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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회사는 오랫동안 다른 나라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해 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입사하고 싶은 이유는 00 회사처럼 오래된 회사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배워서 성장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면접자의 대답을 듣고 있던 나와 담당부서 매니저는 동시에 고개를 들어 서로를 바라봤다. 짧은 순간 복잡한 마음이 들었고 우리는 ‘이걸 어쩌지?” 생각을 동시에 했던 것이었다.


, 00 씨.. 우리 회사가 생각하신 것만큼 체계적인 시스템이라는 게 없는데..”


아프지만 쓰라린 현실을 알려줘야 하는 것도 나의 의무였다. 이것은 겸손도 아니고 거짓말도 아니고 면접자를 겁주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니,  그대로 “사실 전달해야 하는 순간인 것이다.

 


“우리 회사는 매뉴얼이 없습니다.”


 
물론 기초적인 업무를 하는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은 있다. 하지만 이것은 방향성(direction) 일뿐 매뉴얼은 아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매뉴얼에 나와 있는 데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기에 '이럴 때는 이렇게' 라며 돌에 세기는 방식보다는  나은 방법으로 생각하고 제안하는 것을 원하는 회사다. 너무 많은 규율은 창조적인 사고를   없게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고객과 우리 직원 모두 행복한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가 회사가 알려주는 방향성이지만 직원이 원하는 것은 그래서 지금 이 고객이 원하는 데로 할까요? 에 대한 대답이다. 정답은 없지만 해결책은 모두 같이 고민해야 하고 그 역시 매번 답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답은 같이 찾아봐요, 그야말로 직원 입장에서는 황당한 답변이다.


면접 때 만약 직원이 업무에 어려움이 있을  어떻게 짧은 시간 내에 교육시킬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적이 있는데 10 9명의 후보자는 “매뉴얼”을 언급했다. 사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우리는 그저 YES 혹은 NO의 답변이 속 시원하다는 것을 잘 이해한다.


우리가 외국계 기업의 '자율적인 분위기'를 이야기할 때 위와 같은 사고방식이 그 바탕이 되는 것 같다. 자율적이라고 내 마음대로 한다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생기는 질문들은 직원들이 스스로 해결해 가길 바란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미 답은 정해놓고 방향성 이야기만 하면서 이야기를 빙빙 돌리는 경우도 많이 겪는데 이럴 땐 정말 YES or NO를 외치고 싶다.


(번외 편) 위 대화를 남자 친구랑 했을 때


나: (방향성 제시) 난 행복한 생일을 보내고 싶어
남자 친구: (답을 원함) 그래서 생일 선물로 뭘 받고 싶은 건데?
나: (굴하지 않고 방향성 제시) 동시에 네가 부담스럽지 않았으면 해
남자 친구: (답답함) 뭐야, 한 삼만원짜리 사주면 되나?


결론) 방향성은 아무 때나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도 답이 필요할 땐 제발 답을 좀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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