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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영어, 외국계 영어...도데체 이런건 누가 만든 말인지...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타인의 취업도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그들은 계속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낸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구직자들에게 '이걸 해야 돼~ 저걸 해야 돼', '이게 좋다더라~ 저게 좋다더라~'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 심지어 취업 컨설팅이란 미명 하에 목마른 구직자들을 모아 놓고 자신의 돈벌이와 연계된 어학 프로그램이나 교재를 알선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계 회사에서 10여 년을 근무하면서 느낀 건 이런 허울만 좋은 전문가들이 내뱉는 돈벌이용 광고보다 결국 영어는 정공법만 한 게 없다는 것이다. 정공법이란 무엇일까? 여러분도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토익 / 토플 / IELTS.    

 

너무 뻔하다고?

언어는 수백 년간의 연구를 통해 언어학이라는 확립된 모델이 있다. 읽기가 되어야 들을 수 있고 듣기가 되어야 쓸 수 있으며 쓸 수 있어야 비로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모국어 습득 과정 역시 아동기 시절에 이 과정을 세분화하여 구별 짓기가 어려울 뿐이지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훈련의 일상이다. 그리고 이런 학습 이론들을 최적화하여 고안해낸 어학 학습법이 토익 / 토플 / IELTS에 다 이미 녹아 있다.

토익을 먼저 보자. RC는 철저히 문법과 어휘 위주다. 말했다시피 먼저 읽기는 모든 언어 학습의 기초다. 어휘와 문법을 모르고 그 언어를 사용할 수는 없다. 토익 고득점자가 무조건 영어를 잘한다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토익을 고득점 맞을 확률은 매우 높다. 어휘와 문법의 기초가 된 사람이 나머지 영역에서 득점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토익을 일정 점수 이상 통과했다면 다음은 토플과 IELTS다. 사실 둘 중 하나만 골라도 무관하다. 두 어학시험의 목적은 모두 학부 레벨에서 학생이 교수의 지도를 영어만으로 학습이 가능한지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니 만큼 유형은 사실상 비슷하다. 다만 토익과 다른 점은 읽기/듣기 이외에 쓰기/말하기가 추가된 것이다.

사실 토플의 개설 취지 자체가, 토익만으로 유학생을 선발하여 평가해 보니 학부 교육을 제3 국가 학생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성적이 낮은 유학생들의 공통된 답변은 "교수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아듣기가 힘들다"였고 이를 보완하기 어휘의 폭을 넓히고 암기된 문법과 어휘를 다시 머릿속에서 재생산하여 내뱉을 수 있는 쓰기와 말하기가 포함된 것이다. 단순히 입력에서 암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재구성하여 출력이 될 수 있다면 타인에 입에서 재구성되어 나온 문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언어의 시작은 어휘와 문법의 암기가 필수다. 그리고 단순히 보고 떠오르는 수준에서 끝나는 암기가 아니라 그걸 다시 백지에서 떠올리고 재구성하여 내뱉을 수 있어야 하는 암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미 이 모든 학습 방법은 굳이 취업영어니 외국계 영어니 하면서 컨설팅 업체의 어학 프로그램에서 찾을게 아니라 토플과 IELTS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여러분 주변에 얼마나 많은 토플과 IELTS 전문 교육기관이 많은가? 당장 내가 생각나는 것만 해도 강남역과 종각역 주변에 수십 개의 유명 어학원들이 있다. 그들이야 말로 그 분야의 전문가인 것이다. 어학이 부족하다면 그 전문가들을 찾아가야 할 것이지 컨설팅 업체가 무슨 특별한 비기를 알려 줄거라 기대하면 안 된다.

 

쉐도잉의 모순...그저 미드나 수십번 본다고 영어가 과연 늘까?

최근 유튜브를 통해 외국계 취업 컨설팅 업체에서 흔히 권하는 쉐도잉 공부법이란 것이 있다. 이론은 그럴싸하다. 미드를 보면서 대사를 읊조리다 보면 당신도 영어고수가 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만약 미드를 수십수백 번 본다고 영어가 저절로 늘 거 같으면, 내가 당신에게 Depreciation [diprìːʃiéiʃən]이라는 단어를 수백 번 들려주었을 때 당신은 이 뜻이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화되어 떠올라야 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체계적인 암기와 구문 의미 파악을 모르고 백날 들어봤자 이런 학습방법은 아무 소용이 없다.  

쉐도잉 같은 교육법은 이미 영어에 대한 쓰기 말하기가 어느 정도 완성된 레벨에서, 발음과 억양을 교정할 때 쓰는 프로그램이지 어휘의 뜻도 모르는 대상에게 써서 효과를 보장하는 교육법이 아니다. 마치 이것을 만능열쇠라도 된냥 홍보하는 컨설팅 업체들과 거기에 현혹되는 구직자들을 보고 있자면 너무나도 안타깝다.   

 

 

상기 영상은 본인과 전혀 상관 없는 한 유튜버의 영어 쉐도잉에 대한 평가다. 참고하도록 하자.

 

쉐도잉으로 그럼 발음이나 억양이라도 연습할 수 있지 않나요?

당신이 어디 웅변대회에 나갈 것이라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취업하려는 것 아닌가? 외국계 회사 전현직 자들을 다 불러 놓고 물어봤을 때 본인의 한국식 억양이나 발음 때문에 사내에서 어려움이 있었을지 아니면 단어가 안 떠올라 어려움이 있었을지 물어보라. 당연 후자 쪽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한국식 발음이 문제가 되었다면 일찌감치 인도나 싱가포르 혹은 홍콩에서는 아예 비즈니스에 큰 어려움이 있었어야 했다. 심지어 싱가포르의 중국식 발음은 싱글리쉬라 불릴 정도로 그 억양 차가 처음 듣는 사람의 경우 알아듣기 힘든데, 싱가포르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전 세계 금융권의 중심지이자 외국계 자본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교두보다.

영어는 한 나라의 특정 언어가 아니다. 국제 언어이기 때문에 각 나라의 억양과 발음에 따라 어느 정도 변주가 용납이 된다. 물론 영국식 영어를 쓰면 좀 더 젠틀해 보이고 호주식 영어를 쓰면 뭔가 없어 보인다는 식의 농담은 과거 호주가 영국의 죄수들을 보내는 유배지로 사용되었다는 역사에 기초한 사실관계로 인해 농담처럼 웃어넘길 수 있다.  

하지만 상기 영상에서 말하듯이 중요한 건 억양이나 발음이 아니다. 자신이 전달하려고 하는 단어의 정확한 어휘와 문법 사용이 훨씬 중요하다. (블로그 원문 글에는 유튜브 영상이 링크되어 있었습니다)

과거 한 국내 다큐멘터리에서 국내 영어 사용 현황을 주제로 찍던 중 흥미로운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유엔 연설 내용을 녹화한 뒤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각기 보여주고 화자의 영어 실력을 평가해 달라는 실험이었다. 한국인들은 반기문 사무총장의 영어가 낙제점이라고 대부분 평가하였고 그 이유로 발음이 속된 말로 지나치게 한국화 되어 있는 한국식 영어 발음이라는 것을 지적하였다. 반면 외국인 그룹은 화자가 사용하는 어휘가 매우 고급스럽고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고 있는 훌륭한 English speaker라고 평하였다.

더 이상 말이 필요한가?

외국계 취업 컨설팅 업자에게 속는 일은 이제 그만두도록 하자.




출처: https://fcrecruiting-go.tistory.com/24 [외국계 취업  GO - 외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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