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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앞두고, 보험회사인 M사에 대졸공채로 합격했다. 첫 최종합격의 기쁨도 잠시, 고민에 빠졌다. 최종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회사가 있었고, 학교추천까지 받아 합격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첫 직장을 결정하는 것인 만큼  생각이 많았다. 지도교수님께 상담도 해보고, 현직에 있는 선배를 찾아 조언도 구했다. 교수님은 보험회사보다 최종합격 결과를 기다리는 회사를 추천했다. 선배도 동일한 생각이었다. M사를 반대한 이유는 실적압박과 저녁 없는 삶이었다. 진심 어린 조언에도 불구 하고 나는 M사를 선택했다. 큰 고민 없이 선택한 길이었지만, 첫 직장이 10년을 결정하더라. 물론 지금은 후회하지 않는다. 결코.

 M사에 지점장 후보로 입사해 1년 동안 교육을 받았는데 20명의 지점장 후보 동기들이 있었다. 1년 후 전국 각 지역에 지점장으로 발령받았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기들이 한 명씩 그만두기 시작했다. 1년 만에 전체 인원의 50%인 10명이 퇴사를 했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한 지점을 맡고 실적에 책임지는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벅찼던 것이다.


지점장 발령 후 1년 쯤 전체 인원의
50%인 10명이 퇴사를 했다

보험회사 지점장이 하는 일은 크게 2가지다.  먼저 한 지점을 맡아 회사의 경영목표를 매월 달성하기 위해 영업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며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다. 지점장의 또 다른 중요한 업무는 신인 및 경력자 리크루팅이다. 처음에는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가장 큰 깨달음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동안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졌었다면,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수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배울 수 있었다. 5살, 10살이 많음은 물론 부모님과 동년배 분들도 많으셨다. 그런분들과 토론하고, 싸우고, 밥 먹고, 여행가고, 함께 울고 웃고 등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는 것은 단순히 직무를 떠나 삶에서 평생동안 도움이 되는 삶의 가치이다. 당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과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2013년, 결혼한 지 6개월도 안 되었지만, 사표를 내고 카드회사로 이직을 했다. 카드회사는 보험회사와 비슷하면서도 무척이나 달랐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비슷했지만 영업가치관, 분위기, 프로세스 등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카드업계 상위에 속했으나, 보험회사에 비하면 갖춰지지 않은 점이 많았다.

하지만, 보험과는 다른 영업 프로세스 및 개척 방식 등을 배울 수 있었고, 매주 신인 입과과정을 운영하면서 강의스킬, 교육 등을 갈고 닦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성장을 했던 시기였다.


강의스킬, 교육 등을 갈고 닦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성장을 했던 시기였다

 이직을 결심한 시기에 다시 보험회사와 연결이 되었고, 정규직은 아니었지만 파격적인 연봉을 제안받았다(보험업계의 경우 촉탁 및 사업가형 지점장들이 많이 있다) '지점장을 하는데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무슨 차이가 있을까'라고 생각을 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보험업계를 떠난 지 2년 동안의 공백이 있었고, 지점장의 업무자체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월화수목금금금'으로 회사업무에 매달렸다. 사실 이런 것들은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감수할 수 있었다. 내가 힘들었던 것은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공격을 받을 떄였다. 당시 내 평가를 담당했던 상사는 끊임없이 신분을 가지고 공격하고 협박했다. 나는 회사에 짤리지 않기 위해서 성과를 내야만 했었고, 이런 점들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정규직의 경우 막말로 지점운영을 하다가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을 수 있다. 촉탁 및 사업가형 지점장의 경우 해당지점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곧 계약 종료를 뜻하는 것이다.

                                         

 회의를 할 때 지점에서 성과가 나오고 실적이 좋은 달은 당연시하게 넘어갔고,  실적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멱살을 잡히며 욕설을 듣기도 했다. 나보다 한참 선배였던 지점장들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었다. 사표를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추억이 되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그만둔 한 선배 지점장을 만나면 욕설과 폭력을 당했음에도 조용히 퇴사한 것에 대해 분이 풀리지 않는 듯 했다(내가 그만둔 이후에도 지역단의 지점장 3명이 더 사표를 냈다)지금 생각하면 그 상사는 분노조절장애였다. 본인의 불 같은 성격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져 지금은 다른 지역으로 쫓겨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표를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3군데의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값진 교훈 2가지를 얻었다. 첫째, 첫 직장을 퇴사를 할 때에는 정말 신중히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해야 한다. 신입 공채 출신이 아닌, 경력직의 경우 보이지 않는 벽이 분명 존재한다. 물론 본인이 그걸 뛰어넘을만한 비전 및 무기가 있다면 무방하다. 내 경우에는 비전을 찾기 위해 수년동안 고민하며 몸부림을 쳐야만 했다. 또한 이직을 할 때에도 '운'이 따라야 한다. 첫 직장이 10년을 결정하는 것 만큼 첫 선택이 중요하겠지만, 만족스럽지 못해 이직을 해야겠다면 본인의 커리어가 망가지지 않도록 로드맵을 전략적으로 구상할 필요가 있다.

 둘째, 회사의 브랜드가 아닌 직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회사의 브랜드를 보며 지원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H카드, H보험은 재계 10위안의 대기업들이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브랜드를 지닌 회사였지만, 직무의 특성상 주말에도 회사 생각을 지우기 힘들어 스트레스를 받았다. 직무가 내 적성에 잘 맞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업무를 따라기기 위해 남들보다 배가 되는 노력을 해야 했다. 물론 지금은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즐겁고, 코칭 및 육성에 큰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중간에 겪은 시행착오를 결코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매일 당신을 마주하는 것은 회사의 브랜드가 아니라 직무라는 것을 명심하자.


매일 당신을 마주하는 것은 회사의 브랜드가
아니라 직무라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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