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왜 너는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이 없느냐’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 예? 저는… 저한테는…
회사에 대한 지분이 1도 없는데,
어찌 주인의식이 없느냐 하시면…
그냥…
회사의 주인이 아니라서 없는 것이온데… 』
(장금이는 홍시 맛이라도 봤지,,,, 당최 느낄 수가 없는 회사의 맛!!!)
그럼에도 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대상이 있으니, 그건 바로 일입니다.
회사에 주인의식은 없을지언정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주인의식을 가지려 합니다.
일의 주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주인'의 사전적 의미가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어 가는 사람', '어떤 대상을 소유한 사람'이니, 일의 주인이 된다는 건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이끌어(lead) 가는 사람'이자 '일을 소유한(own) 사람'이라고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최소 팀장은 되어야 일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걸까요? 실무자 중 일을 온전히 자기 뜻대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실제 '어떤 일을 할지, 어떤 방향으로 할지 얼마의 예산을 들일지, 언제까지 할지, 얼마큼의 성과를 내야 할지'와 같은 굵직한 가이드는 대부분 팀장급 이상이 정하죠.
팀장은 이걸 실무자에게 설명하고 일을 일임합니다.
바로 이 순간, 실무자는 일의 주인이 될 기회와 마주합니다. 일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정해진 가이드 안에서는 주체적으로 해볼 권한을 부여받는 거니까요.
주어진 일의 목적, 방향, 예산, 기한, 목표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능동적으로 찾아간다면 '실무자로서 일을 이끈다(lead)'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기 권한 내에서만큼은 '일의 주인'이 되어가는 거죠. 반대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세부적인 것까지 윗사람이 모두 정해주거나 혹은 기존에 했던 대로만 수동적으로 해나간다면, 일을 이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정해진대로 부려지고 있으니 주인보다는 노예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스스로 일을 이끌고 그로 인해 성과를 내는 경험이 계속 쌓이다 보면, 자연히 일을 소유(own)하게 됩니다. 일을 소유한다는 게, 일의 결과물을 자기 것처럼 여긴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일을 끝까지 해낼 능력을 소유한다는 의미로 여겨주시면 되겠습니다. 윗사람의 판단이나 도움 없이도 주도적으로 일을 해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러 '일을 소유'하게 되는 거죠.
경력기술서나 포트폴리오가 화려한 데 비해 막상 주도적으로 해낼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경력직을 간혹 만나게 되는데요. 아무리 해왔던 일이 많고 다양하다 하더라도, 정작 본인 스스로 주인이 된 일이 별로 없다면 이런 결과가 초래되는 것 같습니다.
왜 일의 주인이 되어야 할까?
그럼 왜 일의 주인이 되어야 할까요? 왜 일을 이끌어야 하고, 주도적으로 해낼 역량을 소유해야 할까요?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안 되는 걸까요?
아직 신입이나 주니어(1~3년 차 정도)급이라면, 시키는 대로만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연차가 그 이상 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회사에서 5년 차 이상의 경력직을 채용하겠다고 했다면, 따로 가르치거나 상세히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의견을 내고 판단하면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연차가 쌓여도 여전히 수동적이고 의존적으로 일하려 하는 사람 혹은 그 어떤 판단도 내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조직은 큰 권한이나 역할을 내어줄 수 없습니다.
권한이 작다는 건 자율성이 제한된다는 의미입니다.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적다는 건, 성과를 보여줄 기회도 적다는 의미이고요. 그럼 커리어를 키우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꼭 커리어 성장의 이유가 아니더라도, 일의 주인이 되면 일을 보다 재미있게 해 나갈 수 있습니다. 공부도 남이 하라고 해서 하면 노잼이듯, 일도 하라는 대로만 하면 더 재미가 없습니다.
이왕에 하는 일 조금이라도 유잼으로 하고 싶다면, 일의 주인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셀프 진단 체크리스트
나는 내 일의 주인일까 아닐까?
본인이 일의 주인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면, 아래 체크리스트로 자가 진단해봅시다.
제 주관적인 생각으로 적은 거라 공신력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아래 6가지 질문에 yes라 답할 수 있어야 일의 주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자신의 일에 대해 ‘찐으로’ 알고 있는가?
자신의 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있느냐 반문하시겠지만, 일을 제대로 해볼라치면 안팎으로 알아야 할 배경지식이 참으로 많습니다.
가령 자동차 회사 마케팅팀에서 일한다면, 직무인 마케팅 분야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자사 제품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야 할 것이고, 자동차 산업 전반, 자동차를 소비하는 주요 타깃의 속성, 시장에서 자동차를 소비하는 방식 등등도 상세히 이해하고 있는 게 유리합니다.
대세 광고 매체를 알고, 마케팅 용어를 알고, 매체 상품별 단가를 알고... 정도로는 일에 대해 찐으로 알고 있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찐으로 안다'는 건, '안다는 느낌'이 든다 정도가 아닌, 머릿속에 제대로 담겨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하고 있는 일에 대한 모든 걸 외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주요한 사항은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프로젝트 마감이 언제죠?', '지난 분기 판매량이 가장 높은 아이템이 뭐였죠?', '지금 광고 효율이 가장 높은 매체가 뭐죠?'처럼 담당 업무에 대한 핵심적인 질문에 매번 수첩이나 자료를 뒤져 답해야 한다면, 찐으로 안다고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2) 일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일은 정답이 하나인 객관식 문항이 아닙니다. 따라서, 어떻게 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일지 고민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걸 간과한 채 정답을 향해 돌진하듯 일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들에게 '왜 그게 정답이라 생각하냐' 물으면 '원래 이렇게 했었으니까' 혹은 '전임자가 그렇게 했으니까'라고 답합니다.
이유도 모르고 원래 하던 대로 혹은 전임자가 하던 대로 한다면, 일은 원래 하던 사람 혹은 전임자의 것이지 내 것이 될 수 없습니다.
3) 경험이 노하우로 빌드업되고 있는가?
방법과 요령을 터득해 내 것으로 만들어가며 일해야 환경이나 속한 조직이 달라지더라도 그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 없이 '처리'하는 식으로만 일하면, 일을 마치고 돌아서는 순간 그에 대해 모두 잊기 마련입니다.
그럼 비슷한 일이 다시 주어졌을 때 처음처럼(=신입처럼) 일하게 됩니다.
4) 근거와 이유를 들어 판단할 수 있는가?
모든 판단을 윗사람에게 맡기려 한다면, 영원히 일의 주인이 될 수 없습니다. 본인에게 결정권이 없다 하더라도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하고, 여러 안들 가운데 무엇을 택해야 할지 판단 내려볼 수도 있어야 합니다.
이때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근거와 이유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요. 의견이 다를 때에는 무조건 리더에게 수긍할 것이 아니라, 논쟁을 하며 내 생각의 맞고 틀린 부분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연습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실전에서 오답률을 줄일 수 있듯이, 리더가 되기 전부터 주체적으로 판단하기도 하고 틀리기도 해 봐야 후에 좋은 판단을 내릴 확률이 높아질 테니까요.
5) 일에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일에 책임을 다한다는 건 행위를 다한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임무나 의무를 다한다는 겁니다. 가령,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브랜드 블로그 운영을 맡았다면, 주 몇 회 콘텐츠를 올리는 게 임무의 다가 아닙니다.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수치를 바탕으로, 업무의 궁극적 목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영향을 주고 있는가 스스로 냉정히 평가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문제 해결 방법이 무엇인지, 대체할 다른 방안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제안하는 것까지가 임무에 포함됩니다.
일을 하고 있다는 행위에만 집중해서 그게 책임의 다라고 착각해서는 안됩니다.
6) 권한이 주어지고 있는가?
제 아무리 주체적으로 일을 하려 해도, 그럴 권한이 주어지지 않으면 무소용입니다. 만약 내 윗사람이 모든 권한과 통제를 쥐고 1도 나누어주려 하지 않는다면, 원인은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첫째, 윗사람이 지극히 마이크로 매니저이기 때문에 권한을 나누어 주지 않는다. 둘째, 윗사람이 보기에 자신의 역량이나 자세가 준비되지 않았다.
전자라면 손절해야 하고 후자라면 문제사항을 파악해 개선하는 게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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