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TV에서 더빙된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을 틀어줬다. 그중에 한 에피소드에서 삼류 악당이 나온다. 그 악당은 스파이더맨과 킹핀을 만나게 되면서 의문을 갖는다.
"나의 규칙은 무엇인가?"
스파이더맨에게는 스파이더맨만의 규칙이 있었고, 킹핀에게는 킹핀의 규칙이 있었다. 삼류 악당은 빌런과 히어로 사이에서 자신만의 규칙을 찾으면서 에피소드가 끝난다.
디자이너는
평가를 받는다.
디자이너는 많은 지적과 요구를 받는 직업이다. 작업을 하고 나면, 사내에서든 시장에서든. 평가가 따른다. 주니어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래라저래라,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을 싫어한다.
다른 사람에게 이 디자인이 좋은 이유를 강요할 수는 없다. 디자인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막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디자인은 디자인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디자인은 브랜드, 기능, 마케팅, 사용자 경험을 포함한 한 회사의 거의 모든 것을 포함한 상태에서 평가를 받는다. 만일 그중에서 디자인만 콕 집어서 어떻다는 말을 들으면, 디자이너는 큰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평가하는 규칙을
통과하는 규칙
아트는 유일무이하고, 아름답고, 독창적이야 한다. 하지만 디자인은 다르다.
사람들은 최고의 디자인을 원한다. 그런데 아무도 최고의 디자인을 본 적은 없다. 그래서 최고의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알 수 없는 영역에서 계속 높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을 만족시키려면, 사람들의 어떤 조건에서 만족하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사람들의 만족을 연구한 학자들의 표현에 따르면, 만족은 대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느낄 수 있다.
1. 이상적인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
2. 익숙하며, 유일한. 상반된 가치를 충족하는 경우
3. 숙련된 기예를 가지고 오랜 시간 동안 꼼꼼하게 작업하여, 품질이 매우 높은 경우
4. 비교 대상에 비교하여 품질이 높은 경우
하지만 현대인은 자원과 소비 모두 풍부하고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목적 없이, '만족' 자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람이 '좋은 디자인'을 요구하게 되면, 일이 어려워진다.
평가의 잣대는
사람마다 다르다.
무한하고 변화하는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이너는 없다.
디자인은 공개되는 '자원'이다. 디자인에 비밀은 없다. 디자인은 뭐든지 드러내고, 설명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버튼은 누를 수 있어야 하고, 글자는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입력창은 입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주니어 디자이너는 꼭 한 번에 하나만 생각한다.
한 번에 하나만 생각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평가를 1:1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빨간색이 싫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파란색이 싫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채도가 낮고, 밝기가 어두운 색이 좋다고 하면, 금방 혼란에 빠진다.
그때마다 주니어 디자이너는 '그럼 당신들이 하든가?' 하고 말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매번 그런 식으로 대응하면, 직장과 일감을 잃는 것은 시간문제다.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사람마다 평가의 기준이 다르다. 느끼는 것도, 배경도 다르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평가 기준에서 말한다. 그들의 요구를 맞추려면, 디자이너 자신의 규칙이 필요하다. 그래야 비교할 수 있고, 규칙을 수정해서 각각의 사람들이 가진 최소 기준을 통과할 수 있다.
최소 기준을
만들자.
주니어 디자이너가 평가하는 사람들을 보는 관점은, '이해할 수 없고, 만족을 모르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이 생각은 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이너 본인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쉽게 옮겨간다. 적절한 현장 교육이나 오리엔테이션, 멘토링을 받지 못하는 스타트업이나 초기기업, 중소기업, 디자이너가 혼자인 경우, 디자이너는 급격하게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방어적으로 변한다.
그런데 주니어 디자이너는 자신들이 욕하는 평가자들을 처럼 최고 기준의 디자인을 갖고 있고, 그 최고 기준은 디자이너 자신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항상 예산과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문제는 자유롭게 디자인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진짜로 시간을 많이 주면, 그만큼 고민만 더 하고 완성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주일 정도 시간을 주면, 2일 정도 집중하고, 3일 차부터는 매너리즘에 빠지고, 4일 차에는 완전히 방향을 잃어버린 후, 5일 차에는 1일 차 작업을 수정하는 것이 루틴인 듯하다.
내가 생각하는 최소 기준에 기반한 디자인은,
'디자인은 사람들의 디자인 평가 기준이 다시 평균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으면서, 평균의 기준 자체를 높이는 작업이다.'
더 쉽게 말하면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다.
1. 비교할 대상, 두 개를 만든다.
스파이더맨에겐 스파이더맨의 규칙이 있고, 킹핀에게는 킹핀의 규칙이 있다. 긴 자를 생각해서, 왼쪽과 오른쪽의 대상을 정한다. 가급적 비슷한 점이 있어야 한다. 디자인을 못한다고 생각하면, 나보다 못하는 친구를 왼쪽에 놓고, 유명한 디자인 에이전시의 프로젝트를 오른쪽에 놓는다.
2. 두 대상 사이에서 내 위치를 정한다.
만일에 왼쪽을 디자인 못한다. 오른쪽을 디자인 잘한다라면, 본인의 위치를 그 사이 어디쯤에 찍는다. 지나치게 못한다에 가까우면, 오른쪽의 디자인 잘하는 대상을 좀 더 만만한 대상으로 고른다.
3. 왼쪽에 비해서 잘하는 점. 오른쪽에 비해서 못하는 점을 적는다.
UI 디자인은 대강 색, 레이아웃, 타이포그래피, 아이콘, 스타일로 구분할 수 있다. 적어본다.
4. 기본 디자인을 한다.
UI 디자인에 한해서 다양한 디자인 자원이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 UI 디자인의 경우는 명확한 가이드가 있다. 흥미를 느끼는 서비스의 디자인을 기본 가이드를 지켜서 디자인한다.
5. 3에서 적은 내용 중 하나를 도입해 본다.
5번까지 하면 두 개의 디자인이 나온다. Before, After 혹은 As-Is, To-Be. 두 가지를 비교해서 어제보다 괜찮아지면 된다. 꼭 두 개를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반복하면서, 1번을 수정한다. 한 번에 하나씩 목표를 잡고 수정하고, 절대 갈아엎지 않는다. 본인이 미숙한 부분을 직면하고, 문제를 인지해야 고칠 수 있다. 익숙해지면, 여러 가지 '자'를 만들 수 있다.
디자이너의 규칙이 있어야, 다른 사람의 기준과 비교해서 디자인을 상향시킬 수 있다. 디자인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 중에서 해답을 얻을 수도 있고, 목적과 제한사항에 맞는 디자인을 할 수 있다.
길고 짧은 건
대어 보아야 한다.
주니어 디자이너의 경우, 사람들의 요구사항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끔씩 보는 디자이너 구인광고 항목 중에 '논리적인 대화, 커뮤니케이션'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한 사람이 아는 것을 표현하려면, 감정적인 도구로는 부족한 것이 많다. 논리란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첫 번째는 '개인적인 호불호'와 '적합한 디자인'을 분리하는 것이다.
훈련되지 않은 사람의 머릿속에는 '사실'과 '주장'이 혼재되어 있다. 그래서 주장을 사실로 확증하며, 본인의 생각에 맞는 사실만 모아서 말한다. 디자인의 평가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이 확증편향은 결국 '누가 디자인한 것은 나쁘고, 누가 디자인한 것은 좋다.'는 편향으로 굳어진다.
디자인 크리틱은 객관성을 보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디자인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기준부터 비교해야 한다. 이 기준을 만드는 작업이 없으면, 목표를 공유할 수 없고, 목표를 공유할 수 없으면, 무한 수정과 절망뿐이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에 맞는 디자인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목적지가 어딘지, 얼마나 멀리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출발한 곳과 과정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규칙을 정한 후', '규칙을 수정한다.'
이 두 가지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면,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넓혀나갈 수 있다.
결론
디자인은 일이다.
일에는 규칙이 있다.
나만의 규칙을 만들고, 기준을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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