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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를 들어가 보게 되었다.

수능도 수능이지만, 우리나라 취업시장은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내 눈길을 끌었던 외국계는 가지 마세요 라는 글.

궁금해서 스크롤은 더 내려보니 이러한 내용을 언급하고 있었다.

 

외국계는 

1) 신입이 배우고 성장하기 힘들다.

2) 의외로 박봉이다.

3) 머리 좋고 그런 것 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하고 말 잘하고 뽈뽈 거리면서 잘 쏘다니는 애들이 이쁨 받아서 수동적인 것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적응하기 힘들다.

4) 무늬만 외국계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한국인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꼰대 문화가 있다. 

 

동의하는 부분도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대졸 후 외국계에서만 줄 곧 일해온 내 기준에서 위의 4가지 내용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신입이 배우고 성장하기 힘들다.

신입이 배우고 성장하기 힘들다는 것은 일부 맞는 이야기이다. 이유 1) 입사하자마자 길면 1-2주 동안 교육을 받고, 3개월 동안의 프로 베이션 기간 이후에는 실제로 퍼포먼스를 내기 시작해야 한다. 2) 매니저가 먼저 나서서 알려주지 않는다. 내가 물어봐야 알려준다. 

사실 한국에서 쭉 교육을 받아온 우리에게 '배운다'라는 의미가 누군가는 나를 가르치고 나는 앉아서 배운다라는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진짜 배우는 것은 내가 나서서 뭔가를 액션으로 옮길 때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영어공부의 예로 들면 가장 쉬울 것 같다. 앉아서 문법, 단어 공부를 10년 가까이 한 사람이 왜 해외에 나가면 버벅되는 것일까, 말하고 듣는 연습을 액션으로 옮겨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즉 모든 배움은 내가 나서서 내 것으로 체화를 스스로 해야 되는 것이다. 이것이 외국계에서는 모르면 찾아보고 직접 물어보는 것으로 치환될 수 있다. 그래서 다시 말하면 외국계에서는 배우고 성장하는 그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를 새로이 적응해야 하니 힘든 것이다.(그것이 20여 년 동안 수동형으로 살다 능동형으로 바뀌는 것이라 더욱 힘들 뿐.) 이런 것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은 오히려 외국계가 부딪히며 몸으로 배우는 것으로는 최고의 환경일 수 있다. 

 

2) 의외로 박봉이다. 

이것도 일부 사실이다. 진짜 사실은 '초봉'이 적다는 것이다. 직종마다 달라서 일반화하기 가장 힘든 게 외국계 연봉이지만 내 경험을 말하자면 내가 싱가포르 취업 전에 학교 구인 구직 사이트에서 발견해서 지원한 미국계 HR 회사가 있었다. 2번의 면접 후에 합격했고 최종 오퍼와 함께 '세전 200만 원'을 제안받았다. 당시 24살이었던 나는 200만 원이라는 돈이 커 보이기도 하면서 작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고 생각보다 월급이 작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어머니도 그러게... 하시며 결정을 나에게 미루셨다(?) 결국은 그 회사에 입사하지 않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오퍼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싱가포르 취업 과정에 임할 수 있었고 또 그때 내 눈을 낮추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꾸준히 연봉을 원하는 만큼 올려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초봉은 낮아도 경력직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경력이 쌓이면 본인 퍼포먼스에 따라 회사에 자신 있게 연봉 인상을 요청해 볼 수 있고 본인이 전략만 잘 짠다면 경쟁사로 높은 몸값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3) 머리 좋고 그런 것 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하고 말 잘하고 뽈뽈 거리면서 잘 쏘다니는 애들이 이쁨 받아서 수동적인 것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적응하기 힘들다.

1)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이것도 사실이다. 내가 강연이나 멘토링에 가면 항상 강조하는 것이 'Proactive' 정신이다. 이 말을 한국말로 번역해서 단순히 적극적이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족하다. 어원을 보면 pro ~앞으로 active 활동적인 그러니까 무언가 먼저 앞서서 예상하고, 제안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이 모든 것들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우리 상사가 나에게 지시한 업무 이외에 내가 먼저 나서서 이것도 해야 되지 않아?라고 제시하면 상사는 "Thank you for your proactiveness"라고 한다. 

혹자는 시키는 일만 하기도 바쁜데 먼저 나서면 오히려 할 거리만 많아진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아마 더 잘 맞을 것이다. 스타트업이나 외국계는 시키는 일만 하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도때도 없이 나서라 라는 말은 아니지만, 어느정도의 proactiveness가 있어야 회사에서 인정받는다. 

아무튼 뽈뽈 거리며 잘 쏘다니는 애들은 외국계에서 '더 잘 인정' 받는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저렇게 일하다가는 잘못하면 '나댄다'라는 소리를 들을 확률이 더 높고 아무도 나 댄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진 않을 것이다. 

 

4) 무늬만 외국계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한국인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꼰대 문화가 있다.

이것도 맞는 얘기이다. 그런데 한 가지 바로 잡고 싶은 것은 '한국인들이기 때문에'가 아니라 '누구나'꼰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근무할 때 우리 팀에도 꼰대가 있었다. 자기 말대로 안 하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자기 말대로 하게끔 하는 사람. 팀원의 자율성을 용납하기보다 원래 하던 대로 자기 방식이 편한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은 어딜 가던 한 명씩은 꼭 있기 때문에 굳이 한국인들이 일하는 외국계는 별로다 라고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 외국인들로만 둘러싸여서 일하면 그건 그것대로 힘든 점이 있다. 

애초에 회사는 같이 일하는 모든 사람을 보고 들어갈 수가 없다. 그건 정말 일을 시작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저런 말 하는 사람은 외국계를 안 가고 싶은 '핑계'를 만들고 싶어서 저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 이유만으로 외국계를 지원도 안 한다? 그건 진짜 바보다. 외국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회사에서 일하는 이상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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