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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주세요.”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자마자 직원이 인사팀에 찾아왔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데 요즘 같은 여름에는 집에서 나설 때 양말을 착용하지 않아 옷을 갈아입을 때 비로소 맨발에 근무화를 신을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유니폼과 근무화는 회사에서 무료로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양말은 개인의 것을 사용한다.

 


직원의 논리는 단순했다. 양말은 회사에서 근무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기에 당연히 회사에서 제공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사팀은 직원들의 근무환경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담당하기에 자신이 깜빡하게 챙겨 오지 않은 양말도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 (유니폼을 가져오지 않으면 인사팀에서 빌려준다) 안전과 관련된 제품이니 (양말 없이 근무화를 신으면 다칠  있다) 당연히 인사팀에서 줘야 한다는 것이다.

 


묘하게 설득되는 직원의 말을 듣고 있자니 무작정 안된다고  수는 없었다. 다행히  사물함에 몇 개의 양말이 있어 건네주고 직원을 보낸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인사팀의 업무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웃프다)


우리 회사의 지원부터는 재정/시설/안전을 담당하는 팀과 인사팀뿐이다.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은 인사팀에서 담당하고  외는 재정/시설/안전팀에서 담당한다. 그런데 분명 오버랩되는 일들이 생기는데 예를 들어 직원이 이용하는 시설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직원생활과 관련되기에 인사팀 담당이지만 시설의 도움도 필요하다. 서로 우리  아니라고 미루다 보면 결국 피해는 직원이 받기에 다행히 우리  팀은 서로 협력하면서  일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인사팀의  다른 업무는 앞에서 언급되지 않은 “그 외 모든 것”이다. 높으신 분들이 우리 매장을 방문했고 돌아가는 길에 택시를 잡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외국인들이라 한국어를 못한다), 임원들이 식사하시기 좋은 장소도 섭외해서 예약도 한다. 직원들에게 뭔가 발표할 내용이 있으면 통역도 해야 하고 급하게 매장 프린터기가 고장 나서 일을 못한다고 하면 인사팀 프린터기를 들고 뛰어간다.

 


이것 역시 어디까지 도와줘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외국인 임원의 남편이 한국에서 테니스를 배우고 싶다고 테니스 개인 레슨을 찾아봐 달라고 하거나 자신의 친구들이 한국을 올 건데 어디를 가면 좋을지 정리해서 여행 계획을  달라고도 한다. 왁싱을 해야 하는데 내가 다니는 샵을 예약해 달라고 하는데 거기서 끝이 아니라 내가 같이 가서 통역해 주기를 바란다.

 


동료들끼리 위의 상황을 이야기하다가 양말도 사주고 속옷도 사주고 이러다가 집까지 사달라고 하겠네 라는 말을 하면서 웃었다. 그렇지만 매일 다양한 고객을 만나는 우리 직원들도 무리한 요구 (하지만 묘하게 설득되는 논리를 가진) 하는 고객들을 상대하며 고민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객을 대하는 마음으로 직원을 좀 더 이해해 주려고 한다. 물론 매번 양말은 줄 수 없지만... 아, 다음번에 또 찾아오면 양말 값이 월급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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