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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가장 빨리 불행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 '비교'를 추천한다.

그건 실패가 없는 확실한 방법이다. 못 믿겠다면 지금 당장 나보다 돈을 잘 버는 사람이나 나보다 예쁜(혹은 잘생긴) 사람을 떠올려 보자. 주변에 아는 사람도 괜찮고 유명한 사람도 괜찮다. 그러고 나서 나의 삶을 가만히 비교해 보자. 아아... 나는 불행하다. 순식간에 불행하다. 봐라. 비교는 실패가 없다.  

그런 이유로 나는 남들과 나를 비교하는 짓을 하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인다. 굳이 사서 불행하고 싶지 않은 나는 내 삶이 남들과 다르다는 데에 불안함을 느끼기보다는 자부심을 가지려고 하는 편이다. 이렇게 유니크한 삶, 아무나 못 살아보는 삶이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모두의 삶이 유니크하다.

 

비교하지 않는 삶을 실천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마음을 잘 다스리며 살다가도 갑자기 외부로부터 훅 들어오는 공격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일종의 외부의 적인 셈인데 그 적의 이름은 엄마 친구 아들(딸), 엄친아다.

 

"내 친구 자식들 중에 너만 결혼을 안 했더라. 넌 대체 언제 결혼하려고 그러니?"

"친구 아들은 대기업에 취직했다더라. 넌 취직 안 할 거냐?"

"그 집 딸은 공부도 잘 하는데 얼굴까지 예쁘더라. 성격도 얼마나 싹싹한지 집안 일도 잘 돕고. 야! 소파에서 뭐 먹지 말랬지. 다 흘리잖아. TV 그만 보고 들어가서 공부나 해! 저건 딸이 아니고 그냥 웬수야 웬수!"

 

능력 되고 외모 되고 거기에 성격까지 좋은 인간들이야 우리 주변에도 많지만 엄친아들이 특히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이유는 그들이 바로 부모님 친구의 아들 딸이라는 점이다. 부모님이 친구의 자녀를 보며 느꼈을 패배감. 남들은 자랑스러운 자식인데 나는 못난 자식이라 부모님께 걱정만 끼쳐드리고 불효를 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어 더욱 괴롭다. 우리들은 모두 약점을 가지고 있다. 엄마 아빠라는 약점.

부모님도 우리들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기억해 낸다면 부모님의 기분을 이해 못할 것도 없다. 부모님도 젊은 시절 우리와 똑같이 자신과 또래들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괴로워했을 것이다. 난 왜 쟤처럼 잘 생기지 않았지? 난 왜 쟤처럼 똑똑하지 않지? 난 왜 쟤처럼 돈을 못 벌지? 그렇게 젊은 날을 다 보내고 나이가 들어선 그 비교의 대상이 자식으로 넘어온 것뿐이다. 저 집 자식은 보약을 사 줬다는데. 저 집 자식은 손자를 낳았다던데. 저 집 자식은 돈을 잘 번다던데.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비교할 거리는 넘친다. 자신을 비교하고, 자식을 비교하고, 그다음은 손자를 비교하고. 아마 죽을 때까지 계속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평생을 자신이 행복한 이유를 찾는 것보단 불행한 이유를 찾는 것에 몰입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도 일종의 마조히즘일까.

 

그런데 왜 하필 부모님들은 다른 사람도 아닌 '친구의 자식'들과 나를 비교를 하는 것일까.

부모님의 입에서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으로 돈 많이 벌었다더라. 넌 뭐니?'같은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더 잘난 인간들이 있는데 왜 유독 친구 자식들이 부모님을 괴롭게 하는 것일까.

마크 주커버그는(물론 엄청 부럽기는 하지만) 우리를 괴롭게 하지 않는다. 정작 우리를 극심한 질투심에 휩싸이게 만드는 건 바로 나랑 동등하다고 혹은 나보다 조금 못하다고 생각해 왔던 사람들이다. 평소 나보다 안 예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엄청 멋진 훈남 애인을 데리고 나왔을 때, 나와 비슷한 고민을 나누던 입사동기가 집에 갈때 보니 고급 외제차를 타고 가는 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미칠 것 같은 질투심을 느낀다.

우리는 이나영이 원빈과 결혼했다고 미칠 것 같은 질투심을 느끼지 않는다. 빌 게이츠가 가진 엄청난 부에 잠 못 이루지도 않는다. 우리를 미치게 하는 건 나와 동등한 사람들이라 믿었던 이들이 가진 '나에게 없는 것'이다. 애초에 넘사벽은 동경의 대상일 순 있지만 우리 질투의 대상이 아니다. 부모님을 괴롭게 하는 게 다른 사람이 아닌 친구 아들 딸인 게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비슷한 수준의 사람끼리 서로 비교하며 네가 잘 났네 내가 잘 났네 도토리 키재기 하며 사는 게 인간 세상인가 보다. 이 모습을 저 높은 곳에서 보는 이가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아이고, 의미 없다.'

우리들이 하는 비교. 어쩌면 의미 없는 짓인지도 모른다. 뭐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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