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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보고할 때 결론만 간단히 하라고 짜증 내길래, 이번 보고는 간단히 했거든요?
그랬더니 이번엔 그렇게만 말하면 지가 어떻게 아냐고, 자세히 좀 말하라고 또 난리예요.
보고할 때마다 하도 혼나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돼요. 이제는 간단한 사안 보고하는 것도 떨려서 잘 못하겠어요. 그러다 보고할 타이밍 놓쳐서 또 혼나고요ㅠ
보고가 이토록 어려운 일인 줄, 저도 직장인이 되기 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그냥 일한대로, 생각한대로 이야기하면 되는 거 아닌가 했죠. 아니더라고요.
이해와 요령이 있어야 하는 거더라고요. 그간 습득한 '업무 보고 노하우'를 공유해 보려 합니다.
상사마다 성향이나 스타일이 달라서 모두에게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업무 보고가 너무 괴롭거나 힘들게 느껴지는 직장인이 있다면,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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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혼나지 않으려면?]
평화로운 보고를 위한 두 가지 기본값
같은 내용의 보고를 해도 분위기 좋게 끝내는 팀원이 있고, 그렇지 못한 팀원이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평화로운 보고를 위해 지켜야 할 기본 2가지를 먼저 알아봅시다.
첫째,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가 궁금해하는 내용 중심으로 보고합시다.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중심이 '말하는 사람'에 있지만, 보고를 할 때는 '듣는 사람'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일이 예정과 다르게 흘러가거나 본인의 실수로 인해 차질이 생겨 보고해야 하는 상황일 때, 많은 실무자들이 이슈가 생긴 이유나 배경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써요.
그런데, 상사 입장에서는 '이슈가 생긴 경위' 보다 '수습하거나 해결할 방법'이 훨씬 궁금합니다.
이미 벌어진 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슈가 생겨도 일은 진행해야 하니까요.
따라서 문제 발생의 경위에 대해서는 간략히 설명한 후, 서둘러 해결 방법이나 계획을 보고해야 합니다.
[플러스 팁]
일의 성격에 따라 하고 싶은 말 위주로 보고를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내 의견을 강하게 관철시키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요.
이때에도 상사가 궁금해할 내용 먼저 잘 이야기한 후에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유리합니다.
상사가 궁금해하거나 상사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면, 그때부터 상사의 집중도가 올라가거든요.
둘째, 보고의 대략적 분위기나 맥락을 미리 알 수 있도록, '본론을 예측할 수 있는 도입'으로 시작합시다.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생각, 걱정, 두려움 따위가 많습니다. 관리해야 할 업무나 팀원이 늘수록 생각, 걱정, 두려움도 불어나지요.
팀원의 "저, 팀장님. 잠깐 보고 드릴 게 좀 있는데요."와 같은 평범한 말이 평범하게 들리지가 않습니다.
'무슨 일이지? 문제가 생긴 건가? 아 대체 왜?'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혼란해지고, 정서는 예민해집니다.
만약 이야기하는 팀원의 표정이 어둡거나 목소리가 촥 가라앉아 있다면? 공포심마저 느낍니다.
상사에게 괜한 공포감을 안겨줄 필요는 없겠죠?
"팀장님, 대행사에서 프로모션 광고 소재 안 보내와서 보고 드리려는데 시간 잠깐 괜찮으세요? 우리 요청대로 대체로 잘 나왔는데, 추가했으면 하는 게 있어서 제 의견 함께 이야기드리려 합니다"처럼, 무엇 때문에 어떤 보고를 하려는 건지 언급해주고, 가능하다면 보고의 전반적 맥락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까지 예고해 주면 더욱 좋습니다.
그럼, 상사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들을 준비를 할 것이고, 자신이 어떤 부분에 피드백을 해줘야 하는지까지 미리 생각할 수 있겠지요.
[보고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
유형별로 살피는 보고 잘하는 법
1) 현황에 대한 보고
진행 중인 업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상사가 진행 현황을 알 수 있도록 중간중간 보고를 해주는 게 좋습니다.
현황에 대한 보고는 상사가 묻기 전에, 적당한 주기로 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업무의 중요도나 진행 기간 등을 고려해야 하겠지요.
만약 한 두 달간 진행하는 이벤트가 있다면, 주간 회의 등 주기적인 회의 시간을 이용해 현황보고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팀장님, 지난 한 주 이벤트 참여자는 000명, 게시물 조회수는 0000건입니다. 이전 주 대비 20% 상승한 수치로, A매체 광고 효과로 인해 참여 전환이 늘었습니다."처럼 하면 되겠죠.
만약 일주일간 진행되는 이벤트라면 보고 주기가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매일 오전과 퇴근 전 두 차례 보고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주기로 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미리 상사에게 의견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본인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주기를 먼저 제시합시다.
"팀장님, A이벤트 참여 및 조회수 보고는 주 1회, 월요일에 드리려는데 어떠세요?"처럼요.
2) 성과에 대한 보고
성과 보고의 포인트는 '성과를 얼마나 돋보이게 하는가'에 달렸습니다. 결국 자랑을 하자는 건데, 실무자의 자랑거리는 곧 팀장의 자랑거리가 되거든요.
팀장이 임원 혹은 타 부서 팀장에게 자랑할 때,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더 돋보이게 해 주거나 구체화해주면 좋겠죠.
비교 데이터나 신뢰도 있는 준거 등을 활용하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1분기 마케팅 보고를 하면서 '자사몰 방문자 00000명'이라고만 하는 것보다는 '전년 대비 37% 상승', '역대 최고 상승치 기록' 등과 같이 상대적 정보를 함께 주는 게 좋습니다.
특히 윗사람들은 그 수치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 건지 잘 알지 못하므로, 이해를 돕는 비교 데이터가 반드시 들어가는 게 좋습니다.
또, 가령 A어워드에서 홈페이지 디자인 수상을 했다면, 그 사실만을 보고하는 것보다 'N사, C사 등 유수 기업이 역대 수상한 바 있는 어워드' 혹은 '아시아 전역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어워드'와 같이 어워드의 규모나 위상을 알 수 있는 준거를 함께 보고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3) (피드백을 요하지 않는)간단한 특이사항에 대한 보고
당장 상사의 피드백이나 액션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팀장이 일아야 할 사항이 발생한다면, 메신저나 메일 등으로 간단히 알립니다.
핵심은 '빠르게 그리고 간단히'입니다. "팀장님, A대행사 기존 담당자가 퇴사하게 되어 다른 담당자로 바뀐다고 알려 왔습니다. 2주 정도는 인수인계하며 금번 캠페인 함께 마무리한다고 합니다. 참고 바랍니다."와 같이 공유하면 되겠죠.
큰일이 아니니 나중에 얘기해야지 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이런 것일수록 까먹기 쉬우니 바로바로 알리는 게 좋습니다.
다들 아는 내용을 나중에 상사 혼자 몰라 곤란한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4) 이슈가 발생해 도움/결정을 요청해야 할 때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보고를 잘 마친다면 평화롭게 상사의 도움이나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도움은커녕 크게 핀잔을 들을 수도 있어요.
아래와 같은 상황을 가정하고, 좋지 못한 보고의 예와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상황]
이달 말까지 진행하는 할인 프로모션. 남은 프로모션 기간이 한 주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량이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
[이런 보고는 하지 마요 - 좋지 못한 보고의 예]
담당자: 팀장님, 보고 드릴 게 있는데요. 잠깐 시간 되세요? 이달 말까지 진행하는 할인 프로모션 상품 구매량이 000개입니다.
이게 원래 목표치의 70% 정도밖에 안 되는데요. 마감일까지 해도 지금 속도를 생각하면 85%밖에 안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팀장: (찌푸린 미간) 그래서요?
담당자: 아 이게 프로모션 기간과 연휴가 겹쳐서 그렇습니다. 다른 날 판매량은 잘 나왔는데 연휴가 낀 주에만 많이 떨어졌어요.
팀장: (차가운 목소리로)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요? 결론이 뭐예요?
담당자: 프로모션 기간을 한 주 늘리면 어떨까요?
팀장: 그 사이 이벤트 배너 바꾸고 구매 사이트도 수정해야 하는데 여유가 되나요? 개발팀 일정 괜찮대요? 그리고 광고비는요?
담당자: 광고비는 조금 남아 있어요. 배너나 구매 사이트 수정은, 작업량만 보면 하루 이틀이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자세한 사항은 개발팀에 확인해야 할 거 같습니다. 제가 전화해서 물어볼까요?
팀장: (깊은 한숨과 함께) 됐어요. 내가 고민 좀 해보고 개발팀장님한테 직접 연락하든가 할게요.
이 보고가 왜 망했는지 알려면, 담당자가 이 보고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 보고를 왜 하려는 걸까요? '프로모션 기간을 늘리자'라고 건의하려는 거겠죠?
그런데 이 핵심 메시지까지 가는 데 한참 걸립니다. 이게 보고 실패의 가장 큰 패인입니다.
보고를 할 때에는 결론(=핵심 메시지)을 먼저 말하고, 그 이유와 근거를 이어서 말합시다.
그래야 듣는 사람이 빠르게 사고하고 판단 내릴 수 있어요. 만약 본인이 결정자라고 생각하고 두 가지 흐름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후자 쪽이 훨씬 명료하고 결정 내리기 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상품 판매량이 저조해, 목표량만큼 판매 못할 듯 (그런데?)
→ 프로모션 기간이랑 연휴가 겹쳐서 그래 (그래서?)
→ 그래서 말인데, 프로모션 기간을 늘리자 (...)
프로모션 기간 늘리자 (왜?)
→ 연휴가 껴서 목표에 못 미칠 듯 (아)
→ 빠르게 늘고 있으니 기간만 늘리면 초과 달성 가능할 거야. 그러니까 늘리자. (그래!)
** 이와 같은 화법을 전문 용어로 PREP(프렙)이라고 합니다. Point(핵심 메시지) → Reason(이유) → Example(예시, 근거) → Point(핵심 메시지 다시 강조)의 순으로 말하는 기법입니다.
프렙에 대해 다룬 책이나 아티클이 많으니, 관심 있다면 검색해 보시길!
한편 이 보고의 두 번째 실패 요인은, 자신이 제안한 계획의 구체적 실행 방법이나 준비 사항을 알아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보고했다는 점입니다.
기간을 늘려 프로모션을 하려면, 사전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해당 기간 얼마의 비용으로 어떤 매체에 광고할지 정도는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여 함께 보고했어야 합니다.
그래야 팀장이 OK를 할지 말지 정할 수 있지요.
아쉬웠던 부분들을 보완하면, 아래와 같이 보고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바꿔 봐요]
담당자: 팀장님, 진행되고 있는 할인 프로모션 건 관련해 의견 드릴 게 있습니다.(예측 가능한 도입 시전)
프로모션 기간을 한 주 늘리면 어떨까요?(핵심 메시지)
지난 연휴에 판매량이 많이 떨어져서 목표 판매량에 못 미칠 거 같아서요.(이유)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니 기간만 한 주 늘리면 목표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년에도 연휴 이후 몇 주간은 판매량이 매우 높았거든요.(근거)
광고비도 00000원 남아 있으니, 광고 효과가 가장 높았던 A매체 B상품으로 한 주간 광고 진행 가능합니다.
이벤트 배너나 구매 사이트에는 '기간 연장 공지'나 일정 수정을 하면 되는데, 개발팀에 디자인만 전달하면 하루 이틀 내에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구체적 실행 방안)
기간 연장 결정해 주시면 본부 내 빠르게 공지하여 진행 차질 없도록 하겠습니다.(핵심 메시지 다시 강조)
팀장: 음, 좋은 생각이네요. 조금만 고민해보고 오늘 내 결정해서 얘기할게요.
[사실 보고 잘하는 찐 비결은...]
잘 말하려면, 잘 듣기 먼저!
앞서 보고의 기본으로, '상대가 궁금해하는 내용 위주로' 보고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려면 상대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어디에 관심을 두는지 알아야 합니다.
상사에게 업무 지시를 받을 때, 이 업무의 핵심이 무엇인지, 목적과 목표는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며 들어야 합니다.
또, 각 팀원의 업무는 해당 부서 전체는 물론, 타 부서나 회사 전반의 업무들과도 연결되어 있으니, 내 일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일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회의 시간에도 자기 업무 파트에 대해서만 말하고 끝이 아니라, 다른 팀원은 어떤 일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팀장은 이에 대해 어떤 피드백을 주는지 잘 들어야 합니다.
배경지식이 많을수록 업무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데 유리합니다.
때로는 팀장이나 팀원들의 업무 관련 통화 내용을 듣는 것도 도움 될 때가 있어요.
그러니, 말하기 만큼 듣기에도 진심을 다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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