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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왜 써야 하는가 - 기업의 입장에서 구직자에게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이유



제가 생각하는 채용은 본래 無논리적인 것이며, 합격자를 뽑기 위함이 아니라, 불합격자를 골라내도록 설계 되어 있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합격자를 뽑기 위해서라면, 아니 우리와 함께 일하는 사람을 뽑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꼼꼼한 검증과 검토 과정을 통해서 선발을 하겠지요.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거의 대부분 불합격자를 먼저 거르고, 최종 둘 혹은 셋 정도가 남았을 때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관련 Link : 채용의 불편한 진실

 

서류심사 - 1차 실무 면접 - 실기 시험, PT 면접, 인적성검사 등등..... - 2차 임원면접 - 최종 대표이사 면접

위와 같은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서, 우리는 채용을 하고, 또는 채용을 당합니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위의 과정 중 가장 먼저 마주치게 괴는 것이 바로 서류심사, 그 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자기소개서 입니다. 이전까지는 사실 자기소개서라는 것을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일부 대학에서 이를 가지고 수시입시를 보거나 하는 등에서 활용하지, 거의 대부분 취업에서나 필요한 서류입니다. 사실 서류라고 보기에도 조금은 민망한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력서와 세트로 묶어야지만, 그 가치가 인정받기 마련이죠. 

 

이때부터 모든 취업준비생의 관심사는 온통 '자기소개서'에 쏠리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합격 아니 서류 통과만이라도 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을까 말이죠. 하지만,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틀어보면 바꿀 수 있습니다. 왜 기업에서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 기업입장에서 왜 자기소개서가 필요한 것인가

 

 기업의 채용은 탈락자를 선별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매 단계별로 탈락자를 고르기 쉽도록 보이지 않는 장치를 마련하곤 합니다. 물론 면접은 면접관들이 자체적으로 자신들의 사람에 대한 '경험'을 통해서 좋은 사람을 선택하지만, 서류 검토의 경우에는 조금은 다릅니다. 말 그대로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조건을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스펙'이라고 불리는 요물입니다. 이때부터 소위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또는 기업과는 동떨어진 학과를 나온 친구들은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당하기 마련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희망은 있습니다. 간절히도 원하는 '기업'이라면 그걸 자기소개서에 녹여내면 됩니다. 그래서 기업에서 요구하는 자기소개서에는 꼭 담겨야 할 또는 기업의 needs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총 4가지로 분류해봤습니다.

 


① 이력서의 부연설명이 곧 자기소개서이다.

 

얼마나 사회적인 인간인가 그리고 얼마나 전문성을 지녔는가

 

기업입장에서 자기소개서를 통해서 확인하고 싶은 것은 이력서에 적힌 여러가지 정보와 자기소개서와의 연결고리 해석을 통한 서류의 신뢰도 평가입니다. 채용담당자는 (신입)지원자에 비하여 몇 갑절 높은 내공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서류를 보기 전에 이미 다수의 지원자의 서류를 봤습니다. 수백에서 수천장까지 말이죠. 이미 그 분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훑기만해도 본능적으로 알아차립니다. 우리 기업만을 위해서 쓴 자기소개서인가, 아닌가 말이죠. 결국 그런 사람들에게 외면당하지 않으려면 이력서에 적혀있는 정보와 지원하는 직무와 자기소개서가 혼연일체가 되지 않으면 진정성 점수에서 확 떨어집니다. 또한 자기소개서 돌려막기를 하면 금방 알아차립니다. 눈으로  쓱 읽기만 해도 그 내용이나, 의중은 금방 파악하기 마련입니다. 원래 손보다 눈이 더 빠른 법이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홍길동이라는 경영학 전공자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지원하는 직무는 마케팅이고, 이와 관련한 실무 경험은 전혀 없는 신입이라고 가정합시다. 과연 어떻게 자소서를 써야 할까요? 만약에 저라면, 직무 보다는 기업분석 또는 해당 기업이 과거에 했었던 마케팅 관련 활동을 평가하는 것 또한 직접적이지 않지만, 간접적인 경험으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평가해본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덧붙여서 그 보다 나은 대안 또는 내용이 있다면 추가해도 관계는 없습니다. 

 

하지만, 씌여있는 내용이 지원하는 직무와 동떨어진 '봉사' 또는 '열정' 또는 '도전'등의 썡뚱 맞은 키워드로 똘똘 뭉친 내용 뿐이면 당연히 직무와 연관성이 없다 또는 전문성이나 프로 정신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일단 불합격으로 분류하기 쉽습니다. 

난 '열정' 밖에 없어요!!!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런 식으로 쓰여진 자기소개서의 경우, 자신이 얼마나 사회적 인간인가 울부 짖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하는 역할이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탈락시키기 쉬운 포인트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전문성과 사회성 모두를 어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문성이 없다면, 내가 얼마나 프로페셔널한 것을 추구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를 들 필요가 있습니다. 

 


② 자기소개서가 필요한 직군은 따로 있다. 아니 그래야 한다.

 

신입들에게는 진정성 있는 자소서는 무조건이다. 

 

사실 모든 직군에서 자기소개서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경력직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보통 모든 기업에 있을 법한 직무에서는 '신입'을 채용하는 경우에 특히 꼼꼼하게 봅니다. 오로지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확인 할 수 있는 서류는 자기소개서 외에는 알 수 없기 떄문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개인 SNS 사이트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모든 기업에서 서류 심사 때 이를 일일이 확인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최종 또는 합격 범위가 추려지고 나서 다시 또 탈락을 시키기 위해서 요구하는 것 뿐입니다.

 

따라서 진정성 있는 자기소개서 만이 답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이력서 컨설팅이나 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내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이야기 또는 내가 직접 쓰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금방 드러납니다. 설령 서류는 통과할 수 있지만, 면접은 통과하기 어렵습니다. 금방 가려지게 마련입니다. 

 

또한,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망하는 직무 자체가 '앉아서 일한다' 라고 하면, 꼭 자기소개서가 평생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경력이 쌓여도 마찬가지 입니다. 물론 경력자는 신입 보다는 더 많은 일과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만으로 검증은 하지 않습니다. 레퍼런스 콜 또는 경력기술서, 업무계획서 등을 통해서 다각도로 체크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③ 만약, 기술관련 직군에 자기소개서가 필요하다면, 전문성의 확인용이다.

 

전문가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가능성이 있다고 표현해야 한다.

 

위의 앉아서 일하는 직군에서 기술 없이는 일할 수 없는 또는 해당 기업에서 특정 자격증을 알게 모르게 요구하는 직군들이 있습니다. 화학쪽 산업에서는 화학 관련 자격증을, 유통 쪽에서는 유통 또는 물류 관련된 자격증을 요구하기 마련입니다. 물론 특정 라이센스가 있다고 전문가로 인정받기란 신입에게는 불가능 합니다. 

 

 소위 말해서 '사(事)'자 들어가는 직업을 제외하고는, 직접 일해보지 않고는 전문성을 확인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를 증명할 만한 경험으로 무장한 자기소개서를 통해서 자신의 전문적인 모습 또는 향후 전문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지향하는 것을 드러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겪었던 에피소드라던지, 혹은 자격증을 딴 이후에 관련 업무를 잠깐이라도 해봤다는 이야기를 통해서 무엇을 경험했고, 이를 통해 얻었던 교훈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④ 당신의 '글빨'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기업은 보고로 시작해, 보고로 끝난다. 보고의 핵심은 '글 또는 말'이다. 

 

기업의 모든 일은 '말 또는 글'로서 행해집니다. 말 그대로 얼마나 논리적, 합리적인가에 따라서 그 사람의 능력치가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기소개서는 기업에 처음으로 제출하는 내 '글빨'에 대한 보고서나 다름 없습니다. 문장에 일관성이 없거나, 쓰는 단어가 수준이 낮거나, 기업에서 잘 쓰지 않는 줄임말을 쓰거나 하는 것은 '탈락'을 재촉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어느 자리를 가나 보고서를 써야 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글을 쓸 수 있고, 그 글에는 충분한 '설득의 힘'이 담겨 있다는 것을 짧은 문장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마치 "나를 뽑지 않으면 당신들 후회할꺼야."라는 뉘앙스를 줘야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글 또는 말에는 기업 또는 업계에서 이야기하는 문화가 숨어 있습니다.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말이나 글을 어떤 의미로 이해하고, 사용하는지만 봐도 얼마나 전문적인지, 대중적인지 또는 폐쇄적인지, 개방적인지 짐작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M/S는 보통 market share라는 의미로 시장 점유율 이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거나 표기법에 따라서 중복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면, 이를 기준으로 용어를 정확하게 자기소개서 안에 표현해야 하며,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만약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관심이 있다고 인식할 수 있어서 일종의 어필 포인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 채용은 구직자와 기업의 '미지의 만남'이다.  

 

인력시장은 기업과 구직자 사이의 끊임없는 술래잡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자간의 정보비대칭성으로 현실에서 절대 만날 수 없는 이상형을 찾고 있는 것과 마찬가입니다. 기업은 남들 보다 뛰어난 조건을 가지고 있는 구직자 중에서 우리 기업과 궁합이 맞는 지원자를 원하고, 구직자는 신입이나, 경력이나 내 능력 커리어를 펼칠 수 있으면서 좋은 연봉에 근로조건을 갖춘 곳을 찾고 있습니다. 이러니 절대 만날 수 없죠. 물론 점점 눈 높이가 높아져만 가는 사람의 심리도 한 몫 합니다. 

 

 수십년간 이어온 상황을 볼 때, 기업이 변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이 보다는 구직자가 발빠르게 움직여서 스스로가 선택하게 될 기업 또는 직무의 폭을 좁히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선택한 기업 또는 직군에 맞춰서 나의 전문성, 절박함을 글로 표현하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특히 이를 '자기소개서' 내에서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것 외에는 사실 없습니다. 

 

물론 대안은 있습니다. 간혹 직군에 따라서 포트폴리오 제출이 가능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신입에게는 어려운 일이지만, 경력자의 경우에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자기소개서로는 보여줄 수 없는 나만의 실제 경험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취업에 답은 없습니다. 대기업, 공기업, 외국계 기업 들어가는 비법은 없습니다. 나를 알아봐주는 곳의 문을 두드리던가 혹은 나를 알아봐줄 수 있는 곳에 나를 적절하게 어필하던가 해야합니다. 

 

이때 기업이 원하는 것을 쫓기 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하도록 기회를 주는 기업 또는 그런 기회를 달라고 직접적으로 기업에게 어필하는 것이 더욱 진정성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 작은 차이가 어떻게 보면,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것에 대하여, 자기소개서를 통해 방향설정을 하는 것이라 이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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