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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마케팅이란 일을 시작한지 23년이 되었다.

94년도에 LG에 입사해서.. 아! 그 때는 LG가 아니고 럭키화학이었었지만 그런데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럭키화학이라니.. 정말 오래전에 있었던 엄청나게 과거의 일인것 같기는 하다..  

아뭏든 그 때, 갓 입사해서 파릇파릇 했던 그 때..

그 때 처음 입사해서 내가 배치 받았던 곳은 럭키화학 생활용품 사업부의 강서수퍼과 라는 곳이었다. 나는 입사할 때 부터, 대학교에서 3학년 4학년 때 배웠던 마케팅이라는 과목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활동을 하는 회사의 마케팅부서에 가고 싶다고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탓에 마케팅이라는 부서가 있는 럭키화학을 지원하였었다.

 

그런데, 럭키화학에 입사하고 나니 인사팀에서 "현재는 마케팅부에 인원충원이 없으니 일단 강서수퍼과로 가서 영업활동을 경험해 보고 이후에 마케팅부서로 옮겨오면 되지 않겠냐?"라며 이야기를 하기에 별다는 의심없이 그렇게 하기로 하였는데 사실 알고보니 일단 그렇게 이야기하고 영업팀으로 보내는 것이 관행이었던 것 같다. 다시말해서 그렇게 영업팀으로 보내지고 나면 마케팅팀으로 오는 것은 어려운 일 이었다.

 

아뭏든 그렇게 영업팀에서 1년 반동안 영업팀 매니저로 일을 하다가 마케팅팀의 주방세제 브랜드매니저로 발령을 받으면서 마케팅 담당자(혹은 브랜드 매니저), PM(Product manager)으로써 일을 95년 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95년은 앞에 보이는 CI의 변천사에서 볼 수 있듯이 LG화학으로 사명이 변경되고 CI 선포식이 대대적으로 진행된 때였다.

나는 처음으로 마케팅이라는 일을 하기 시작한다는 기쁨과 새롭게 지급된 뱃지와 기념품을 들고 종합운동장에서 시작된 CI선포식에도 참석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 이후로도 LG는 생활용품 시장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1위의 자리를 놓지지 않았던 좋은 기업임에 틀림없다. 또한 이렇게 좋은 기업에서 다양한 마케팅활동을 해 볼 수 있었던 기회를 얻었고 또 학습의 기회까지 제공해 주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나는 행운아에 속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이라는 말은 이제는 너무나 흔하게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온갖 곳에 모두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브랜드, 심지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포트폴리오, 포지셔닝, 컨설팅등의 단어들이 난무한다. 정말 그렇게 사용되는 많은 마케팅과 관련된 단어들의 정의와 뜻을 잘 알고 사용하는 것일까?

 

미국마케팅학회에서는 마케팅을 '개인 또는 조직의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한 교환을 창출하기 위해 아이디어, 제품 그리고 서비스개발, 가격결정, 촉진, 유통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렇게 정의된 마케팅이라는 의미가 얼마나 와 닿을지는 잘 모르지만 그냥 쓱 읽어봐도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하는 모든활동과 관련되는일을 다 통털어서 마케팅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고 보면 과언이 아니다.

 

마케팅은 어떤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로부터 브랜드, 가격, 포장, 판촉, 광고, 애프터서비스, 고객센터의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걸쳐서 진행된다. 즉 고객과 접촉하는 모든것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어쩌면 책으로 보는 마케팅업무라는 것과 실제로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진행해야 하는 업무의 범위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경우가 많다. 일례로, 마케팅담당자 혹은 브랜드 매니저의 경우 매장에서 행사를 하는 행사도우미의 옷, 행사멘트, 심지어는 신발의 굽높이까지 정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고 유니폼의 색상, 장식, 디자인등을 정해줘야 하는 일도 당연한 것이다. 왜냐고? 그런 것들이 모여서 모두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고 나아가 제품이 판매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마케팅담당자는 학교에서 배우는 마케팅전략, 브랜딩, 광고학, 유통론, 가격론, 생산관리, 회계학, 통계학 시장조사론과 같은 학문적인 접근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색상, 디자인, 용기, 향료, 심리, 음악, 연기, 무용, 수사학 등의 확장적이고 감성적인 접근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자질을 요구 받게 된다.

 

그렇다면 어느정도까지 이런 부분을 공부하고 알고 있어야 할 까? 그 부분이 내가 이 책에서 이야기 해고 싶어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디자이너만큼 디자인을 모르고 향료전문가 만큼 향료를 모르며 음악 전문가 보다 음악을 모르지만 그런 것들에 대한 의사결정을 그 전문가들을 리드하며 만들어 내야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앞서 학교와 업무에서 배워지는 것들은 이러한 학문적인 영역과 감성적, 실무적 영역의 복합적지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부터 그 학문적 복합적 지식을 어느 수준까지 배워갈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고 내가 경험해 본 범주(즉 마케팅담당자로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업무영역의 수준)에 따라 그 공부의 수준을 이야기 할 예정이다.

 

마케팅담당자는 놀랄정도로 마케팅분야에 있어서 학문적인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함과 동시에 Applied Study라고 하는 마케팅영역답게 다양한 다른 영역에 대한 이해도 동시에 필요하다. 이제부터 시작해 보자 지금까지 다른 책에서 너무 어렵거나 너무쉽거나 너무 실무와 동떨어져 있어서 황당했던 이야기들은 뒤로하고 마케팅 전문가로, 어디가서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고 으쓱할 수준의 마케터로 브랜드매니저로 자신할 만한 수준이란 것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살펴보러 가는것이다.

 

이곳에 내용을 잘 모른다고 기죽을 필요없다. 한번에 이해할 수 없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이곳에 적고 있는 내용은 내가 25년간 익히고 몸에 담은 것이다. 한번 읽고 모두 이해할 수 있다면 내가 오히려 섭섭할 지도 모르니까, 살살 따라오며 모르는 내용은 스스로 다시한번 읽어보고 이해하고자 노력한다면 누구나 가능하다.

 

브랜드 매니저가 되고 싶은 분, 마케팅을 내 평생의 업으로 하고 싶은 분, 지금 현업에서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갑갑한 분.. 들과 함께 재미있게 시작해 보고 싶다.

 

그럼, 이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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