쌌다. 경제적 독립이 절실했다. 19살 때 세운 인생 50년 계획을 위해서라도 목돈은 반드시 필요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선택한 방법은 '발명 특허를 따서 기업에 팔기'
이제 남은 건 아이디어였다. 가장 시간이 많이 들어갈 수 있는 단계. 그러나 손정의가 쓸 수 있는 시간은 5분 정도가 전부. 일본에 계신 아버지는 병으로 쓰러져 계셨다. 그런 상황에서도 본가에서는 학비를 포함해 월 20만 엔씩 보내고 있었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길을 걷거나, 식사를 할 때도 무조건 책을 같이 볼 정도로 공부를 해야 했다. 그리고 이미 그런 상태였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쫓기는 상황에서 손정의는 5분 동안 아이디어를 얻는 여러 방법을 시도한다. 그 중 가장 효율이 좋았던 것은 단어카드.
유아에게 언어를 가르칠 때 사용하는 낱말카드 같은 것을 300여 장 만들었다. 카드에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물건, 요즘 떠오르는 용어들이 적혀있다. 매일 아침이 되면 거기서 랜덤으로 3장을 뽑고, 카드에 적힌 3개의 단어들을 조합해서 발명 아이디어를 얻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컴퓨터, 스피커, 스탠드 카드 3장을 뽑았다. 그러면 스피커와 스탠드가 부착된 컴퓨터라는 식으로 아이디어를 짜는 것이다. 이런 조합은 당시에는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새로운 것들이 가득했다. 이게 무슨 장난 같은 짓이야 라는 강제 조합법 방식을 손정의는 무려 1년 이상 매일 했다.
그러던 어느 날에 뽑은 낱말 카드 3장. 거기에는 '음성 발신기, '사전, ', 액정화면' 3가지 단어가 적혀 있었다. 손정의는 단어들을 조합한 아이디어를 좀 더 다듬은 뒤, 무작정 공대 교수 포레스트 모더를 찾아간다.
"교수님. 저 좀 도와주세요. 아이디어가 있는데 돈도 시간도, 기술도 부족합니다. 절 위해 팀을 만들어주세요."
"협상 같은 건 안 좋아합니다. 수당은 교수님께서 정하세요. 특허가 팔리면 바로 정산해 드립니다. 대신 개발에 실패하면 교수님 몫도 없는 겁니다. 어떠세요?"
"이 자식 봐라? 그래 함 해보자"
무대포식 방식에 OK 한 교수님. 팀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손정의는 '기술적 완성도' 보다는 '사용자 편리성'에 집중한다. 제품의 타깃은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귀에 들리는 정확한 영어 발음이었다. 약 1년이 지난 77년에는 특허를 내고 시제품을 완성한다. 그리고 78년 여름, 그들은 일본으로 향한다.
파나소닉으로 유명한 마쓰시타전기, 산요전기를 비롯한 수십 개 회사를 찾아가지만 전부 거절당한다. 이미 개발 중이거나 관심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다음 리스트에 적혀 있던 곳은 샤프전자, 역시 거절당하겠지 라며 찾아간 그곳에서 손정의는 사사키 다다시 중앙연구소장을 다시 만나게 된다.
미국에서 우연히 손정의를 잠깐 만났던 사사키는 그의 열정을 높이 샀다. 그리고 현재 개발된 일-영 번역 기술 비용으로 2,000만 엔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등) 개발까지 요청하며 이에 대한 추가 비용도 지불하겠다는 제안까지 한다.
1년 후, 1979년 샤프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전자사전 형태의 첫 모델인 IQ 3000을 출시한다. 최종적으로 손정의가 모더 교수의 팀과 함께 '다국어 번역기' 프로젝트로 번 돈은 1억 엔(약 11억 원) 이상이었다. 1979년, 그의 나이가 21살이었을 때다.
모두가 "낱말카드에서 아이디어 얻기"라는 말을 듣고 웃었다. 발명 특허로 돈을 벌겠다는 말에는 손사래를 치며 비아냥 거렸다고 한다. 누군가는 생각만 하고 말았을 그 방법을, 손정의는 1년 동안 매일 꾸준히 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소프트뱅크의 CEO가 되었다. 어떤 차이가 다른 결과를 만들었을까.
무엇을 하기에 앞서 시간이 없다고 얘기하는 나, 시작한 무언가를 3일 이상 지속하지 못하는 나, 항상 결심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나에게 "지속하는 힘"은 어떤 의미일까. 오늘 밤 잠들기 전, 5분만 깊게 생각해봐야겠다.
*해당 콘텐츠는 고바야시 다다아키의 <지속하는 힘>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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