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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취업] 해외 취업 면접, 오늘도 망했다. - 학부 졸업한지 1년 조금 넘은 내가, 싱가포르 대학 교직원이 된다니?

 

 첫 번째 싱가포르 로컬 에너지 기업과의 면접은 저번주였다. 이번에는 바야흐로 두 번째! 싱가포르 대학교의 교직원 포지션. 교직원이라고 진짜 학생들을 가르치고 품고 훈육하는 것이 아니다. 싱가포르 대학교 내 글로벌 러닝 센터에서 일하는 마케터다. 교내 학생들을 외국으로 보내도록 설득하는 마케팅 전략을 짜야하고, 학생들의 구미를 당길 매력적인 해외 수학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또 그 과정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내야 한단다. 경력 3년 이상 지원. 비자 발급 가능. 

 

예? 무슨 말이시죠. 잘 이해가.; 

 

그래서 지원했다. 궁금하니까. 뭔진 모르지만, 학부생 시절 3번이나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로 나갔던 전력이 있는 사람이기에. 한국에서의 마케팅 경력이 2년 정도 있는 백수이고. 해외 인턴십도 해보고 해외 봉사활동도 해보고 교환학생도 해보고 배낭여행도 스무 국가 가까이 해본 대학생이었던 경험을 살렸다.

 톡톡, MSG를 잔뜩 뿌렸다. 

 생각해보니 교육 필드에서의 내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 큰 단점으로 작용할것 같았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20살 때 했던 국어학원 조교 선생님의 경력을 한껏 - 오른 손으로 비비고 왼 손으로 비벼서 멋지게 요리해, 레쥬메와 커버레터에 적었다. 사실 딱히 많이 한 건 없지만. 그래도 학생들 및 학부모님들과 지지고 볶고 했던 경험이 있으면 득이 되리라. (아르바이트를 주선해 준 사랑하는 윤희야, 18살 때부터 늘 고맙다. 한국 돌아가면 소주 살게. 취업 망한거니까.)

MSG와 각종 조미료와 양념이 다채롭게 데코된 마법의 한 상이 차려졌고, 그대로 전송했다.

 

시간은 흘러 흘러 내가 지원한 것도 잊고 있을 찰나에 이메일이 한통 왔다. 지원한 지 2주나 지나서 온, 서류합격 메일. 탈락한 줄 알았는데? 좋다. 면접을 볼 장소인 클레멘티 역으로 향했다.


늦을 줄 알았는데 꽤 빨리 도착했다. 아아, 그런데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이미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학부를 졸업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햇병아리 마케터. 그게 바로 나다. 그런데 아직 내 마음과 몸은 대학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건지. 난 분명 일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대학교에 도착한 건데, 파릇파릇한 청춘들의 에너지와 생기발랄함에 정신을 못차리고 반해버렸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젊은 학생들 투성이였다. 피어싱을 하고, 배꼽티를 입고, 레깅스에 닥터마틴 워커 차림. 문신으로 뒤덮인 몸과, 백팩을 든 무리들이 서로 지나쳐간다. 요란한 색으로 투톤 헤어를 한 아가씨와 히잡으로 온 머리카락을 가린 학생이 인사를 하며 어디론가 바삐 향한다. 

야자수를 헤치고 삼삼오오 맥북을 껴안고 조별과제를 하러 가는 학생들. 삶에 잔뜩 쩌든 얼굴로 소파나 벤치에 앉아서 두꺼운 책을 헤집고 있는 가련하지만 내겐 누구보다 부러운 영혼들. 학교 교내식당로 들어가서 점심은 무얼 먹을까- 싱가폴 음식 ? 한국 음식? 파스타? 말레이 음식? 하고 고민하는 게 다 보이는 , 내 동생 또래의 청년들. 나도 어린 편이다. 맞다. 그렇지만 그들의 젊음과 창창한 가능성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그 자유로움과 푸른 봄이 질투가 났다. 정말 어쩔 줄 모를 지경이었다. 유학을 가볼까? 늦게나마 대학원을 가볼까? 카자흐스탄에서 보냈던 교환학생 시절이 떠올라서 향수에 잠겨들기 시작했다. 


짧았던 소회는 금방 끝났다. 아니나 다를까, 면접이  시작되었다.

일본인처럼 생겼지만 말투와 이름에서 싱가포리언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디렉터가 들어왔다. 프라다 카드지갑 목걸이를 목에 걸고, 연신 울리는 핸드폰을 손에 쥐고. 내 레쥬메와 커버레터를 프린트해오지 않았다고 하길래 (이때부터 망했다는 걸 깨달았다. 레쥬메와 커버레터를 프린트 해오려고 했었는데, 프린트 해주는 우리 동네의 가게가 문을 닫았다! 세상에. 면접에 늦을까봐 어쩔 수 없이 프린트 해오는 것은 생략했는데. 이럴 수가.) 자기소개서 없이 면접을 보는 초유의 사태 진행. 면접은 이렇게 진행되었다.

 

"인턴 친구가 네 레쥬메와 커버레터를 뽑아올거야. 그 전까지 미안한데 먼저 너 자기소개부터 해줄래? 미리 시작하자."

"그래. 내 이름은 Gabi, 1992년 생이야. 난 열정적이고, 혼자서도 일을 잘하는 동기부여가 확실히 된 사람이고, 굉장히 친절하고 긍정적이야. 내가 스타트업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며 나는 혼자서도 업무를 잘 처리할 줄 알아야 하지만 동시에 팀원의 한 명으로써도 팀워크를 잘 발휘해야 했어. 그래서 나는 그런 분위기가 잘 맞는 사람이야."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 지 아니?"

"내가 검색해 본 바로는, 50개 넘는 나라와 협정을 체결해서 교환학생이나 워크캠프 프로그램, 아니면 동계/하계 해외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미국, 영국, 유럽, 호주 이런 곳이랑.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전달해주게 돕고, 또 외국에 나가서 새로운 가치를 탐방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런. 맞니?"

 

"음........네가 조금 잘 못 알고 있는게 있어. 맞는 말이긴 하지만, 우리는 비영리기관이 아냐. 학생들을 케어하는 것도 물론 네 몫이 될 수 있지만, 우린 뭐랄까. 좀 더 여행사 쪽에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 여행사라니?"

 

"예를 들어 여행사에서는 , 여행을 주관하고 여행지를 추천해주고 사전, 사후 케어를 도맡아서 해주는 일을 하잖아. 우리도 마찬가지야. 각 나라 여러 학생들 및 대학과의 교류를 기반으로 학생들의 선택을 돕는 일을 해. 하지만 그저 그들의 영달과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게 아냐. 봉사활동이 아니라는 말이지.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을 한 다음 학생들을 유치하고, 그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는 일을 하는 것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내. 그래서 우리는 세일즈 마인드와 마케팅 마인드가 반반씩 있는 사람을 뽑는 거야. 학생들을 대면하고 학생들을 인솔하고, 뭐 그런 일은 거의 하지 않는 다고 보면 돼."

"^^; 아. 그렇구나."

 

"혹시 싱가폴에 남자친구나 남편, 아니면 친척이 있니?"

"아, 아니. 남자친구나 남편은 없고, 지금은 그냥 친척 집에 살고 있어."

"그렇구나. 그럼 여기에서 서포트를 받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있다는 거구나.....(혼잣말)"

"응."

 

"그럼 여기에는 지금 뭐하고 있는 건데?"

"한국 회사를 그만두고 이 곳에 와서 직업을 구하고 있어. 현재 00에서 살고 있고."

 

"혹시 네가 카자흐스탄 KIMEP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을 갔다온 애니?"

"앗? 맞아, 난데?"

 

"아! 그 이력서. 너구나. 그래. 그걸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응, 난 도전적인 일을 좋아해. 사실 나는 카자흐스탄이랑 하와이에서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서 몇 달씩 지낸 적이 있어. 그 때의 기억이 그냥 '재미' 그 이상이었던 이유는, 그 이후에 뭔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야. 일례로 나는 카자흐스탄에서 교환학생을 끝내고 난 뒤 인턴십을 하게 되었어. 그리고 하와이에서는 시니어 센터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진행했었지. 그러자 그 시간들이 더 특별한 경험으로 남게 되었어. 사람들은 남들과 같은 것을 이제 원하지 않아. 교환학생? 너무나 많지! 이 세상에 백 개 천 개 정도 될거야. 그런데 교환학생 앞 뒤로 새로운 프로그램이 있다면, 커스터마이즈 하여 학생들과 예비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그건 정말 한층 멋지고 설득력 있어질거야."

 

"너 말 좀 하는구나? 그럼 이번엔 네가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경험을 좀 말해줄래?"

"내가 창업멤버는 아니었지만, 나는 정말 열심히 또 여러 직무를 맡아서 일했어. 마케팅 매니저 및 사업개발 매니저 직무였지. 콜드콜을 하고, 콜드 이메일을 보내고, 사람들과 미팅을 주선하고 또 미팅 자리에 나가기도 하고, 새로운 파트너와 협력사를 찾아내고. 그런 일들을 해왔어. 물론 그 때 매우 어렸고, 대학생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여러 성과를 내기도 했지. 대부분은 너무나 힘들었어. 성과가 아예 없었지. 하지만 커스터마이즈를 하여 그들이 원하는 니즈를 잘 파악한다면 승산이 있더라고. 그게 내가 배운 거였지. 그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 지 미리 연구를 하고 컨덕트할 것."

 

"네가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된다면 스타트업 비슷한 느낌을 계속 받게 될거야. 여기서 일할 사람에게는 정말 무제한의 자유와 창의성이 주어질 거 거든. 인턴과 디자이너도 네가 마음대로 정해서 뽑아서 쓸 수 있어. 대신 성과를 내는 것도 네 몫이지. 세일즈라고 생각하면 돼. 어떤 마켓, 어떤 나라, 어떤 대학에 초점을 맞추고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운영할 것인지도 전적으로 네 몫이야. 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 같지 않니?"

"응. 그렇네. 내가 만약 일하게 된다면, 지금 그냥 생각난 건데. 링크드인을 이용해도 괜찮을까? 구글링해서 한국의 대학들을 다 찾아내서 콜드콜하고 콜드이메일링 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내는 것도 좋지만, 여러 채널과 툴을 다각화시키는 것도 좋을 듯 해서. 너희는 원래 링크드인을 사용했니?"

 

"아, 좋아! 정말 좋아. 음, 글쎄. 대부분은 그냥 구글에서 검색한 뒤 찾아낸 다음에 영업을 하고 미팅을 했던 걸로 알고 있어. 그리고 한국 출장을 꽤나 자주 가야할 거야. 그런 면에서 넌 더 늙어보여야 해. 대부분 네가 맡을 고객들과 스테이크홀더들은 교수님, 차장님, 학과장님과 학교 교직원이니까. 근데 넌 너무 어려보여 지금. 그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있어 보이는 사람을 원할거란 말이지. 다음에는 안경을 쓰고, 좀 그래야겠다. 하하"

"아....하하...그래.... 안경도 쓰고 화장도 좀 더 할게 그럼."

 

"네 이력서를 보니까, 갑자기 한순간에 다 정리하고 싱가폴로 건너온 듯한 느낌이 들어.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해외에서 일하는 것은 내 오랜 꿈이고 소원이었어. 그냥 갑작스럽게 결정한 게 아니야.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고 내 스스로의 가능성을 더 키워보고 싶었어. 예전에 싱가폴에 놀러온 적도 있었고, 여기에 친척이 지내기도 하고, 여러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고민 끝에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싱가포르로 온 거야."

 

"음, 그래, 그래 좋아. 우리 이제 거의 다 끝난 것 같네. 혹시 질문이 있다면 ?"

"응, 몇개 있어. 

1. 마케팅 일도 하지만 주로 사업개발 및 세일즈 쪽을 더 염두에 두고 있니? 그럼 나는 좀 더 세일지(Salesy)하게 퍼포먼스를 만들도록 노력하는 데에 가치를 둬야 하니? 만약 그렇다면 , KPI나 2018년도의 최종 목표 (Ultimate goal)이 뭔지 알려줄 수 있을까?

2. OJT나 인수인계를 받을 수 있을까?

3.디렉터라고 알고 있는데. 넌 여기서 맡은 직무가 뭐니? 무슨 일을 주로 하니?"


  역시나 진빠지고 사람 기운을 쏙 빼먹는 해외 기업과의 면접. 영어 면접은 정말 2배로 어렵다. 한국어 면접도 가끔 망치니까. 그와 예의바르게 악수를 나누고, 엘레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정처없이 아래로 아래로 향하면서 몽롱해졌다. 내가 원하는 디지털 마케팅 직군과는 약간멀지만, 월급이 매우 괜찮았고 (^^) 무엇보다 젊은 학생들의 에너지를 받아가며 예쁜 교정에서 일하고 싶었다. 또한 비즈니스 디벨롭먼트 경력을 쌓으면 나중에 또 재미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함께 일할 동료들이 모두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diversity도 굉장히 끌렸다.

 

 그러면 뭐하나, 맨 처음에 대답을 잘 못 했으니. 흑흑. 그러면 뭐하나, 난 너무 어린데. 모래모래흙흙자갈자갈똥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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