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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타트업 디자이너다.

경우에 따라 비주얼 디자이너, 웹디자이너, UX 디자이너로도 불린다.

 

나는 UX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것보다 스타트업 디자이너라는 말을 더 듣고 싶다.

스타트업 디자이너는 '내일'을 위해 '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디자이너가 일반적으로 겪는 상황은,

 

여권과 비행기 하나만 달랑 들고, 라트베리아로 여행을 떠나는 일과 같다.

긴 비행 후,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착륙의 안도감과 기대로 가득 차지만,

멋진 공항을 나온 다음에 겪는 일은 재앙 그 자체다.

 

일단 라트베리아의 언어와 문화를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식사와 숙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난처한 지경에 처하기 때문이다. 춥고 어두워지면, 이곳이 정말 라트베리아가 맞는지, 정말 그런 나라가 지구에 존재하긴 하는 건지 의심하게 된다.

 

항상 늦은 퇴근, 하루의 대부분을 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노을보다 별빛이 익숙한 삶을 몇 년이나 해왔다. 노트북은 항상 가지고 다니며, 클라우드 서버에 파일을 보관하는 일은 필수다. 작업 파일에 '_최종'을 붙이지 않은 지는 10년 정도 된 거 같다. 모든 것은 진행 중이다.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형태가 나에게 주는 것이 있다면, 다른 형태의 회사보다 뭔가 해볼 수 있는 것들이 무척이나 많다는 점이다. 뭔가 해볼 수 있다는 점은 생각을 할 수 있고, 그 생각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이 과정이 즐겁다. 그래서 뭔가 더 해보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좋다. 매번 일을 할 때마다 책임을 느끼고,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누굴 원망할 필요도 없고, 누구의 험담을 할 필요가 없다. 온전히 작업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효과가 눈에 보인다.

 

또 모든 것을 누가 시켜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하는 사람들과 일하는 것도 즐겁다. 이걸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고, 그렇게 될 때가 즐겁다. 하루의 끝을 주점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흉을 보거나 지금의 삶을 자조하면서 보내는 것보다 더 잘하기 위해 고민하는 삶이 더 좋다. 물론 지난 10년간 나의 선택에 충분한 대가를 치렀고, 치르고 있다. 좋은 시작이 좋은 결말을 내지도 않고, 좋은 사람들이라고 다 좋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스타트업 디자이너는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한계까지 일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 뭔가 더 나은 시야와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을 경험하고 싶다면 권하고 싶다. 경험의 질과 세상을 보는 시야를 단기간에 높일 수 있지만 쉽지 않다. 자신감이 확신으로 변할 수도 있고, 겸손으로 바뀔 수도 있다.

 

결과가 달든, 쓰든 당신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이 시도할수록 가능성은 점점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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