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산업(요식업, 외식업)에서는 비밀 레시피가 브랜딩 요소로 자주 쓰인다. 일반 식당뿐만 아니라 KFC, 코카콜라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에도 사용된다. 이 두 곳은 각각 콜라와 치킨 제조법을 '비밀'이라는 용기에 오랜 시간 담아놓고 있다. 게다가 몇십 년 이상 유지된 시간을 재료 삼아 마케팅에도 활용한다. 오늘은 그중 하나인, KFC의 11가지 비밀 양념이다.
KFC는 1930년대 켄터키 주에서, 샌더스 대령(Colonel Sanders)이라 불리던 할랜드 샌더스가 창업했다. 물론 시작하자마자 대박이 터진 건 아니었다. 그는 주유소를 하다가 작은 식당을 차려, 그곳에서 9년 동안 자신만의 치킨 레시피를 완성한다. 하지만 화재로 인해 모든 것을 잃는다. 남은 것은 매달 연금으로 받는 105달러뿐.
대령이라고 했으니 매달 연금이 꽤 들어오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원래 미국 남부 지역에서는 중년 남성에게 존칭으로 Colonel(대령)이라고 불러준다. 우리나라의 '사장님'과 비슷한 개념이다.
매달 10만 원의 수입에 만족할 수 없던 그는, 치킨 레시피를 팔기 위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다. 항상 돈이 부족해서 끼니는 홍보용 치킨 조각으로 때우는 1,009번의 시도 끝에 구매자를 찾는다. 그리고 치킨 1조각당 일정 금액의 로열티를 받는 계약을 맺고 *구매자의 식당에서 치킨을 튀긴다.
*이때 투자자가 미국의 햄버거 체인 웬디스를 창업한 데이브 토머스(Dave Thomas)
이때 만들었던 치킨은 11가지의 비밀 양념을 배합했다고 알려져 있다. 양념의 정체나 배합비율은 KFC 내에서도 1급 극비로 분류되어 있다. 대중들에게도 공개된 적이 없다. KFC도 정확한 레시피는 켄터키 루이빌에 위치한 본사의 대형 금고 안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치킨 레시피는 창업주와 관련된 몇 명만 아는 걸까? 아니다. 이는 KFC의 마케팅 전략에 따른 콘셉트일 가능성이 99%다.
미국에서 음식을 팔려면 식약청에서 안전성 검사를 받아야 한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미국 식약청이 재료로 모르는 치킨을 판매하게 놔두었을까?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얘기하지 않는 게다. 정부기관의 신뢰에 대한 문제도 있고, 혹여나 실수로 말했다간 100% 고소를 당할게 분명하다.
재미있는 것은 KFC가 비밀 레시피를 이용한 마케팅을 코카콜라만큼 잘한다는 거다. KFC의 공식 트위터에 들어가 보자. 팔로워가 딱 11명이다. 눌러보면 5명의 여성과 6명의 남성이 보인다. 그중 여성 5명은 영국의 걸그룹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의 멤버들이다. 나머지 6명은 모두 남성인데, 특이하게도 이름에 Herb가 들어가 있다. 합치면 5명의 Spice + 6 Herb다. 그렇다. KFC 치킨의 11가지 비밀 양념을 영어로 하면 "11 herbs and spices"가 된다.
보통 기업들은 매출의 핵심이 되는 원천기술은 특허법을 등록하여 특허출원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해당 기술을 공개해야 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특허출원을 하지 않는다. 금고 안에 보관된 레시피, 전 세계에서 몇 명만 알고 있는 비밀의 조합법.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부풀리지며 커다란 시크릿 볼이 되어간다.
KFC의 비밀 레시피는 항상 이슈가 되어왔다. 2018년 8월에는 창업자의 조카가 자필로 적어진 치킨 조리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개된 레시피에 따르면 타임, 바질, 오레가노, 셀러리 소금, 백후추와 흑후추, 건조 겨자, 파프리카, 마늘 소금, 생강 파우더, 밀가루 2컵 등이다.
그러나 KFC는 이에 대해 정확한 레시피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추가 해명도 없었다. 궁금해하는 대중들 사이에서만 추측이 난무할 뿐이다. KFC는 비밀 레시피를 마케팅으로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다. 그러니 이번 주에는 11가지 비밀 양념으로 만든 치킨을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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