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란 말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회사마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약간씩 다릅니다.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자신의 직업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디자인이 쉽고 재미는 있지만, 본질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포지션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결과물이 나오면, 책임은 지지 않는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내가 디자인은 잘 모르지만..."
이 마법의 단어는 언제나 비평가를 위대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다들 디자이너를 필요로 합니다.
"내가 디자인은 잘 모르지만..."에 하나가 더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애플/구글은 이렇게 디자인하더라."
어떤 경우든 사람마다 자신의 눈이 있고, 기준이 있습니다. 디자인은 곧 물건인 경우가 많고, 물건을 사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말도 합니다.
"디자이너는 아티스트가 아니야."
아티스트가 아닌 것은 맞지만, 사람들이 쓰는 아트에는 오랫 시간을 가다듬은 기예라는 뜻이 있습니다. 면도에도 철학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면도처럼 누구나 매일 하는 사소한 일에도 저마다의 생각과 의미가 있다는 뜻입니다.
먼저 사람들이 원하는 디자이너를 볼까요?
디자이너가 필요한 사람마다 저마다의 마음 속의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1. 이미지 제작자인 디자이너
흔히 말하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내는 디자이너. 캐릭터를 몇 개씩 만들거나, 아이콘을 만들거나, 눈으로 볼 때 뛰어난 디자인을 생산해 내는 디자이너
2. 모든 것을 디자인할 수 있는 디자이너
웹과 앱과 인쇄, 제품 디자인 등 회사가 필요로 하는 모든 디자인을 해낼 수 있는 디자이너, 가끔은 그것이 필요한 용도와 의미까지 디자인 해낸다.
3. 초인 디자이너
엄청난 인사이트를 갖고 미래를 볼 줄 아는 디자이너, 사람들의 마음을 투시해서 그들의 경험과 욕망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조율해낼 수 있는 사람. 가끔은 그들의 무의식에 침투해 메세지를 삽입하여 사람들을 마음을 조정하는 디자이너
하지만 디자이너 자신은 디자이너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가끔 뭘 하고 싶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많지만, 그걸 도와주는 사람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내부의 비평가들은 각자의 전문성으로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거나 대중이 원하지 않는거나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을 합니다. 대부분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디자이너를 통해 만들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가까운 것이 나오길 바랍니다. 그런 결과를 만들어주는 훌룡한 디자이너도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구성원의 모두가 애플이나 구글의 사람처럼 생각하지 못하면, 애플이나 구글 같은 디자인은 나오지 않습니다.
실제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은 2가지 입니다.
- 첫번째, 어떤 것을 더 좋게 만든다.
- 두번째, 어떤 것을 더 편안하게 만든다.
돈을 벌 수 있거나 엄청난 마케팅을 하거나 초월적인 인사이트를 내는 것은 이 2가지 일의 부산물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소규모 인원으로 조직된 회사에서 이 두가지 일들은 사치스러운 일로 취급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디자이너의 의견은 '아트'로 취급됩니다. 그것도 나쁜 의미로 말이죠. 보통의 디자이너는 좋게 만들거나 편안하게 만들지만, 훌룡한 디자이너는 이 두 가지 일의 경계가 없습니다.
디자이너는 익숙하지만, 낯선 사람입니다. 생각을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사람입니다. 애플의 디자인이 멋지고, 구글의 디자인 가이드가 유연한 이유는 '생각'이 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은 어떤 의미에서 유머입니다. 놀라움과 즐거움으로 표현되는 것이 디자인입니다.
당신의 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인가요?
혹시 당신 마음 속에만 있는 사람은 아닌가요?
중요한 건 당신의 디자이너를 찾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디자이너'를 찾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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