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 상반기가 다 지났다. 호주에 온지는 벌써 8개월이 되었다. 남편이랑 우스개 소리로 호주의 삶은 저녁은 있지만 가족과 친구가 없다고 이야기 한다. 한국에서는 야근때문에 저녁은 없지만 가족과 친구가 있는 삶이었다.

호주의 맑은 날씨, 쾌적한 공공시설 등 속에 있다보면 정말 참 환경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을 생각하면 호주의 하늘을 보며 내 비자기간 동안은 호주 하늘은 온전히 느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된다.

그러다가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다보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가족도 보지 못하며 외국에 나와있나?라는 생각에 잠긴다. 일년뒤 한국에 갔을 때 부모님들이 얼굴을 보면 애잔할것같다.

한국에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남겨둔채 혹은 그리움을 잊으려고 애써 외면한채 또 나는 맑은 호주 하늘아래서 하루 하루 그래픽 디자이너로 직장 생활을 해내가고 있다. 외국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 해보는 것은 어떤 것일까? 라는 환상은 업무부분에 있어서는 많은 일치를 이루었다. 하지만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개인의 삶의 영역에서는 많은 결핍들이 존재해오고 있다. 집을 구하는 것, 비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 등은 내가 한국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개인의 영역이었다.

아픈만큼 성장하는 것. 가끔은 정말 부정하고 싶은 이 진리가 이 호주의 삶에서 내 삶 속 뼈깊이 파고든다. 사실 또 일년 뒤에는 별것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만한 문제들일것이다. 지금 당장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로 미리 사서 맘고생하는것이 얼마나 현재를 즐기지못하는 바보같은 미련한 짓인지 알면서도 그것을 반복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