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전 제작 단계(Pre Production)
기획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작업은 기초공사라고 한다. 기초공사가 튼튼해야 오랫동안 삶의 안전한 보금자리를 만들 수가 있다. 무엇을 하든지 기초는 아주 중요하다. 영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초공사라고 할 수 있는 사전 제작 단계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중요성을 간과하고 바로 제작으로 넘어가곤 한다. 특히나 약간의 제작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그런 경향이 짙다. 하지만 아무리 영상 제작에 대한 경험이 많고 숙달되더라도 이 단계를 뛰어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간단하게라도 항상 기획과 구성에 대하여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이 영상의 퀄리티와 깊이에 있어서 깊게 관여하게 된다. 고민 없이 만든 영상들은 곧 티가 나게 마련이다. 아무리 현란한 기술을 동원해서 눈 호강을 시킬 지라도 깊이가 없다. 생각하고 만들지 않은 영상은 사람들의 생각을 움직일 수 없다. 제작자가 의도하고자 하는 데로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초반에 기획하는 단계는 중요하다.
<그림>을 보면 간단한 기획서가 있다.
대단한 것이 아니다. 제작하려는 영상에 대해서 목적과 방향을 잡고 거기에 맞는 아이디어들을 적는다. 여러 아이디어들 중에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린다. 간단한 줄거리나 내용을 작성해본다. 이런 간단한 줄거리를 ‘시놉시스’라고 한다. 스토리를 만들기 전에 간략한 요약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제작하려는 영상이 어떤 장르로 만들어지면 좋겠는지도 결정한다. 필요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최대한 많이 모은다. 인터뷰가 필요한 내용들은 따로 정리한다. 자료들을 수집할 때는 인터넷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근처의 서점, 도서관, 뉴스나 잡지 등을 이용해서 최대한 많은 내용을 접해보자.
이렇게 사전 제작 단계에서 ‘기획과 구상’을 하면서 내용이 풍성해진다. 영상의 깊이가 깊어진다. 처음에 생각한 영상보다 한 차원 더 진화했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 한 번 해보는 것이 좋다. 각자 만들고 싶은 영상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자. 어떤 영상을 만들고 싶은 지 써보고 제목도 정해보고 장르를 정해보자. 어떤 영상도 괜찮다. 만들어 보고 싶은 영상에 대해서 미리 겁먹지 말고 상상력을 키워보자. 한 번 해보고 안 해보는 차이는 매우 크다. 머리로만 이해하면 쉽게 잊기 마련이다. 꼭 기획서를 작성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좀 더 실제적인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면, 먼저 ‘제목’을 정해 본다. 나중에 제목을 바꿀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가제목’이라도 정하자. 다음은 ‘기획 의도’를 작성해 본다. 반드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획서는 아니지만 처음에 이 영상을 제작하기로 결심했던 본인의 생각을 남기는 것이다. 간혹 기획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버리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장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정해 본다.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에 가장 부합하는 장르는
과연 어떤 것일까? 어떻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스타일인가? 아니면 클래식한 것을 추구하는가? 꼭 하나의 장르만을 골라서 작업해야 하는 법은 없다. 조금씩 섞일 수도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자신만의 특화된 장르를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glenncarstenspeters, 출처 Unsplash
‘구성 내용’은 말 그대로 영상을 구성하고 싶은 내용들을 간략하게 적어본다. 이 부분에 들어가는 기본 구성을 토대로 대본 작업이 시작된다. 추가적으로는 제작 스케줄, 스텝구성, 장비 구성에 대한 내용 등이 있다. 비록 기획 단계에서 더 이상 진전이 없을지라도 기획서들은 잘 모아 놓자. 추후에 다시 진행할 수도 있고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기획’이 전부다. 이미 기획을 하고 났으니 이미 제작한 것과 다름없다.
좋은 아이디어와 다양한 기획들이 쏟아지길 기대해 본다. 우리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해보자. 이제부터 여러분은 기획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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