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김군 도대체 왜 그랬어?" 이렇게 물어보는 상사에게 " 네? 아... 저는 이러저런 이유로 해서 이렇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런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있다고 가정해 보면..
실제로 어떤 명확한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이야기한 경우가 약 50%, 그렇지 않은 경우가 50%정도 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뭐, 개인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사실 모든 일에 다 이유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닥 많지않을 수도 있다.
좀 더 숫자를 넣어서 정확한 척 나눠보면.. 한 49: 51? 정도? 하하.. 내가 좀 과장한 면이 있긴 해도 실제로 연구에서도 그런 부분에 대한 연구내용들이 있다.
유인효과에서의 당위성,
유인효과는 어쩌면 많이 들어보셨을 수도, 아니면 처음 들으실 수도 있겠지만 1960년대 부터 꾸준하게 연구되고 실제로 존재한다는 결론을 얻은 소비자 심리에 근거를 둔 휴리스틱한 선택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 선택모델에서는 Luce(1959)가 제안한 비례성(proportionality)의 원칙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비례성의 원칙이란 선택대안들의 집합에 하나의 상표가 새로이 추가되는 경우, 새로운 상표의 시장점유율만큼 기존상표들은 점유율을 상실하게 된다.
그리고 기존상표들의 새로운 점유율은 새로운 상표진입 이전 시장점유율에 비례해서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상표들의 시장점유율 감소가 모든 상표간에 비례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기존상표의 시장점유율에 비례하지도 않는다는 실증적 결과가 많이 나타났다. 이와 같은 비례성 원칙의 한계점을 보완하는 대부분의 연구는 유사성(similarity)원칙을 반영하고 있다(Tversky,1972).
유사성원칙은 새 상표가 시장에 진입할 때, 기존상표의 점유율이 비례적으로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새 상표와 유사성의 정도가 높은 상표, 즉, 공유하는 상품 속성이 큰 상품일수록 점유율의 감소 정도가 크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즉, 새로 진입하는 상표와 유사한 기존상표는 새로 진입하는 상표에 의해 대체된다는 대체성(substituability)을 제시한 것이다(Batsell,1980).
그러나 이와 같은 비례성의 원칙이나 유사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소비자 선택모델이 제시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유인효과이론이다. 유인효과연구에 의하면, 새로운 상표의 도입은 이 상표와 유사한 기존상표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유인효과는 모든 시장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유인효과가 발생하는 시장상황들은 지금까지 모두 세 가지가 제시되었다.
첫 번째 상황은 <그림 1>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경쟁상표들 중에 특정상표에 대해서만 지배되고 다른 경쟁상표(A)에 대해서는 지배되지 않는 상표(C)가 선택상표군에 추가되는 경우이다.
Huber와 Sewall(1982)은 이와 같은 상표를 “비대칭적으로 지배된 대안(asymmetrically dominated alternative)”이라고 묘사했다. 여기서 ‘비대칭적(asymmetrical)’이라는 의미는 특정상표에 대해서만 관련이 있고 다른 상표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지배된(dominated)’이란 뜻은 그 상표를 지배하고 있는 상표(B)보다 모든 속성이 열등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한 브랜드에 대해 비대칭적으로 지배된 상표(C)는 이 상표를 지배하고 있는 상표(B)가 경쟁상표(A)에 대한 열등한 속성(속성 1)의 범위를 확장하여, 열등성 정도가 작아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므로 지배하고 있는 상표의 매력도가 증가하고, 그 결과 선택확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Huber &Sewall,1982).
유인효과가 나타나는 두 번째 소비자 선택상황은 경쟁관계들 중에 특정상표에 대해서 비교적 열등한 대안(relatively inferior alternative)이 있는 경우다.<그림 1>에서 보면, 상표(D)는 가장 유사한 상표(B)보다 한 가지 속성(속성 2)에 대해서는 약간 우월하나, 다른 속성(속성 1)보다는 열등의 정도가 커서 전체적으로 상표(B)에 대한 열등성이 지각되는 것이다(Huber &Puto,1983).
비교적 열등한 상표(D)의 존재는 우월한 상표(B)가 경쟁상표(A)에 대해 갖고 있는 열등속성의 열등성을 작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한편, 상대적 속성비교(relative attribute comparison)를 가능케 하여 우월한 상표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주는 것으로 보고되었다(Huber &Puto,1983).
Mishra 등(1993)은 유인효과를 정보처리과정 속에서 분석하여 유인효과의 강도를 조절하는 지각적 요소들의 상호관련성과 방향성에 대한 인과적 모델을 제시했다.
그들은 정보처리 과정 속에서 유인효과의 발생강도 요인들이 제품군에 대한 지식, 상표 선호도, 유인대안의 인기도, 유인대안의 유사성, 유인대안의 점유율, 선택과업에 대한 관여도, 자극정보의 관련성 등이라고 밝혔다.
Warnerfelt(1995)는 타협효과가 소비자가 구매상황에서 접할 수 있는 각 상품들의 효용성(utility)에 대한 이성적인 추정을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Zhou 등(1996)은 유인효과가 속성에 근거한 과정(attribute-based process)과 이유에 근거한 과정(reason-based process)의 두 가지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발생한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실증분석을 통해, 속성에 근거한 과정보다는 이유에 근거한 과정이 유인효과 발생과 더욱 관련되어 있음을 보고했다.
Malaviya와 Sivakumar(1997)은 속성정보가 의미가 없을수록 선택에 대한 합리화 요구가 유인효과를 증가시키며, 의미가 높을수록 낮아지는 합리화 요구가 유인효과를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그들은 정교화 가능성(elaboration-likelihood)이론을 이용, 합리화 요구가 응답자들의 정보처리 동기를 향상시키고 자극의 풍부한 의미성(meaningfulness)이 의사결정과 의사결정을 합리화하는데 사용되는 선택규칙의 유형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준다고 했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유인효과가 맥락효과(context effect)들 중 한 유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제품마다 제시된 속성을 정교하게 정보처리하여 발생하기보다는 단순화된 판단전략, 즉, 휴리스틱스(heuristics)를 사용할 경우 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속성수준을 제시하는 방법이나 속성정보를 처리하는 방법, 속성정보에 대한 태도에 의하여 유인효과의 크기가 조절된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된 부분을 정리해보면, 장황하기는 한데 어쨌거나 소비자선택에 있어서의 큰 부분이 어쩌면 다른사람에게 내가 선택한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그럴듯 하게 이야기 해야 하는 압박감으로 인한 영향이 크게 나타나게 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 이다.
또 한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소비자조사의 오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꽤 오래 전에 한 소비자 심리학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설문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사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외 대기업들이 자신의 고객이라고 했다. 그는 설문조사의 어려움으로 "소비자들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구매 결정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수많은 설문조사가 응답자인 소비자들이 모르는 내용을 질문하기 때문에 무의미한 결과가 나온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 심리학자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잘 아는 것에 답하도록 설문조사 문항을 만들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면 설문조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무리 문항을 정교하게 만든다고 한들 효과는 별로일 것 같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생전에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시장 조사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애플 제품을 보고 난 뒤에야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포드 자동차를 설립한 헨리 포드(사진)의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헨리 포드는 세계 최초의 양산 자동차인 모델 T를 개발해 자동차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모델 T는 가격이 매우 저렴해 일반 노동자들도 몇 달치 월급이면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헨리 포드가 모델 T 개발에 앞서 고객들에게 "무엇을 원하십니까"라고 묻는다면 고객들은 '웬만한 샐러리맨이라면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자동차'라고 대답했을까. "아닙니다. 그들은 더욱 빠른 말이라고 답했을 것입니다."
헨리 포드의 말마따나 모델 T 개발 전에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장 조사를 했다면 소비자들은 자동차 대신 말을 달라고 했을 것이다. 당시의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상류층의 전유물로만 여겼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매우 단순한 선택 조차도 왜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주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요청하는 4가지 메시지를 보내는 실험을 했다.
이들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에너지 절약은 환경을 보호합니다. 둘째, 에너지 절약은 미래 사회를 보호합니다. 셋째, 에너지를 절약하면 당신은 돈을 아낄 수 있습니다. 넷째, 당신 이웃들은 이미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습니다.
응답자들은 4가지 메시지 중 마지막 메시지가 가장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에너지 절약은 환경보호와 같은 대의를 위해서거나, 아니면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는 게 이유였다.
남들이 한다고 해서 따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실제로 에너지 절약의 효과를 검증했더니, 넷째 메시지의 효과가 가장 높았다. 소비자들은 스스로 가장 효과가 낮을 것이라고 답한 넷째 메시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이처럼 너무나 종종, 소비자들, 즉 고객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영향을 받는지, 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시장조사는 효과가 없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사전 조사에서 안 팔릴 것으로 예측된 물건이 대박이 나는 경우도 많고, 대박 날 것으로 예측된 물건이 전혀 팔리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에어론(Aero) 의자는 매우 극적인 사례다. 이 의자는 유례가 없는 대형 히트작이 됐지만, 출시 전에 고객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사전 테스트 결과는 좋지 못했다.
아름다움 점수가 10점 만점에 2~3점에 머물렀으며 높아야 6점이었다. 사람들은 못 생긴 의자를 구매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개발자는 자신의 감을 믿고 제품을 출시했다. 못생겼다고 했던 에어론 의자는 오히려 디자인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미국 산업디자인협회로부터 디자인상을 받기까지 했다. 에어론 의자는 아름답고 멋진 의자라는 인정을 받았다.
출시 후 소비자들이 매기는 아름다움 점수는 8점에 이르렀다. 90년대 후반이 되자 매출은 해마다 50~70%씩 상승했다.
이처럼 소비자, 즉 고객들이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참 곤혹스럽다.
많은 기업들은 고객이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찾아내 이를 충족시켜 주는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고객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나침반이 사라진 격이 된다.
고객이라는 나침반이 없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분명하다. 기업 스스로가 나침반을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어떤 고객을 원하는지 고객에 대한 비전을 정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애플 아이패드 입장에서 고객 비전은 `종이 대신 아이패드로 신문과 책을 읽는 사람’이다.
이 같은 고객 비전에 맞는 고객을 기업 스스로가 창조해야 한다.피터 드러커가 '경영의 실제'라는 책에서 "경영에 단 한가지 유일한 정의가 있다면 그것은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헨리 포드는 모델 T의 고객을 창조했고,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의 고객을 창조했다. 이제 당신 기업은 어떤 고객을 창조할 것인가? `당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보다 훨씬 본질적이고 중요한 질문이다.
글 : 김인수 <저작권자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의 두가지 사례를 기본으로 스스로를, 스스로의 판단과 구매의 상황을 살펴보면, 나를 비롯한 많은 소비자는 내 스스로의 당위성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하는지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 그럴듯한 이유를 댄다.
하지만, 두번째 소비자조사의 사례 또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현재도 세계최고의 마케팅회사 P&G는 매년 수천건의 소비자 조사를 실행하고 있고, 소비자 조사를 중심으로 전략과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다만, 앞서 소비자조사의 문제점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소비자가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어떻게 소비자의 욕구를 찾아낼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 예를 들어 Ethnographical Study*등이 활성화 되고 있는 점은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그에 대한 대처가 언제나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는 이성적이 아니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적어도 마케터로서 일을 할 때 까지는 말이다.
* Ethnographical Study : Ethnography는 의미를 찾고, 행동적인 역학을 기록하기 위해 관찰과 인터뷰 기법을 둘다 잘 혼용하고, 개념을 조직화하는 문화에 기반을 둔 리서치 규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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