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하면서,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한 번쯤은 회사에서 대체불가능한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대체불가능한 인재가 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은 적혀있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을 것입니다.
오늘은 과연 대체불가능한 직장인이라는게 존재하는지, 존재하더라도 내가 될 수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1. 대체불가능한 인재라는 신화
그저 입으로 하는 발린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저 사람은 우리 회사에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인재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야 하는 사람이야!"이런 직장인이 존재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다수의 대체불가능한 인재라는 것은 사실은 "대체하기 불편한 인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사람 한 명이 나가건말건 문제 없이 굴러가야 합니다.
이는 당위의 문제이자 현실로 그렇게 만들 필요가 있기도 합니다.
우선 과연 대체불가능한 인재란 어떤 인재를 말할까요?
1) 회사 매출의 80%를 책임지는 스타 직원
연예기획사의 경우에는 이런 경우가 있을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이브(구 빅히트 엔터)는 아무래도 BTS의 인기와 회사 매출이 직결된다고 말할 수 있겠죠.
2) 불모지에서 사업 자체를 일궈내 안착시키는 직원(?)
지금 떠오르는 예는 아산 정주영 회장, 포항제철의 고 박태준 회장 등입니다.
'이 분들은 직원이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만... 제 지식이 짧은 관계로 적절한 직원의 예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만약 직원들 중에서 이처럼 완전히 불모지라고 여겨지는 곳에 들어가서 사업을 개척하고 심지어 성공까지 시킨다면 그 직원은 대체불가능한 직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3) 회사의 정체성이 되어버린 직원
2019.6.27.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이던 조너선 아이브의 사임이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간외 거래에서 애플의 주가는 한때 1% 하락하여 시총 10조원이 사라지기까지 했습니다.
이는 조너선 아이브가 단순한 디자이너 책임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IT기기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조너선 아이브는 애플의 디자인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합니다.
사망한 스티브 잡스의 절대적 신뢰를 받았고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의 갖가지 히트작들의 디자인은 그의 손을 거쳐 나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애플과 동화되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어떠십니까?
이런 세 가지 중에 하나에 해당하는 직원은 대체불가능한 직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반대로 말하자면 저를 포함해서 절대 다수의 직장인은 그렇다면 대체불가능한 자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2. 대다수의 일 잘하는 직원은 사실은 '대체하기 불편한 직원'
저 세 가지 중의 하나에 해당하지 않는 직원의 경우 사실 회사는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 상으로 가능하냐의 문제는 일단 접어두겠습니다)
왜냐하면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이 회사는 내가 없으면 안 돼!"라고 속으로 생각하건 겉으로 말하고 다니는 분이건 진지하게 되물어야 하는 것은 "지금 당신의 실적, 퍼포먼스가 온전히 당신의 힘에 의한 것입니까? 아니면 회사의 힘에 의한 부분이 큽니까?"라는 질문입니다.
똑같이 국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A사와 B사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두 회사 모두 해당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90%라고 가정해보죠.
그런데 A사는 제품이 너무나 훌륭해서 언제든지 해외의 다른 메이커에도 팔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반면, B사는 제품 자체의 품질은 그저그런 상황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때 대체불가능한 인재는 B사의 영업담당 책임자일 것입니다.
그저그런 제품을 어떻게든 입고시켜서 회사가 살아남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A사의 영업담당 책임자는 자기를 B사의 담당자와 같은 대체불가능한 인재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착각입니다.
A사 영업담당의 퍼포먼스는 온전히 개인의 것이 아니며 회사는 이러한 사실을 귀신같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A사 영업담당 책임자가 갑자기 그만두는게 회사에 전혀 타격이 없다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그 타격은 회사가 휘청이는 정도가 아닌 '불편한'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어제까지 특정 분야를 맡아 훌륭하게 업무를 처리하던 직원이 갑자기 빠졌는데 당연히 불편은 하죠.
그러나 대체불가능한 직원이 아닌 다음에는 다른 직원들이 나눠서 일을 처리하게 되고 인수인계가 일부 안되서 불편함이 발생하지만 망할 수준까지는 가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중소기업, 대기업을 막론하고 열과 성을 다해 일한 직원들은 스스로 그만두거나 권고사직을 당한 이후에 나오면서 한 번쯤 '나 없이도 이 회사 잘 돌아가나 한 번 보자'하는 생각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 다소의 삐걱거림은 있을지언정 어떻게든 잘 돌아갑니다.
회사에서 일 잘하는 직원의 대다수는 혼자서 1.5~2명분의 일을 한 성실하고 손빠른 사람이지, 그 분야에서 정말로 대체불가능한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3. 그래서 결론은?
결론은 대체불가능한 직원을 노리는 것은 당위의 목표로 두고, 일단 현실적으로는 '대체하기 불편한 직원'을 목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체하기 불편한 직원에도 레벨, 유형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왕이면 내 몸은 덜 갈아넣으면서도 대체하기 불편한 직원으로 인정받는 편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대체하기 불편한 직원은 아래 세 가지 특징 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을 갖고 있는 직원이라고 생각합니다.
1) 1명이서 1.5~2명분의 일을 해내는 직원
2) 직원들과 간부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며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직원
3) 특정 사업을 오래 다뤄서 해당 분야의 히스토리가 빠삭한 직원
이 중 가장 추천하는 것은 2)와 3)의 포지션을 동시에 가져가는 것입니다.
1)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내 몸과 사생활을 갈아넣어야 합니다.
또 내가 나가더라도 그동안 내가 했던 부가적인 업무를 기존 직원들에게 나눠주면 그만이므로 회사 입장에서도 타격이 제일 적습니다.
반면에 2)의 경우 하급자들의 신망과 지지를 받고 있어 회사 간부진과의 사이에 중간다리가 되어줄 수 있는 직원은 그렇게 쉽게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2)와 같은 직원이 없다고 생각해보십시오.
회사 입장에서는 한 명만 상대하면 될 것을 10명이면 10명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야 하고 또 설명을 하더라도 그것이 오해 없이 잘 전달될거라고 보장하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3)의 경우도 회사가 해당 분야 업무를 다른 직원과 동시에 맡겼다 할지라도...
특정 업무를 초창기부터 오래 담당한 직원은 그 자체가 살아있는 매뉴얼이고 보고서나 규정에 담기 어려운 암묵지도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직원이 없어진다면 크고 작은 트러블이 속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대체야 되기는 하겠지만 그 때까지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가 생각하는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경쟁력이기도 합니다.
가능하면 3), 아니면 2), 하다못해 1)이라도 있어야 회사에 대하여 연봉인상이나 승진을 요구하기 좋습니다.
만약 3), 2), 1) 어떤 것도 없는 직원이 나도 승진하고 연봉을 올리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자존심은 출근할 때 집 냉장고에 두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아양을 떨어서 인사권자 마음에 드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했다고 승진, 연봉인상이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때가 오면 제1순위로 리스트 상단에 이름이 올라갈 것입니다.
사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저 또한 대체불가능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그저 대체하기 불편한 수준까지나마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주에 출근해서는 조금 더 이번주보다 잘 일하도록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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