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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온 후 면접을 몇번 보았는 지 세어보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여섯 군데의 회사와 면접을 보았으며, 사실, 2차 면접, 최종면접 등등까지 합친다면 ..... ^^ 심지어 아직 2 곳, 면접을 새로 볼 회사가 남았다..... 진행 중인 면접들도 세 군데가 있고.

 살면서 이렇게 인텐시브하게 면접을 많이 보러다녔던 날이 없다. 학교 졸업하기 전부터 일을 시작해서. 이런 진정한 의미의 취준은 처음이다. 즐겨야하는데.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데. 나는 즐길 수 없으니 곁길로 돌아서라도 피하고 싶다. 우리나라 취준생들 모두 힘내세요.....일단 저부터...... (2월 4일 현재 : 65개/100개)

 


 싱가포르 구글 오피스에서 일할, 아웃소싱 회사(?)의 전화 면접 후기를 남기고자 한다. 사실 5일 전에 본 전화면접이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링크드인으로 지원했으며 , 커스터머 서비스 + 어카운트 매니지먼트 + 디지털 마케팅 지식과 배경을 모두 요구하는 곳이었다. 콜드콜을 한다는 것 제외하고는 전체적인 JD 및 포지션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사실, 그 회사가 페이스북의 벤더(아웃소싱이라고 추측한다. 확실치 않음)인 것을 어떤 한인분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되었다. 이때다 싶어 별 생각 없이 링크드인으로 지원했다. 운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딱 뽑고 있었으니. 

 

 아니나 다를까. 코리안 스피킹을 뽑고 있었고 디지털 마케팅 관련 지식이 있으니 당연히 서류 면접은 통과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생각대로 되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였다. 회사 지원을 60개 정도 하다보니 이제 어느정도 확률 계산이 되기 시작했다. 내 깜냥으로는 진짜 안 될 것 같은데/웬만하면 나한테 연락 딱 오겠는데...싶은 회사는 감이 온다. 

 

 전화 면접이 잡히기 전에 Hiring 담당자가 일처리가 미숙하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전화 면접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당일 날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생겨 다음 주로 전화면접을 미뤄야할 것 같다느니.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그 후에 전화 면접을 준비했는데 2시에 전화한다더니 1시 50분에 전화를 한다거나. 10분 차이가 뭐 그리 크냐고 할 지 모르지만 사실 2시에 한다그러면 딱 맞춰서 지원자와 면접관 모두 2시에 칼같이 해야하는 거다. 그래야 시간 약속인거고, 그래야 면접인 거고. 하여간 이 사람 밑에서, 글자 그대로 '이 사람이 다니는 회사' 내에서 일할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불평은 고이 접어두고 전화면접에 임했다. 첨언하자면, 당신이 만약 어떤 싱가포르 회사와 면접을 앞두고 있는데 일을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한다면 그 회사에 큰 기대는 걸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면접 시간 조율 및 면접 진행도 회사 내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데, 그러한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은 회사다? 사이즈가 딱 나온다.


 아무튼 나는 인맥을 통해 이 회사가 페이스북의 광고 마케팅 및 한국 시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싱가포르 페이스북에 가서 일할 것이라는 사실(그러나 이 또한 반전이 있었으니....)까지 입수했기 때문에 HR담당자보다 한 수 위였다. HR 담당자는 차분하고 신나게 잘 알려진 거대한 '미국 MNC'이며, '광고 마케팅' 및 '한국 마켓'을 담당할 것이라는 이미 알고 있는 디테일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살짝 한 눈까지 팔면서 나는, 그래그래 알겠다고 건성으로 말했다. 그러다 갑자기 깜박이도 켜지 않고 훅 들어오는, 예상 못한 반전이 있었는데 -

나 : 회사 이름을 좀 알려줄 수 있겠니?

HR: 그건 안돼. 기밀이라서. 미안.

나 : (훗. 이미 알고 있어) 그럼 회사 주소를 알려줄 수 있겠니? 내가 얼마나 통근 시간이 걸리는 지 계산해야 하잖아. 그 정도는 알려줄 수 있잖니.

HR: 회사는.. Pasir Panjang에 있어. 서남쪽에 위치해 있어.

나 : (????? 페이스북은 북동쪽에 있다고 했었는데? 베독에?) 뭐라고? 파지르 뭐? 서남쪽이라니, 동쪽 아니야? (무척 당황)

HR: 응 ^^ 서남쪽이야. 조금 멀 수도 있겠다. 미리 알아둬. 네가 2차에서 붙으면 최종면접을 보기 전에 당연히 회사 이름을 알려줄거야.

나 : (이게 무슨???) 아, 그러니까, 동쪽이 아니라는 거지........ (페이스북이 아니구나.)그렇구나.....알겠어......

 

 그 이후로 나는 면접에 말리기 시작했다. 너무 당연하게 페이스북 아웃소싱으로 들어가서 그 곳에서 일하고, 내가 미리 알고 있던 사람들의 팀에 합류하는 계획이라고 미리 예측하고 있었는데. 그게 다 아니라니. 페이스북이 아니라니. 그럼 뭐지? MNC, 미국계 기업, 엄청 큰 회사고, 서남쪽.... 앗? 설마? 

 

 몇주 전 예쁜 내 친구 다혜가 구글 싱가포르에 놀러갔다 왔다던 이야기가 퍼뜩 생각났다. 그 때 연주와 다혜, 나 이렇게 셋이서 카페에서 낄낄거리고 있다가 다혜가 싱가포르 구글 지사의 위치를 기억해내려고 하며 안간힘을 쓰던 게 번뜩 뇌리를 스쳤다. 헐? 그때 다혜가 분명, Pasir 어쩌고저쩌고로 구글이 사옥을 이전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맞나? 나는 전화 면접을 보면서 용케 사파리로 몰래 Google Singapore를 검색했다. 

 

 

그렇군. 구글이었다. 페이스북이 아니고. 미국에서 온 다국적 기업에, 아침 8시 반부터 일을 시작하고, 서남쪽에 있는 IT 기업. 이런 세상에. 페이스북만 관리하는 회사가 아니고 구글도 관리하나보다. 아 모르겠다. 어떻게 생겨먹은 구조야? 

그가 물어본 굉장히 심플한 질문은 이렇다. 

 

(1) 자기소개 해줘

(2) 싱가포르로 온 이유?

(3) 콜드콜 등 비즈니스 디벨롭 관련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콜드콜링(아웃바운드 영업이라고 하나요?)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지?

(4) 향후 3-6개월 간 여행을 간다거나 다른 나라로 갔다올 계획이 있는지?

(5) 언제부터 업무 시작이 가능한지?

(6) 그 전 회사는 왜 떠났는지?

(7) 원하는 급여의 조건과 그 전 회사의 급여는 어땠는지?

(8) 아침 8시 30분 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는 조건인데 괜찮은지?

 

ㅋㅋㅋㅋㅋ1번부터 버벅거려서 2번도 다된 밥에 재뿌려버렸다. 3번부터는 제대로 정신을 부여잡고 대답은 평이하게 했다. 일단 7번과 8번이 너무 아쉬운 게, 저 부분에서 월급 관련하여 세게 나가거나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을 수 있었는데 내가 하질 않았다. 그냥 첫 판부터 단추를 잘 못 끼운 격이라 당황해서 면접을 망쳤다. 그냥 그 사람이 물어보는 대로 너무 솔직하게 대답을 했다. 구글인 줄 알았으면 아웃소싱이라 해도 잘 챙겨줄텐데, 그냥 급여 좀 높게 말할걸. 하는 후회도 들고. 사실 나도 지금 구글과 이 회사의 관계는 잘 알지 못한다. 단지 구글이 이 회사의 파트너이고 나는 구글 오피스에서 똑같은 복지를 제공받으며 일할 것이라는 것과, 디지털 마케팅 관련 퍼블리셔의 수익을 챙겨주고 컨설팅 및 새로운 고객을 찾아내 비즈니스 기회를 넓히는 영업 활동도 할 것이라는 정도 밖에는. 2차 면접 때는 스카이프로 본다는데, 무슨 소리인지. ㅋㅋㅋ 나 여기 있는데. 그냥 불러서 2차 면접을 보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어쨌든 3차까지 가고 난 뒤가 끝일텐데, 과연 2차 면접까지 갈지도 조금 미지수다.  엉엉.

 

<오늘의 교훈>

아무리 전화면접이라도 롤플레잉 한 번 정도는 하자.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회사와 그 직무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는 것은 정말 백전백승. 미리 회사 및 내가 담당할 직무, 날 인터뷰할 사람에 대해 뒷조사를 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 나는 헛다리를 짚어서 망쳐버렸지만.

싱가포르 구직을 하면서 연봉 협상은 참 짜증나는 일이다. 항상 연봉을 물어본다. 원하는 월급 조건과. 미리 생각해두자. 나처럼 어버버하면서 다 불어버리는 것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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