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하고 '열심히 살지 않겠다' 선언한지도 벌써 7개월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나는 정말로 열심히 살지 않았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마음 내키는 대로 살고, 마음 내키는 일만 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돈은 못 벌었다.(웃음)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일부러 돈을 벌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뭐랄까 그냥 일하기 싫었다. 예전 같으면 무리해서 했을 일도 이런저런 핑계로 거절했다. 좀 한심해 보이나? 알고 있다. 다 큰 어른이 일하기 싫다며 돈도 안 벌고 놀고 있으니 그런 생각을 한대도 할 말은 없다. 그래도 한 번쯤은 이렇게 살아보고 싶었다.
욜로(YOLO)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인생은 한 번뿐(You Only Live Once)'이라는 뜻으로,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일컫는 단어란다. 요즘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구나. 아님 사람들이 너무 돈을 안 쓰니 소비를 유도하려는 고도의 상술인 걸까. 나는 그런 식으로 욜로를 그냥 남의 얘기처럼 여겼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지금 내가 이렇게 자유롭게 사는 것도 일종의 욜로가 아닌가 싶다.
나는 돈 때문에 내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해왔다.
돈 때문에 회사를 다니고, 돈 때문에 그림을 그리고, 돈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이게 다 그놈의 돈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언제나 '더 많은 돈'이라고 생각했다. 더 많은 돈을 벌면 자유로워질 거야.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해. 충분한 돈을 모으기 전엔 자유롭게 살 수 없어.
나는 돈에 얽매여 있었다. 그렇게 평생을 돈을 쫓으며 살았는데 그럴수록 돈은 도망을 가는 기분이었다. 내가 돈 버는 능력이 좀 모자란 탓도 있지만 신기하게 돈은 벌어도 벌어도 부족했다. 200만 원 벌던 사람이 500만 원을 번다고 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연봉이 1억이 넘는데도 돈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여럿 보았다. 나라고 다를까?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런 식으론 아마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이렇게 나중으로 미루기만 하다간 한 번도 자유롭지 못한 채 늙어 죽게 생겼다는 위기감이 나를 덮쳐왔다.
지금 나는 자유롭게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자유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애초에 이 자유는 유통기한이 정해진 자유였다. 통장잔고라는 유통기한 말이다. 통장잔고는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고 있다. 잔고가 바닥이 나면 내 자유도 끝이 난다. 아아, 결국 또 돈인가.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유통기한을 늘릴 방법을 알고 있다. 돈을 벌면 된다. 가끔은 싫은 그림도 그리고, 가끔은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기도 하고, 가끔은 짜증을 참아가며 돈을 벌면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다. 지금의 이 자유를 누리기 위해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정도도 못한다고 하면 나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그냥 나가 죽어라."
다시 돈을 벌어야 한다.
결국은 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전과는 큰 차이가 생겼다. 전에는 미래를 위해 인내하며 돈을 벌었다. 내게 돈을 번다는 건 곧 무언가를 참고 버티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현재의 자유로움과 기쁨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번다. 참는 것이 아닌 기쁨을 좀 더 맛보기 위한 능동적인 행동인 것이다.
똑같은 일도 마음먹기에 달렸다. 돈을 버는 행위는 같지만 그 행위에 임하는 내 마음이 달라졌다. 나는 미래를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현재를 위해 돈을 번다. 나는 여전히 돈을 벌어야 하지만 이미 자유롭다. 그렇게 하루하루 이 자유로움의 기한을 늘려가며 죽을 때까지 자유롭게 사는 것이 내 목표다. 욜로가 별건가. 현재를 위해 사는 게 욜로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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