Χ

추천 검색어

최근 검색어



야매 득도 에세이 #1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그냥 '부럽다'에서 끝나면 좋겠지만 '난 왜 없을까?'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 게임에서 우리는 자주 패배감을 느낀다. 그래서 부러워하면 안 된다. '졌다'는 느낌처럼 참담한 기분은 없으므로.


요즘 나는 다른 곳에서 패배감을 많이 느꼈다.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는데 좀처럼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빈곤해지고 있다는 기분. 열심히 살았는데 겨우 이 정도야? 억울했다. 차라리 열심히 살지 않았더라면 덜 억울했을 텐데. 계속 지는 느낌. 나는 누구한테 지고 있는 걸까? 고민하는 내게 누군가는 이런 고마운 소리를 해줬다.



됐고, 열심히 사니까 그 정도라도 사는 거야.


삼 개월 전,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면서도 나는 회사에 다녔다. 그림 의뢰가 많지 않기에 그것만으론 생계유지가 힘들어 부득이하게 회사를 다녀야 했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두 가지 일을 하는 것에 점점 지쳐가던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수입으로 따지자면 회사에 다니는 쪽이 훨씬 나을 테지만 나는 불안한 프리랜서로 사는 것을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좀 더 느슨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열심히 사는 건 이제 그만이다.


오후가 다 되어서 일어난다.
대충 점심을 차려 먹고 오후 시간엔 빈둥빈둥 논다. 맥주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가끔 아이디어를 끄적이거나 한다. 그러다 보면 금세 밤이 되고 저녁을 먹고 잠을 잔다. 이렇게 게으르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 예상대로 그림 의뢰도 없어서 더 한가하다. 그래서 좋다. 이대로 영원히 일이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역시 그건 좀 곤란하겠지? 모아 놓은 돈이 많지가 않다.


나도 모르는 사이 어떤 '경주'에 참가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 경주를 포기한 느낌이다.
경주에 참가하지 않으니 당연히 승리도 패배도 없다. 그런데 궁금한 건 그 경주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었을까 그 경주의 타이틀은. '누가 더 돈 많이 버나'대회?, '누가 먼저 내 집 장만 하나'대회?, '성공했다는 소리 듣기'대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경주에서 무진장 애를 쓰며 좋은 성적을 내려 열심이었던 모양이다. 그만두길 잘했다.
지금의 나는 성적을 낼 필요가 없다. 나는 경주 바깥의 사람이니까. 사람들도 그걸 눈치챘는지 그다지 내 성적표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유롭게 사는 네가 부럽다'라거나 '나도 결혼만 안 했어도'라는 말로 나를 응원해 주곤 한다. 나는 더 이상 그들의 경쟁자가 아닌 것이다.(응? 이거 좋은 거 맞지?)
가끔은 '너 그러다 큰 일나'라며 걱정해 주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럴 때면 난 '어떻게든 되겠죠'라며 웃어버린다. 그리고 그건 진심이다.


근데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대책 없이 낙관적이 되어 버렸지?(한 비관하던 사람인데...)
도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역시... 그냥 열심히 살 걸 그랬나?
득도의 길은 멀다.


최근 콘텐츠


더보기

기업 탐색하기 🔍

크레비스파트너스

크레비스는 15년 이상의 역사와 전문성을 가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임팩트 벤처 그룹입니다. 사회 및 공공이 해결하지 못한 영역에서 혁신적인 기술로 임팩트를 전파하고자 기업들을 발굴, 투자, 육성하고 있습니다. 2004년 창업 초기, 많은 시행 착오를 경험하며 20대 초반의 우리는 "인생의 30년 여정"에 대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당시는 사회 전반적으로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이 꺼지며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고하던 시기입니다. 그런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그리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단지 재미와 의지만이 아닌, 철학과 미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는 후배들에게 취업과 진학 외에도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라고 결심하며 과감히, 그리고 무모하게 창업과 사업이란 길을 선택했습니다. 우리가 계획한 30년 여정 중 15년이 지난 지금, 크레비스는 시장 실패 영역에서 직접 사업을 운영하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도전에 동참하는 용기 있는 후배들을 지지하고, 공동창업자로 육성하며, 임팩트 펀드 운영을 통해 임팩트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 크레비스파트너스 홈페이지: http://www.crevisse.com

미디어/디자인/방송/광고/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