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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헤드헌터를 만나고, 중국어 면접을 보기까지

해외 취업을 위해 이곳저곳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흥미로운 공고를 하나 발견했다. 대만에 있는 앱 서비스 회사였다. 잡 디스트립션(JD)이랄게 없는 한 줄짜리 설명이었지만 그 포지션이 궁금해서 이력서를 제출했고, 하루 만에 회신이 왔다. 지금까지 인하우스 리크루터랑만 이야기를 해봤는데, 헤드헌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대만의 헤드헌터였다. 난 지금까지 대만에는 이력서를 거의 제출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임금 수준이 한국에 비해 많이 낮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확히는 그 수준을 몰라서 흥미로운 포지션을 발견한 만큼 이번 인터뷰를 통해 대만의 노동 시장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회사와 나의 적합성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제, 라인(Line)을 깔 시간!

 

상해에서 교환학생 하던 시절에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만난 덕분에 내 핸드폰엔 다양한 채팅 앱이 다운로드되어 있다. 카카오톡, 위챗, 왓츠앱(What's app), 페이스북 메신저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대만에서 사용하는 채팅 앱은 라인(Line)이다. 라인은 최근에 잘 사용하지 않아서 삭제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다운로드했다. 대만 리쿠르터인 만큼 핸드폰에 번체자 키보드를 추가해서 번체자로 메시지를 보냈다.

 

번체자로 보낸 메시지 그리고 이모티콘 답장

서면어 그리고 이모티콘

중국어의 어순이 영어와 비슷해서 중국어에는 존댓말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중국어에도 '서면어(书面语)'라고 하는 작문할 때 쓰는 문어체가 있다. 그래서 일부러 격식을 차린 표현을 써서 중국어로 메시지를 보냈건만, 채팅을 하다 보니 귀여운 이모티콘을 또 받았고, 조금 더 편안한 말투로 대화를 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한국의 채용 담당자와 이야기 한 기억들을 떠올려보면, 대부분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건 개인적으로 도무지 상상이 잘 가지 않는 일인데, 이렇게 몇 번 맞닥뜨리다 보니 중화권에서는 흔한 일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만 헤드헌터와 이야기하다

메시지로 닌하오(니하오의 존댓말)라고 인사를 하자마자 지금 라인으로 통화할 수 있냐고 회신이 왔다. 인터뷰 시간을 바로 조정할 줄 알았는데, 조금 당황했다. 실제로 지원한 회사의 HR 팀과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 헤드헌터랑도 여러 번 통화할 수 있다는 걸 이번 기회를 통해 배웠다. 난 우선 일단 지금은 근무 중이라 통화가 곤란하니 그 날 저녁에 하자고 했다.

퇴근 후 집으로 가는 길에 중국어로 헤드헌터와 약 20분 정도 통화를 했다. 중국어로 통화를 하는 건 처음이라 좀 떨렸지만, 막상 통화를 시작하니 점점 적응이 되었다. 통화에서는 경력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 대만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 희망 연봉 등을 이야기했다. 대만에는 처음 지원해본다고 했더니 연차별 연봉 수준을 대략적으로 알려주고, 대만에서 내가 지원한 포지션의 평균적인 연봉 수준과 지원한 회사에서 최대로 고려하고 있는 연봉을 알려줬다. 현재 받는 연봉보다 굉장히 낮은 금액이어서, 지금 받는 것보다도 낮춘 금액을 제시하고 해당 회사에서 그 정도가 괜찮으면 면접을 보고 아니면 면접을 보지 않겠다고 의사를 전달했다.

통화 후엔 헤드헌터가 이력서를 워드 파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은 내가 설정한 글꼴과 문서 형식 등이 변경되지 않게 일부러 이력서를 PDF로 제출했는데, 헤드헌터의 경우에는 나를 추천하는 이유와 연봉 수준을 적고, 헤드헌터 회사의 로고를 추가하는 등 문서를 편집해서 회사에 제공해야 해서 워드 파일을 선호하는 것 같았다.

 

면접 연습을 도와주는, 헤드헌터

다행히도 지원한 회사에서 인터뷰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고, 스케줄을 잡았다. 중간에서 헤드헌터와 처음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인데, 친절해도 너무나 친절해서 고마웠다. 먼저 다른 지원자들이 질문받았던 내용을 메시지로 전달해주며, 이에 대한 답변을 먼저 준비해보고 면접 전날 저녁에 자신과 통화를 해보자고 했다. 면접 연습까지 도와주는 줄은 전혀 몰랐었는데, 정말 감동했다. 전달해준 내용은 경력직이 아니라 대학생 신입사원에게 묻는 내용이라 평이하긴 했지만, 중국어로 즉석 해서 말하기엔 약간 어려운 것들이었다.(그렇다. 내 중국어가 아직은 비즈니스 레벨은 아닌 거다. 더 공부해야지..)  1) 자기소개, 2) 장점/단점, 3) 친구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4) 3년, 5년 후의 계획 등이었다. 면접 연습을 하면서 헤드헌터에게 여러 피드백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답변을 보완해서 다음날 면접을 진행했다. 이렇게 연습을 하고 나니, 왠지 마음이 편안했고, 다시 한번 친절왕 헤드헌터한테 너무 감사했다.

 

이젠 실전, 대만 회사와 스카이프 인터뷰

회사에서 점심시간을 쪼개 카페로 나섰다. 따스한 햇빛이 얼굴을 비췄고,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중국어 면접이라 아주 좋은 평가는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편안했던 걸 수도 있겠다. 면접은 약 40분 간 진행되었고, 경력직이다 보니 당연히 헤드헌터가 준 질문보다 훨씬 실무적인 질문이 많았다. 그래도 관심 있는 분야라 여러 가지 예시를 들며 답변을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질문은 대략 이 정도였다.

 

- 자기소개
- 해당 분야의 앱을 이용해본 경험
- 미국과 한국에서 해당 분야 앱을 사용하는 유저들의 행동 차이와 나의 의견
- 내가 해당 분야에서 이용해본 앱 간의 차이, 특징 및 나의 의견
- 지원하는 회사의 경쟁사 관련 질문
- 나의 단점
- 경력 관련 질문 및 팔로업 질문

 

그 이후에는 회사와 직무에 대해서 면접관이 설명해주었고, 연봉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나도 내가 일해도 되는 회사일지 궁금해하며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인터뷰가 그래도 마음에 들었는지, 면접관은 경력기술서/포트폴리오 같이 그동안 했던 것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많이 궁금해할 것 같아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서 나도 헤드헌터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면접을 보고 나니, 나는 더 이상 면접을 진행하고 싶지 않아 졌다. 맺고 끊음은 확실하게 하는 편이라, 헤드헌터에게 회사와 나의 핏이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유를 자세하게 적어서 보냈고, 면접관에게도 앞으로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싶지 않다고 이메일을 작성해서 보냈다. 헤드헌터가 열심히 도와줘서 정말 미안했지만, 친절왕 헤드헌터는 나랑 더 잘 맞는 자리가 있으면 연락 주겠다며, 대만에 오면 커피라도 한 잔 같이 마시자고 했다.

 

우린 아마도 친구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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