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가 있으면 당연히 불합격자도 있다. 2000년대 초반에 일반 기업에서 인사업무를 할 때는 공채시즌에 맞춰 정해진 타임라인이 있어 약속한 시간이 되면 불합격자들에게는 간단한 이메일이나 문자로 통보가 되었다. 당시에는 불합격 이후 피드백을 물어보는 지원자가 굉장히 드물었고 나 역시도 피드백을 주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인사담당자들에게 불합격의 사유를 물어보는 지원자가 많아지면서 나 역시 어떤 피드백을 주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 보았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제가 무엇이 부족해서 합격하지 못하였는지 알려주세요.”인데 사실 업무의 적합성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늘 상대적인 거라 더 나은 후보자가 있으면 불합격 통보를 받는 것일 뿐, 부족해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업무를 하는데 10의 스킬이 필요할 때 어디선가 15의 스킬을 가진 지원자가 나타나서 그를 채용했다면 10의 스킬을 가진 다른 지원자가 결코 그 업무에 부족하거나 적합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럼 결국 “운”인가요?라고 반문할 텐데.. 솔직히 운이 작용한다고 말하면 너무 책임감 없는 소리일까? (사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두 번째로 많이 듣는 질문은 “제가 다음번 지원 때 어떻게 하면 합격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 이건 이야기가 좀 다르다. 간혹 온라인에 이력서 컨설팅을 하는 사람들이나 커뮤니티에 예상 질문과 모범 대답을 올려놓은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과연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하고 합격해서 다니는 회사는 행복할까?
나는 면접을 “소개팅”에 많이 비유한다. 면접관의 일방적인 선택이 아니라 이건 엄연히 지원자들에도 선택권이 주어지는 행위인데 소개팅에서 상대방이 나를 마음에 들어해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 만남은 없고, 내가 너무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 나를 속이고 거짓으로 나를 치장해서 겨우 만남이 지속되었을 때 과연 나는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