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나는 취업에 얼마나 간절했나 그런 질문을 나에게 자주 던질 때가 있다.
그 답은 뚜렷하게 그렇지 않다고 결론이 내려진다.
누구나 취준생의 신분으로 겪게 되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겠지만 사실 나는 그 누구보다 힘들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남들과 비교하면 나름 짧은 시간에 단 번에 면접을 합격해서 운이 좋게 취업이 되었다.
내가 취준을 할 때는 운이 좋게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는 말이 너무 싫었다.
그 운이라는 것을 왜 당신만 갖게 된 건데요?라고 묻고 싶었다.
내가 지원한 회사는 나에게 입사의 기회라는 운을 주지않았고 서류전형에서 부터 탈락이라는 불운을 주었다.
결론적으로 나에게 그 흔한 면접의 기회 조차 주지 않았었다.
내가 가고 싶은 회사가 아닌 어쩌다 가게 된 회사를 간 것을 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화려한 수식어가 아닌가 싶다.
내가 원하는 회사를 가게 돼야 진정한 운이 좋은 취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수치화를 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나의 취업 데이터를 보면 이력서 지원 수, 자소서 작성 수가 어디에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로 많지 않다.
그러나 6개월이라는 누군가에게는 길고, 짧을 수 있는 이 시간 동안 나는 취업에 얼마나 간절했는지 회상하게 되었다.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도 않았고, 자소서를 100개 가까이 쓰지도 않았다.
또, 자격증 공부와 자소서 쓰기로도 충분히 힘들고 지쳐서 나의 스펙업을 위해서 밤에 자는 잠을 포기하면서까지
극도로 취업에 열중하지 않았다.
자격증 공부와 공인인증 영어성적을 취득하기 위해서 이미 시험비와 인강, 교재로 소비한 돈이 꽤 커서
더 이상 따로 채용절차에 시험을 봐야 하는 기업은 지원조차 안 했었다.
취업을 하게 되면 월급으로 내가 스펙업을 하면서 소비한 돈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되겠지라며
취준생으로 살면서 꽤 큰돈을 나의 취업이라는 인생의 한 단계를 위해서 돈을 쓰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직장인이 되고 느끼는 점은 그런 투자가 있었기에 지금 현재 직장인이라는 신분으로 살 수 있었나 싶다.
내가 그런 투자와 도전을 안 했다면, 나는 지금도 백수가 아닐까?
n개월 혹은 수년 동안 취업을 위해 이 험난한 취업시장 속에서 매일 자신과의 싸움, 또 경쟁자들과의 싸움 속에서 힘겹게 성장하고 있는 취준생들을 보면
나는 너무 잘하고 있다고 또 본인의 미래를 위해서 달려가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고 응원을 해 주고 싶다.
나 역시 취업 준비생이라는 신분으로 차가운 취업시장 속에서 나의 길을 찾기 위해서 이리저리 헤매면서 넘어지기도 하고 달려보기도 하면서
결국은 지금의 회사라는 중간지점에 멈춰서 잠깐 취업준비라는 것을 중단했다.
지금 직장이 있다고 해서 평생 직장인이라는 보장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충동적으로 퇴사를 하게 될 수도 있고, 잘 나가던 회사가 갑자기 망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언제나 취업준비생이 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어떤 커뮤니티에서 직장인과 취업준비생의 스트레스를 비교하는 글을 보게 되었는데 이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두 고통 모두 지극히 고통스럽고 또 어떤 상황과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서 그 스트레스의 정도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취준생일 때, 서류전형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고 구두를 신은 발 속에는 스타킹 사이로 땀이 차서 답답함을 억누르고
긴장되는 순간에 두 손을 꽉 잡으며 이 면접의 시간이 빨리 지나기를 바라던 그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그저 나의 꿈의 실현도 아닌 한 달에 고정적인 월급을 받기 위해서 회사를 다니고 싶어서 면접을 보는 건데
면접 때 면접관은 나의 인생을 평가하면서 올바른 대답을 하기 위해 나를 바라보는 독수리 같은 앙칼진 눈빛이 너무 싫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쌓은 경험과 당신의 회사가 원하는 업무와 늘 옳을 수는 없는데, 왜 나는 죄를 지은 사람 마냥 이런저런 질문에
면접관의 마음에 드는 대답을 하기 위해서 애를 써야 했나 싶다.
나는 나대로, 회사는 회사대로 서로가 원하는 그림이 다르면 그냥 안 그리면 되는 건데?
면접이라는 게 참 그렇다. 막상 불합격 통보를 받게 되면 그렇게 기분이 나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면접을 앞두고는 이미 면접을 붙게 되었을 때를 희망하면서 직장인이 된 나를 그려 보기 때문이다.
이미 그려놓은 그림을 완성하지 못하면 그 누가 좋아할 수 있냐는 말이다.
아무튼, 나는 취업을 하면서도 간절하게 내가 원하는 일이 없었고 기업도 없었다.
만약 내가 원하는 일과 기업이 뚜렷했다면 나의 취준생 시절은 훨씬 더 괜찮았을까?
그저 외국어를 전공했다는 이유로 조금이라도 외국어를 활용할 수 있는 업무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현재는 내가 하는 무역업이 꽤 만족스러운 편이다. 비록 박봉이지만, 수출 한 건 끝날 때마다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하루라도 취업준비생으로 살아보면 넘쳐나는 잘난 고 스펙자들 사이에서 자존심 갉아먹으면서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대로 나는 나대로 나의 인생의 경험을 회사에 맞추지 않고 나에게 맞는 회사를 찾으면 된다.
직장인이든 취업준비생이든 본인들에게 주어진 일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열심히 사는 랜선 밖 독자들에게
오늘도 그저 오늘의 하루를 보낸 것 자체로 고생했다고 응원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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