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파트타임일을 시작하다.
이번주는 카페에 처음으로 일하게되었다. 완벽하지 않은 영어, 익숙하지 않은 카페 메뉴, 처음 보는 외국인들이 즐비한 한 주였지만 친절하고 카리스마있는 사장님 부부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호주에서 말하는 카페 올라운더는 서빙, 주문받기, 설거지 등 여러가지를 아우르는 직무자를 일컫는다. 한국에서는 커피도 서빙하는 사람이 종종 뽑기도하지만 호주의 바리스타 기술은 단지 뜨거운 물에 원두액을 내리는 것이 아닌 온도, 거품의 질, 향등을 즐기는 손님들 때문에 다양한 커피의 지식이 있는 사람만이 (바리스타의 역할)커피를 만들 수 있다.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커피 향을 하루 종일 맡고 맛보고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2시간은 일한다는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나는 쉐프도 아니고 바리스타도 아니지만 일주일동안 벌어진 카페에서의 많은 일들을 보며 사람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 지 알 수 있었다. 토마토 치킨 샌드위치 하나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지금부터 내가 나열하는 것은 모두 손으로 하는 일들이다. 빵을 굽고 토마토를 씻고 자르고 치킨을 데우고 빵사이에 넣고 소스를 바르고 접시를 세팅하여 예쁘게 반 자른 샌드위치를 올린다. 샌드위치를 손님에게 가져다주고 다 먹은 접시는 치운 뒤 설거지를 한다.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사실 디자인 뿐이 었는데 요리를 배우며 요리사들을 존경하는 마음과 그들이 어떤 수고를 담아 나에게 요리를 가져다 주는지 몸소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손이 있다는 것은 참 기적과 같은 일이구나. 누군가에게는 양손이 있었으면 그보다 더 큰 기적은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기적을 이미 이루고 살고 있구나 싶었다. 일을 하고 나면 한번씩 내 두손을 보며 손가락으로, 손바닥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
출근을 하면 커피를 한잔 마실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는데 신선한 커피를 마실때마다 이보다 더 좋은 건 바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커피를 아주 맛있게 내려주는 곳이 나의 직장이라니 감지덕지하다.

처음으로 호주에서 디자이너로 면접을 보았다.
- 면접을 보기 전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어떤 자격인지 이곳에 와서 더 정확히 알게되었다.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를 다녀간 사람들에게 나는 호주에 가면 워킹홀리데이비자 상태로 디자이너직을 구하겠다고 했을 때 그것은 말도 안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일단 영어가 완벽해야할것이고 설사 취업이 된다해도 6개월이상 한곳에서 일을 할 수 없으니 완벽한 영어를 구사한더라도 호주사람들이 나를 고용하고 싶어하지않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을 믿고 싶지 않았던 나는 많은 기도를 하였다. 내 안의 이 소망이 단지 내 욕심이라면 사그러들게 해주시고 이 소망이 혹시라도 하나님의 뜻을 알리는데 사용 될 수 있다면 내 소망을 호주에서 이루어달라고 기도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이곳에서 일 할 수 있다면 나는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기도했다.
사실 저런 ‘이건 이래서 안될꺼야. 저건 저래서 안될꺼야.’라는 말을 잘 믿지 않는다. 프리랜서를 하면서 안된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고 내가 준비가 되지 않아서 안되는 것과 내가 준비가 되서 되는 것이 있다고 깨달았기때문이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지 않고 디자인을 하면 대기업 클라이언트들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작업실이나 사무실이 없으면 프로페셔널 해보이지 않아서 고객들에게 신뢰를 잃을 것이다. 등등 많은 가설들이 나를 보잘것없는 프리랜서로 전락시키려 들때가 많았지만 사실 그 중에 해당하는 것은 몇개없었다. 나같은 사무실없이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도 대기업 고객들을 만날 수 있고 슈퍼 울트라 하이 테크 테블렛이 없어도 동화책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 중에 내가 해당이 되던 안되던 그냥 나는 내가 하고싶고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 돈을 버는 것이 내 갈길이라고 생각되었다.
왜냐면 다년간의 한국에서의 프리랜서 경력으로 나의 소망은 호주에서도 한국에 있는 고객들에게 디자인을 해주는 것이 목표였는데 지금까지 두달동안 4건의 디자인 의뢰가 들어왔고 현재까지 3건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되었다. 이것에 대한 내 소망을 이야기 할때도 여럿은 나에게 뜬구름잡는 이야기라고 답해준 사람이 있고 나라면 잘 할 것이라고 격려해준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나도 누군가를 허풍떠는 사람으로도 진실된 사람으로도 평가하기때문에 나를 허풍쟁이로 보는 사람들의 생각도 존중한다.하지만 20대에는 이런 한마디 말에 참 많이 흔들였다. 지금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마 30대에 접어들어기 때문같다. - 면접을 보고 나서
이런 여러 우려속에서도 나의 이력서를 열람하고 그래픽디자이너&기획자로서 면접을 보자는 회사가 나타났다. 앱을 개발하고 디자인해본 경력이 전무한 나에게 인터뷰 기회를 준 회사에게 정말 감사했다. 아직 발표가 나기 전이라 합격여부는 알 수 없으나 나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여러가지 질문을 해주었고 그것을 답변하며 나의 디자인 철학과 현재까지 쌓아온 경력에 대해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인터뷰에서 받은 여러 질문들을 정리해서 영어로 번역한다면 나중에 영어로도 면접을 보는데 좋은 밑바탕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는 즉흥즉답이기 때문에 생각을 말하면서 정리하게 되는 경향이 많아 정리되지 못한 답하고 문장이 지지부진 길어졌던 것이 아쉬웠다. 이 글을 쓰며 아쉬웠던 나의 답변들을 다시 정리해보려고 한다.
Q.디자이너로서 생각하는 밸런스, 조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밸런스란 디자인을 할때 포기해야하는 것과 절대 포기하면 안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의 기준을 알아내 두 가지 영역을 가장 조화롭다고 할만한 합의된 지점을 밸런스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을 할때 뿐만 아니라 삶에서의 밸런스도 이와 비슷하다. 그 기준을 디자이너안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아야한다. 팔릴 수 있으면서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고 아름다운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내가 디자이너로서 생각하는 밸런스이다.
Q. 좋아하는 디자이너 혹은 작가는 누구이고 이유는 무엇인가?
A. 개인적으로 작가는 밥런던을 좋아하고 디자이너로는 누구 한명이 아닌 이케아에서 종사하는 서비스 디자이너들을 좋아한다. 밥런던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 경계를 잘 알고 꾸준히 작업을 하기때문이다. 나도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본인의 스타일을 유지해 나가는 것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 가끔은 좋아요 수가 많이 눌린 그림들을 보면서 저렇게 나도 해야하나 라는 유혹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나를 찾는 사람들은 내 스타일이 좋아 나를 찾는 것이기 때문에 스타일을 유지하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작가들을 좋아한다. 마치 위에서 말한 내가 생각하는 밸러스를 잘 유지하는 작가를 좋아한다.
이케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컨셉이 분명하며 소비자가 이케아를 방문할때 어떻게 하면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는지 디자인으로 친절하게 안내하기 때문이다. 매장을 방문했을 때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소품들과 안내표시판 등이 정말 자연스럽게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매장의 길을 끝까지 따라가다보면 어느 것 하나가 소비자 손에 쥐어져 구매하게끔 만드는데 그 힘은 서비스 디자인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가장 영특하고 여겨지는 점은 보통의 가게들은 카운터가 입구에 있는데 이케아는 카운터를 맨 마지막에 두었다는 것이다. 물론 빨리 물건을 사고 싶은 고객들에게는 불편한 사항이 될찌도 모르나 이케아 입장에서는 그런 고객들 조차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상품을 보도록 만들었으니 이케아의 할일을 철저히 하면서도 고객들의 요구도 들어주는 합의점을 기가막히게 찾은 것이다. 다 돌아보면 배가고파 기분이 나빠질 수 도 있는데 클로징 익스피어런스로 이케아 가구와 식기구가 놓인 음식점에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 배부르고 즐거운 기분으로 집에 돌아가도록 한다. 디자인의 힘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이케아 오프라인 매장을 좋아한다.
Q.본인이 얼마나 똑똑하다고 생각하는가?
뇌에는 8가지 영역이 있는데 전부 다 발달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나는 공간감과 사회친화력, 자아성찰 부분이 발달 하였고 수학과 논리 부분은 부족하다. 디자이너로 공간감능력이 뛰어난 것은 디자인 업무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Q.배움에 대한 생각이 어떠한가?
A.나는 죽기 전까지 사람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인생 10년 주기로 새로운 기술 또는 학문을 배워보고자 하는 계획이 있다. 지난 20대는 디자인 기술과 그 학문을 배우기 위해 시간을 보냈고 현재 30대는 지난 20대를 돌아보며 내가 더 깊이 있게 파고들고 싶은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 산업디자인 영역에서 색인데 색으로 석사 과정도 생각하고 있다. 또 영어를 제2외국어로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정도로 만드는 것이 내 30대의 목표이다. 이 후도 10년마다 계획이 존재하는 만큼 나는 항상 배움을 열망한다. 호주에 온 이유도 그러하다. 영어를 배워야 원서로 읽을 수 있는 자료들을 잘 읽고 공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Q.머테리얼 디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디자인 사조는 시대 사조를 따르게 된다고 생각한다. 르네상스 시대는 그 시대 사조를 따라 가구 디자인, 의상 디자인 등이 전개되었고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 전 모더니즘 시대는 그 시대 사조를 따라 건축, 디자인, 예술 등이 발전했다. 현재 존재하는 여러 디자인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고 있다. 안드로이드에서 제공하는 머테리얼 디자인도 시대안의 디자인 정책이라고 생각되는데 그 재질이 자연으로 회귀하는 성향은 다원주의에 질린 소비자들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다 맞기도 하고 다 틀리기도 하다는 포스트 모더니즘 에서의 혼란은 사람들에게 선택 장애를 불러일으켰다.
우리에게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이란 정의 또는 우리에게 다 정답이기도하고 다 정답이 아니라고도 이야기 하는 것이 현대인들에게는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 결국 사람은 다시 의미와 정답과 평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그 정의를 자연보다 더 높은 것을 찾지 못한다는 결론에 다달았다고 생각한다. 자연에서 온 색채 재질(종이,하늘 등) 느낌은 현재 미술 인테리어 익스테리어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자연을 보며 받은 영감은 사실 어느 시대에서나 존재하는 바 였다. 하지만 이 전에는 그것을 그대로 복원에서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종이를 보아도 그 표면의 재질느낌만 걸러내 어플리케이션에 적용시키는 기법으로 포스트 모더니즘이 작용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Q.자신의 강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A.나의 강점은 직관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직관력이란 쉽게 예를 들자면 길에서 모르는 사람을 마주쳤다고 하였을 때 이 사람이 왼쪽으로 갈찌 오른쪽을 갈찌 파악이 되는 것인데 나는 이것이 다른 사람들 보다 좀 더 발달되어있다. 그 이유는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단순히 물체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갖고 자주 보아왔다. 컵을 보더라도 손잡이를 어떤 모양으로 한것이 내손에 잘 잡히는지, 손이 큰 사람들에게는 손잡이가 없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컵받침으로는 컵과 같은 색을 쓸때와 컵과 반대되는 보색을 썼을때의 식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상상해보기도 한다. 이렇게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여러가지 이야기와 가능성을 떠올 릴 수 있고 이것들이 잘 조합되는 것이 습관이 되면 직관력이 높아지게된다.
Q.자신이 했던 최악의 작업은 무엇이었나? 그리고 그 이유는?
A.고객이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안을 선택할때를 꼽는다. 그 이유는 내가 끝내 내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 시안을 선택하도록 설득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최종결정권자가 내가 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설득을 하였다는 생각이 들어도 카피수준에 머무는 디자인이 최종 결과물로 시중에 나와있는 것을 보았을 때 내가 디자인 했다고 말을 하지 못하겠더라. 결국 그런 디자인은 내 포트폴리오에는 실을 수 없다. 이런 일을 겪고 나서 깨달은 점은 고객에게 나의 디자인 가치관을 설명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디자인과 내가 할 수 없는 디자인에 대해 사전에 이야기를 충분히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뒤 일을 시작하면 큰 탈이 없지만 사전에 협의 없이 막무가내로 시작하는 일은 결국 최악의 작업이 되는 경우들이 다분했다.

이렇게 일기를 쓰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매일 매일 성장하는 내 마음을 돌아보고 느낄 수 있다. 다음 주에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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