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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전 다녔던 미국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가 입사했을 때부터 나를 무척 싫어하는 교포 리크루터가 한 명 있었다.  그녀는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고 한국인들, 특히 한국 여자를 싫어했다. 쫑알쫑알 하이톤의 목소리, 두세 배는 빠른 속도, 강력한 미국 악센트, 그리고 작은 키에 높은 하이힐을 신고 항상 바빠 보이는 모습이었는데 내가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가면 내가 좀 바빠, 나중에 다시와 라고 말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자기가 날 필요할 때는 세상 둘도 없는 베스트 프렌드처럼 살살 맞게 웃으며 대해줬다.


나 : 제니퍼 브라운 서류 어디 있어

그녀 : 누구 말하는 거야?

나 : 제니퍼 브라운

그녀 : 난 네가 누구를 말하는지 모르겠어


난 그녀의 자리로 가서 외국인 입국 비자에 필요한 서류함을 열어 제니퍼 브라운의 파일을 꺼내 그녀 앞에 내밀었다.


그녀 : Oh, you mean ,, 줴니풔 브롸운!

(아, 너 제니퍼 브라운 말하는 거였어?)


그렇다. 그녀는 내 발음이 후져서 못 알아들은 거라며 제니퍼 브라운이 아니라 줴니풔 브롸운~ 이라면서 입술을 쭉 내밀 었다. 엄청난 분노가 치밀었지만 내가 발음 연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강력한 동기부여를 해줬던 것은 사실이다. 내 언젠가 강력한 미국 발음으로 오만가지 욕을 배워서 널 눌러줄 거야..




이후 유럽계 다국적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나의 매니저(이사님)는 일본인이었다. 당시 인수인계를 해주던 선배가 몇 가지 원칙을 알려줬는데 1. 이사님의 말을 못 알아들으면 안 됨. 만약 못 알아 들어도 알아들은 것처럼 하고 되묻지 말 것 2. 절대 미국 본토발음으로 보고 하지 말 것, (이사님이 못 알아듣게 말하면 안 됨) 항상 간결한 문장으로 보고 할 것 3. 외국 제스처(어깨를 으쓱한다거나) 절대 금지였다


당연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었기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으나 이 매니저는 우리끼리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도 싫어했고 내가 영어로 보고하는 중에 가끔 대답을 일본어로 했다. (난 당연히 못 알아 들었다)


결국 이 회사를 다닐 땐 외국계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내 영어실력이 퇴화됨을 느꼈다. 영어실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본인 이사님이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를 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에..



현재 내가 다니는 회사는 유럽계인데 17개국의 직원이 한국 브랜치에서 일을 하고 있다. 호주나 영국에서 온 원어민도 있지만 대부분은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사람들이다. 언어의 목적은 결국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에 영어를 잘한다는 것보다 상대방이 알아듣게끔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난 요즘도 영어 공부를 한다. 외국계 취업을 목표로 하는 준비생들이 있다면 간결한 문장과 핵심 내용을 전달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라는 것을 조언해 주고 싶다. 물론, 내 매니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를 하는 것이 토익 900보다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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