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직장에서 1년을 지낸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이 글에 눈길이 가신다면 입사 1년을 앞두고 있거나 막 지났다는 뜻일 것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신규입사이건 경력직 입사이건 원하시는 바를 이루고 1년동안 버티신 것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개인적으로 군대에서도 그랬고, 직장에서도 그랬고 1년간은 적응하고 쫓아가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1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 조금씩 슬슬 주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1년이 지나고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로 제목을 정했습니다.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고 제 개인의 경험과 친구, 지인들의 얘기를 종합해서 입사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들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이렇게만 적으면 너무 추상적이고 책 한 권도 쓸 수 있을 것이기에 입사 1년이 지나서 "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나? 좀 더 지켜봐야 하나? 아님 이직준비를 해야 하나?"에 집중해서 써보고자 합니다.
즉, 입사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판단의 참고가 될 수 있는 기준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것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제 생각이 틀릴수도 있고 또 단견이었을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도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회사결정의 세 가지 - 업권의 이익구조, 회사의 본심, 구성원 -
내가 입사할 회사를 선택하거나 주식투자를 할 회사를 고를 때 3가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다면 저는 게임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회사가 속한 업권의 이익구조, 그 회사의 본심, 그 회사의 구성원
이 이야기는 언젠가 다른 주제로 자세히 다뤄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핵심만 짧게 써보겠습니다.
어떤 회사도 그 회사가 속한 업권의 이익구조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유통업체는 본질적으로 생산자와 구매자를 연결하고 판매를 통해 이윤을 얻어가기에 순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생산과 판매를 함께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구글(20년 순이익률 22.1%), 애플(20년 순이익률 20.9%)의 순수익률이 20%를 상회하는 반면, 유통강자인 월마트(20년 순이익률 2.8%)는 비교하기가 어려운 수준입니다.
즉,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와 분위기, 핵심자원에 대한 인식과 투자가 더할 나위 없이 좋더라도, 그 회사가 속한 업권 자체가 쇠락하고 있다면 그런 회사로 입사하거나 이직하는 것은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회사가 속한 업권은 의심의 여지없이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큰 잠재력이 기대된다고 누구나 인정하고 있더라도, 정작 그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가 엉망이고 내부 KPI 관리도 불공평하며 무엇보다 직원들을 인정하고 실적과 노고를 보상하지 않는 회사라면 역시 그런 곳으로 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회사가 속한 업권에 대해서, 회사의 본심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특히 이제 입사한지 1년밖에 안 된 사람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답은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 사람이 중요한 이유 - 추상적 실체인 법인(회사)는 결국 사람의 집합체
회사는 법인입니다.
법인은 민법상 살아있는 자연인과 동등하게 권리, 의무의 주체가 됩니다.
그러나 법인은 추상적 존재로서 실존하지만 만질수도 없고 대화할 수도 없고 의사표시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법인의 일을 실제로 수행할 사람들이 필요하고 그게 바로 CEO 이하 임직원들입니다.
그리고 CEO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지시에 따라 그들의 이익을 위하여 회사를 운영합니다.
결국 사람인 것입니다.
그리고 입사 1년차에게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이유로 사람이 중요합니다.
군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회생활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은 맞선임, 직속상사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옆부서에 좋은 부장, 팀장이 있고 내 동기가 좋고 내 후임이 좋은 사람이어도 내 맞선임, 직속상사가 아름다운 인성의 소유자라면, 직장은 곧바로 지옥으로 화합니다.
당연히 반대되는 행운의 케이스도 존재합니다. 주위가 온통 지뢰밭이고 회사 분위기마저 나쁘더라도 내 맞선임과 직속상사가 든든한 우산, 방패막이가 되어준다면 다닐만 합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런 사람들 - 인성과 능력, 조직 내에서의 평가를 겸비한 사람 -은 어느 곳에서나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죠.
얘기를 다시 본제로 되돌려서 입사 1년차가 된 사람은 아무래도 해당 업권의 이익구조, 회사의 본심을 파악하는데 아직은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자기 회사가 속한 업권에 대한 신문, 잡지기사를 찾아본다던가 증권사의 리포트를 읽어보는 등의 방법을 통한 정보수집은 가능하겠으나 그건 회사밖의 제3자에게도 가능한 일입니다.
결국 입사 1년차는 회사를 본인보다 좀 더 오래 다닌 사람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쓰면 '에이, 뭐야. 결국 누구나 얘기하는 자기보다 5년, 10년 뒤 선배를 보라는 말이잖아. 저 사람이 너의 미래다! 이런 뻔한 말을 하려는거 아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뭐 큰 틀에서는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 5년, 10년 뒤 선배의 어떤 모습을, 어떻게 해석하면서 보라는 말을 해준 사람은 없지 않을까 생각되어 시작한 글입니다.
그러면 5년, 10년 뒤 선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 회사가 속한 업권의 이익구조, 회사의 본심을 어떻게 간접적으로 보고 깨달을 수 있을까요?
3. 첫째, 승진과 인사배치를 보면 회사의 진심이 보인다.
앞서 1년이 지나면 대강 회사가 보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1년 동안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거나 함께 일을 하거나 회의를 하면서 아니면 동기들을 통해서 듣는 등의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직급(승진)이나 부서(인사배치)를 통해 회사의 진짜 본심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생각하기에 아이디어가 톡톡 튀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창의성과 격의없는 소통을 강조하고 관련된 CEO 훈시나 관련 글을 업무게시판에 계속 올리고 교육도 시킨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정작 내가 생각하기에 회사가 강조하는 바로 그런 인재가 있는데, 정작 회사가 그 인재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부서에 배치하지 않았다면 어떨까요?
또는 회사에 대하여 충분히 합리적 근거와 납득가능한 비판을 한 사람이 갑자기 한직이나 지방으로 좌천되었다면 어떨까요?
그때도 "우리 회사는 사장님, 회장님 말씀처럼 창의성과 격의없는 소통을 중요시하는 회사야!"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회사는 절대 바보가 아닙니다.
내가 보기에는 한없이 무능해보이고 답답하고 트렌드에 느리고 갑질하는 것 같아 보여도 팀장, 부장으로 올린 것에는 분명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서 그 나름의 이유가 바로 회사의 본심인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회사의 본심이 나도 공감된다면 행복하게 그 회사에서 한 번 잘되어보겠다라고 열심히 뛰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회사의 본심에 나는 죽어도 공감하기 어렵다. 마음이 괴롭다. 이런 상황이라면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4. 둘째, 승진과 인사배치를 보면 업권의 수익구조도 간접적으로 유추 가능하다.
회사의 제1목표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익? 성장? 지구를 구하는 것?
제 생각에 제1목표는 생존입니다.
제2목표가 무엇인지는 회사마다, CEO마다 다를 수 있어도 생존이 가장 중요한 대전제, 0순위 목표라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회사는 당연히 나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인재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논의의 편의상 완전경쟁시장과 독점 또는 독점에 가까운 과점시장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리고 신기술 개발, 탁월한 마케팅 역량을 가진 A와 솔까말 이렇다할 능력은 없으나 인맥이 넓고 연줄이 있으며 붙임성이 좋은 B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완전경쟁시장에 속한 기업에게 A는 둘도 없는 보물일 것입니다.
회사의 생존을 보장함은 물론 막대한 이익까지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A에게 전폭적인 권한을 보장하고 그에 걸맞는 회사 내 직급과 연봉을 보장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반면에 독과점시장에 속한 기업이라면 어떨까요?
보통 독과점시장은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사업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아무래도 많습니다.
이런 독과점시장에 속한 회사에서는 B야말로 회사의 핵심인재가 됩니다.
A가 물론 필요없다는 것은 아니나, 완전경쟁시장에서만큼 A를 대우할 유인은 분명히 적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구글이나 애플과 같이 경쟁과정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그 위치에 올라간 경우도 없지 않으나 비율로 보면 낮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승진, 인사배치를 잘 보면 비록 간접적이지만 적어도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는 우리 회사가 속한 업권의 이익구조를 보다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5. 셋째, 나와 같은 출신의 선배만이 나의 미래다 - 홍길동이라면 율도국을 찾아보자
극히 현실적인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채용계약의 형태에 따라 직원들의 승진, 복지, 사내대우 등을 다르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침이 옳다 그르다 말하기를 떠나서 그런 경향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든 선배가 나의 미래는 아닙니다.
더 냉정하게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 같은 출신의 선배의 모습만이 나의 미래입니다.
내가 정규직 공채로 들어왔다면 정규직 공채 선배가 받고 있는 대우가 미래 나의 모습일 가능성이 높고,
내가 경력직으로 들어왔다면 경력직 선배가, 계약직이라면 계약직 선배가, 정규직전환 출신이라면 나보다 먼저 전환된 사람만이 나의 미래입니다.
기업은 나름의 인사철학과 인사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각 출신에 따라 암묵적으로 형성된 세력이란 것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정말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망할 뻔한 회사가 얘 덕분에 살아났다 정도의 구국의 영웅이 아닌 다음에는, 처음 채용된 계약형태를 무시한 파격적인 승진과 보상은 주어지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각 출신집단의 집단적인 반발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입사 1년 정도가 지나면 대강 그런 모습들이 싫어도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한다라고 생각하는 분과 도저히 이런 대우는 참지 못하겠다는 분으로 크게 나뉠 수 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입니다.
마치며
입사 1년은 생각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입사 1년이라면 신속하게 다른 곳에 신입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도 매몰비용이 그렇게 크지 않으므로 충분히 선택가능한 선택지입니다.
다른 곳에서 일하고 온 경력이 있다고 오히려 환영받고 전보다 쉽게 뽑힐수도 있습니다.
이직을 하더라도 이 회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도 없이, 이직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2~3년을 보낸 사람들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이직준비를 잘 해놓을 수 있습니다.
1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비록 미약하게나마 그래도 인사배치나 업무에 대해서 희망사항을 얘기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물론 케바케는 언제나 진리입니다만)
중요한 것은 2년, 3년이 지나서 그제서야 이직을 하겠다고 해도 제대로 된 준비가 없다면 준비에 더 시간이 필요하거나 최악의 경우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비행기가 돌아오기 위한 터닝포인트가 있듯이 그 첫 시작이 회사경력에서는 입사 1년부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에서 오늘 글을 써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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