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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사 다니는 생활리듬에 스며들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제일 적응이 안됐던 것은 월-금 매일 아침 8시 30분부터 저녁 5시 30분까지 회사라는 곳에 내가 앉아있다는 사실이 적응이 안돼서 힘들었다.



그 말은 일을 한다는 것 자체도 익숙하지 않고 신체적인 리듬이 취준생 때와 달라서 새 리듬으로 회사를 다닌다는 것이 내 몸이 적응을 못해서 어색했다.
그런데 이제 평일에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하루 루틴을 반복하니까 그런 리듬에 적응이 됐다.



굳이 비유를 해 보자면, 갓난아기가 엄마 배에서 나와 이 현실의 세상에 살아가면서 낮잠을 자는 습관을 벗어나 어른과 같이 낮잠을 안자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맥락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일찍 일어나서 가야 하는 곳이 고작 회사라는 사실은 퇴사해도 적응이 안되고 낯설게 느껴질 듯하다.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 쉰다는 생활의 리듬에 익숙해졌고, 앞으로도 최소 10년은 그런 리듬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에 나의 몸이 무릎을 꿇었다.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회사에 못 가고 여우콩만 한 돈이라도 받으려면 어떻게 해서든 눈을 비비고 일어나 회사로 출근을 해야 하는 삶을 사는 것이 당연해졌다.

열심히 일한 평일이 지나면 짧지만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주말이 얼마나 재밌는지 모르겠다.

또 하루, 하루 지나 보면 참 짧고, 그 하루들이 모인 일주일도 참 짧다.





2. 꼰대의 패턴을 알면 꼰대가 우습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회사 직원의 80% 정도가 기본 근속 8년 이상-20년이라서 고인물+꼰대 집합소이다.

그들끼리 너무 친하기 때문에 신입들은 텃새를 견디기 힘들어한다.
또 우두머리가 굉장히 대접받고 싶어 하고 신세계 같은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본인이 신처럼 여겨지길 바란다.
모두가 대표의 말 한마디, 표정 한 마디에 벌벌 떨고 땅을 긴다.
사실 돈 주는 사람 비위 맞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좀 과할 때가 잦다.



이런 꼰대들은 유형도 가지각색이다.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파악하면 꼰대도 이제는 우습다.

아,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말을 하겠구나? 예상하면 아니나 다를까 정말 내가 속으로 생각했던 말이 꼰대 입에서 나온다.

그럼 그 반응을 맞추는 재미가 얼마나 통쾌한지 모르겠다.

이미 예상을 했기에 꼰대들의 말이나 행동에 상처 받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그들의 하나하나 다른 기출 유형에 나는 모법 답안을 적어 내기만 하면 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향상된 것은 얼마나 꼰대의 비위를 잘 맞추냐가 생존 스킬의 기본 중 하나이다.

꼰대가 꼰대가 된 이유를 파악하면 그러려니 하게 된다. 뭐든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그저 회사 밖을 벗어나면 저 사람도 슬리퍼를 질질 끌고 편의점에서 담배 사는 주말의 동네 아저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그냥 애초에 나와 생각을 다르게 한다고 생각하면 꼰대스러움을 상대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3. 내 이름으로 담당하는 일이 생겼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내 이름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그만큼 회사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을 어필할 수 있고, 또 아무 일도 안 하고 하루 종일 눈치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뭐라도 하면서 시간을 쓰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
물론 과하게 바쁘면 그것도 문제이지만 적당한 바쁨은 필요하다.



사수의 퇴사로 업무를 인계받으면서 내 이름으로 진행하는 업무의 양이 꽤 늘어났다.
그 말은 여기저기서 나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내가 아니면 이 업무를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면서 나름 자부심이 생겼다.



또, 그 업무가 나중에 이직을 위한 나의 경력으로 탄탄하게 기초가 되는 업무들이라서 매우 만족스럽다.

무역영어, 국제무역사 자격증을 공부하면서 보던 서류와 용어들을 실무적으로 접하다 보니 꽤 직업에 대한

흥미와 만족도가 상승하는 중이다.



해상 수출 같은 경우는 업무의 텀이 긴 편이고, 또 신용장 거래는 더욱 길다.
그래서 지치긴 하지만 그렇게 여러 유관 업체들과 한 업체의 수출을 위해서 고군분투하다 보면 뿌듯하고 일 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이 과정 중에서는 간혹 실수를 하거나 업무의 오류가 생기면 해결하는 성취감이 생긴다.







​4. 돈 쓰는 맛이 아주 짜릿하다.


매 달 25일, 월급을 받는다. 절대로 월급을 많이 받아서 행복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물건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결제를 하는 그 짜릿함은 극도로 행복하다.
크지 않은 돈이라도 온전히 한 달 동안 고생한 나를 위해 어느 정도의 돈은 쓸 수 있다.
금액의 액수가 크든 작든 돈을 쓴다는 행위로부터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아, 내가 이렇게 돈 쓰려고 그런 일들을 감당했구나를 깨닫고 머릿속으로 지나간 사표를 내기 직전의 그 순간들의 장면들이 스친다.
물론 작고 소중한 월급도 통장을 스쳐 여기저기로 사라진다.



취준생 때는 월급이 0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00만 원 이상 나의 통장에 돈이 있으니 그저 존재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다.
이런 월급으로 언제 차를 사고, 언제 집을 사고, 언제 어떠한 목표를 위한 돈을 모을까 싶지만 적당히 쓰고 적당히 모으는 것에 목표를 둔다.
단순히 월급으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을 알게 되고 난 작은 월급이 밉지 않다.
또, 지금은 사회초년생이니 경력을 쌓고 나의 가치가 높아지면 월급도 높아지겠지라는 희망으로 살아갈 뿐이다.

돈을 벌고 쓰면 또 돈을 벌면 된다.







5. 루틴을 알면 회사 다니는 것이 편해진다.




매일 회사를 가서 일을 하면서 보고 듣게 되는 것들이 있다. 업무의 루틴을 완벽하게 파악했다.
1년 단위로 봤을 때, 분기마다 진행하는 행사가 있다. 또, 매 달 마감하는 서류들이 있다.
또 주 단위로 진행되고, 날마다 일어나는 업무들을 다 경험했다.



어떤 방식으로 회사의 업무가 돌아가는지 알게 되고 내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면 되는지 파악이 됐다.

나는 내가 맡은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면 된다. 너무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는 없지만, 또 과하게 근무태만을 하지 않으면 된다.
그저 적당한 월급처럼 나도 회사가 망하지 않을 정도로 그냥 보통의 속도로 회사가 굴러갈 정도로 나의 일을 하면 된다.
어차피 회사가 잘 돼서 버는 돈은 사장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돈이다. 내 통장으로 돈이 더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열심히 해 봐야 알아주는 사람 없고, 월급도 크게 오르지 않는 현실을 알아버렸다.



이런 루틴의 익숨함에 적응을 해서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많아졌다.
나 스스로 업무 실수를 하면 수습하는 능력도 생겼고, 처음 맡는 업무도 직전에 진행했던 서류들을 보면서 차근차근 해내며 응용 능력을 발휘하면 뿌듯하다.

이런 상황들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그래서 어떤 회사를 다니는 그 회사의 업무 루틴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숙지하는지가 회사 생활 적응의 키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이 일 다음에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면 회사 다니는 것이 조금 편해진다.





6.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다. 빌런의 사고는 나의 웃음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일 못한다는 소리는 안 듣는 것이 나의 회사 생활 목표이다.

사람이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신입사원이라면 아직 회사를 잘 모르고, 사회생활의 경험이 부족하다면 일 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회사에 빌런을 보면서, 내가 일을 못하는 사람은 아니고 평타는 치겠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내가 회사를 다니는 것이 재밌어진 이유 중 78% 를 차지한 주인공은 바로 입사 동기 빌런이다.

이 사람으로 말하자면 다 적기에 부족하지만,



* 일 머리가 없음

일 처리하는 센스가 없음

실수가 아닌 실수를 해서 모두를 놀라게 함

하루도 실수나 사고를 안치고 넘어가는 날이 없음

의도치 않게 불운의 아이콘이 되었음

본인 잘못이 아닌데 본인 잘못으로 사고를 수습해서 힘들어함

여기저기 사고 치고 다녀서 모든 사람들의 안주거리임

실수를 하거나 일이 잘 안 풀리면 물에 빠진 생쥐가 됨

항상 자신감이 없고 긴장을 과하게 하며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다님

어깨에 힘이 없고 눈에 힘이 풀려있으며 땅만 보고 걸어 다님

본인이 실수한 것을 숨기고 일 잘하는 척하려고 거짓말을 함

입사 7개월이 넘어가는데 기본적인 업무 미숙

본인 담당 업무도 잘 모름



더 이상 말하기에 너무 피곤하다.



아무튼 이 사람이 사고 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웃기다.

나 또한, 그 사람이 사고를 치거나 업무를 하다가 실수를 하면 피해를 본 적이 많아서 어금니를 악 물고

왕 펀치를 날리기 직전까지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는 매일매일 상상을 넘어서 예상치 못한 정말 어이가 없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고 다니는 빌런을 보면서

기대가 된다. 오늘은 또 어떤 일로 나를 놀라게 할지 너무 궁금하다.



어딜 가나 일 못하고 센스 없는 사람이 꼭 한 명은 있다더니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있을 줄 몰랐다.

이제 이 사람이 제 발로 회사를 나가거나 아님 이 사람이 번개를 맞고 완벽하게 변하거나

둘 중에 하나의 결과를 기대하며 회사를 다녀야겠다.



직장 생활 7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매일 아침 차에 치여 죽고 싶을 정도로 회사 가는 것이 싫었는데,

요즘은 회사 가는 것은 재밌다. 또 회사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서 사람들의 반응 구경하는 것도 웃긴다.

무엇보다 재밌는 점은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같은 일이라도 다르게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관찰하는 재미가 아주 크다.



앞으로 회사를 다니면서 어떤 요소가 나의 회사 다니는 재미를 형성하게 될지 궁금하다.

빌런, 제발 정신 차리고 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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