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희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제품의 품질 말고도 또 있어요."
제품의 본질에 사활을 건다는 회사가 있다고 들어서 협업을 제안하러 갔는데 정작 제품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는 담당자의 말에 그게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그게 뭔데요?"
"저희 로우로우를 구매해주시는 고. 객.입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지금 말하는 브랜드는 창업 5년 만에 매출 80억 원을 기록하고 미국 페이스북 본사에도 초청돼 '팝업스토어'를 열였던 로우로우다.
온라인에서 그것도 20대~30대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들 중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브랜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마케팅도 아니고 브랜딩도 아닌 고객이라고?
로우로우 = 본질
로우로우는 2013년 설립돼 일상에 꼭 필요한 생활잡화를 본질만 남기고 조금 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선보여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 회사이자 디자인 회사이다. 이 회사의 기본적인 가치관은 '단순하고 쉽게'이다.
그런 회사의 가치관이 반영된 첫 제품은 등가방이었다.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고민을 하고 정의한 가방의 본질은 '드는 것, 담는 것, 보호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가방의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을 입힌 등가방은 13만 원에 가까운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을 책정하였다. 당시 브랜드 인지도도 없었고 홍보도 하지 않았기에 로우로우 입장에서는 큰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하지만 막상 출시를 하자 2주 만에 첫 물량 300개가 모두 팔았다. 그리고 첫해 총 7,000개의 등가방을 팔아 약 8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대표의 말에 따르면 등가방의 본질에 집중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제품을 고안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그래서 로우로우의 등가방에는 이유 없는 소재 및 디자인이 없다. 가방의 소재는 가벼운 캔버스 원단에 왁스 칠을 해 튼튼하고 손잡이는 잡기 편하게 크다. 또 가방 속 안감은 밝은 색으로 내용물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신발 제작 과정도 다르지 않다. 신발의 본질은 '가볍고, 통풍이 잘 되고, 발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정의 아래 우유팩 한 개보다 가벼운 200g짜리 스니커즈를 만들었다. 이렇게 '본질'에 집착하는 로우로우에 고객들이 열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이것은 로우로우가 만든 안경이 아닙니다.'
로우로우가 온라인숍에서 본인들의 안경을 소개한 글귀 중 일부이다. 로우로우는 협력 제조업체와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즉, 공장을 소유 및 운영하지 않고 기획과 디자인은 로우로우에서 하고 생산만 외주를 주는 OEM형식이다. 하지만 로우로우는 뭔가 특별하다. 타 브랜드처럼 영업비밀인 것 마냥 제조업체의 정체를 숨기지 않는다. 되려 어느 제조업체에서 만들었는지 완제품에 새긴다.
안경에는 안경을 만든 '대한하이텍'을, 신발에는 신발을 만든 'SGX'를 새겼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제품을 만든 사람과 관련된 모든 기록을 고객들이 볼 수 있도록 SNS에 게재한다. 사람들은 상생마케팅이라고 하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허들이 될 수 있는 요지가 있어서 대표의 웬만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왜 로우로우에 열광하는가?
인스타그램에서 로우로우 제품을 자랑하는 많은 고객들의 게시물을 볼 수 있다. 백팩, 크로스백, 지갑, 신발, 안경 등 자신이 가진 로우로우 제품을 마치 희귀 아이템을 획득한 것 마냥 자랑하고 공유한다. 광고나 연예인 협찬을 하지 않고도 이러한 팬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과거 브랜드를 운영했던 브랜드매니저의 입장에서 사실 너무 이상적이다. 로우로우는 고객들의 애정은 로우로우의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 결과 가능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고객들을 보유했기에 브랜드가 긴 호흡을 가질 수 있었다. 부족하고 어설퍼도 솔직하게 보여준 것이 되려 로우로우의 성장하는 과정을 목격하게 되어 더 깊은 애정을 갖게 된 것을 아닐까?
와이어드의 수석편집장인 Kevin Kelly에 따르면 '진정한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나 작가의 작품이면 어떠한 제품도 산다. 그리고 창작자가 창작으로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진정한 팬은 억 명도 만 명도 아닌 천 명이면 충분하다'라고 했다. 작품에 효용의 기준을 넘어 자신이 좋아하는 창작자에 대한 애정과 무한신뢰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하다. 내일 당장 로우로우가 가방, 신발, 트렁크, 안경 이외에 새로운 분야의 제품을 소개한다고 하면 로우로우를 아는 사람들은 무척 궁금해할 것이다. 이렇게 로우로우가 고객들로 하여금 갖게 하는 기대감 그것이 바로 브랜드의 힘이다.
로우로우의 집착이 곧 문화
로우로우는 지난 7년 간 제품의 본질에 집착하고 고객의 높은 눈높이에 집착하며 진정한 팬들을 양성해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종의 컬트와 같은 문화가 형성됐다. 그리고 그 문화를 공감하고 동경하는 고객들은 로우로우 제품에 지갑을 여는데 주저함이 없다. 최근 로우로우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로우로우의 유통망 확장과 생산·물류 인프라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로우로우가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더 다양한 성향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소개될 것이다. 기존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이 Early Adopter였다면 이제는 더 층이 두터운 Early Majority에게도 전파될 것이다.
로우로우를 아끼는 한 팬으로서 조금 더 대중적이고 인지도 높은 브랜드가 되더라도 지금의 로우로우만의 고객에 대합 집착 그리고 제품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그럼 로우로우의 본질을 대중에 맞춰 희석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고객들이 "집착하는 로우로우"를 찾아올 것이다.
참고자료:
http://jumpcut.com/blog/kevin-kelly-1000-true-fans/
https://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1906240100038370002440&lcode=0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0/2019011000225.html
https://www.insight.co.kr/news/201783
https://platum.kr/archives/18129
https://asia.nikkei.com/Business/Business-trends/South-Korean-designer-brands-catch-on-with-young-Japanese
https://productcoalition.com/the-good-the-bad-and-the-ugly-about-early-adopters-3baabd4325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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