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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을 위한 아이스크림 등장

최근 다양한 산업에서 '비건(vegan)'이 핫이슈다. '비건'은 채소과일해초 따위의 식물성 음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철저하고 완전한 채식주의자를 의미한다. '비건(vegan)'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의 합성어로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를 이르는 '비거노믹스(veganomics)'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이다. 단지 채식주의자들만을 위한 식품이 아닌 환경적인 이슈에 고민하고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일종의 계몽적인 시민운동의 한 축으로 진화하는 듯하다.

 

Veganomics: A Mainstream Cross-over For A Healthier Life; 출처: nutburgers.com

 


드림팝스의 드림라이프

이러한 니즈를 반영한 듯 아이스크림 업계에 '비건'을 위한 아이스크림 전문 스타트업이 미국에서 등장했다. '드림 팝스(Dream Pops)라는 기업으로 채식주의자들 외에도 평소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기업의 창업자는 자신이 평소 즐기던 우유와 설탕으로 제조된 아이스크림이 자신의 건강에 이상을 일으킨 것을 느끼고 식물성 식단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건강을 되찾으며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아이스크림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그는 젤라토의 본고장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2년간 살며 식품공학자이자 별3개 미슐랭 요리사와 함께 순식물성 재료들로 지금의 드림팝스를 개발하게 되었다.

 

드림팝스; 출처: LA Confidential Magainze;

 

드림팝스의 브랜드 메시지는 선명하고 뚜렷하다. 직역하면 '냉동간식을 재구상하다'라는 문구인데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결하고 재치있게 풀었다. 그리고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근거(Reason to Believe)는 100% 식물성, 5g 미만 설탕 그리고 100 칼로리 미만이다.

 

 

드림팝스; 출처: 드림팝스

 

이것도 부족했는지 추가 소구 메시지로 無유제품, 글루텐프리, 소이프리 그리고 비건을 내밀었다. 無유제품이다 보니 평소 우유를 먹으면 속이 불편한 유당불내증이 있는 소비자들도 아무런 걱정 없이 섭취 가능하다. 참고로, 아시아 인구 중 대략 1/5이 유당불내증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글루텐 과민증이 있거나 콩알러지가 있는 소비자들도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종합병원에 납품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맛도 베리부터 녹차, 망고, 코코넛 그리고 초콜릿까지 5가지를 제공한다. 드림팝스는 현재 유기농 제품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미국의 Whole Foods 등에서 구매가 가능하며 스타벅스와도 협업하여 한정판을 출시하기도 했다. 정말 냉동간식으로서 드림라이프(꿈꾸는 삶)를 사는 듯하다.

 

스타벅스에서 구매 가능한 드림팝스 한정판; 출처: Popsugar

 


슈퍼 프리미엄이지만 가격은 프리미엄이 아닌 브랜드의 등장(?)

드디어 국내에서도 이제 순식물성 아이스크림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사실 이 브랜드가 최근까지 당연히 해외 브랜드인 줄 알았다. 바로 이 순식물성 아이스크림을 국내 처음 선보인 브랜드는 '나뚜루'다. 나뚜루는 자연을 뜻하는 "Nature"와 여행을 뜻하는 "Tour"의 합성어이다. 당연히 프랑스나 이태리어일 줄 알았는데 상당히 반전이 있는 브랜드이다. 역대급 반전은 '나뚜루'는 롯데제과가 슈퍼 프리미엄급 아이스크림이라며 1998년에 야심 차게 선보인 브랜드라는 것이다. 당시 뉴스에 따르면 마케팅 담당자가 배스킨라빈스와 하겐다즈 대비 10% 싸게 가격을 책정했다고 한다. 슈퍼 프리미엄이라고 브랜딩하면서 가격적인 메리트를 어필하는 탈안드로메다급 전략이다. 

 

나뚜루 1998년 광고; 출처: 롯데제과

 

 

 

 


국내 최초 비건 인증 순식물성 아이스크림

아무튼 각설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이러한 브랜드 히스토리를 가진 나뚜루가 가장 먼저 순식물성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상당히 용기 있고 과감한 신의 한 수라고 본다. 1975년 가나초콜릿과 1983년 빼빼로를 각각 출시한 롯데제과가 업계 최초로 비건 아이스크림을 출시하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어떤 분들은 1980년대에 출시된 스크류바, 죠스바 등을 언급하여 이전부터 비건 아이스크림은 존재하였다고 주장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모두 샤베트 종류로 애초에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다. 나뚜루 비건 아이스크림이 차별화되는 것은 순식물성 원료만 사용하여 한국비건인증원의 까다로운 DNA 검사를 통과하여 아이스크림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나뚜루 순식물성 아이스크림; 출처: 롯데제과

 

물론 아이스크림에서 단순히 우유 성분만을 제거한다고 쉽게 비건 아이스크림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뚜루의 경우, 1년여의 오랜 연구를 통해 기존의 원료와 레시피를 변경하면서도 기존 아이스크림 특유의 맛과 식감을 유지했다고 한다. 우유나 계란 대신 식물성 원료인 코코넛밀크와 캐슈넛 페이스트, 천연 구아검 등을 사용한 것이 수천 가지 경우의 원료 배합 실험의 결과이다. 그리고 이제는 웬만한 모든 식품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는 합성 유화제나 안정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유화제 설명; 출처: 식품의약처

 


내친김에 친환경 패키지까지

최근 플라스틱의 악영향에 대한 비판이 높아진 가운데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친환경 패키지 시도가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의 글로벌 주류기업 ‘디아지오’(Diageo)는 세계 최초의 100% ‘플라스틱-프리’ 종이 주류병(paper-based spirits bottle)을 사용한 ‘조니워커’ 스카치위스키 제품을 2021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종이 병에 담길 조니워커; 출처: 디아지오

 

그리고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Will Smith)와 아들 제이든 스미스(Jaden Smith)가 공동 설립한 스타트업 저스트굿즈(JUST Goods)는 종이가 절반 이상 사용된 물병을 사용하는 저스트워터를 소개했다. 

 

저스트워터; 출처: 저스트굿즈

 

나뚜루 또한 이런 친환경 트렌드를 반영하여 기존의 플라스틱 뚜껑을 종이 재질로 바꾸는 디테일을 더했다. 정말 나뚜루가 작정을 한 모양이다.

 


새로운 시도는 필요악(必要惡)

물론 나뚜루의 모든 시도가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최근 선보인 '월간 나뚜루'의 경우, 국내 최초 면도용품 구독 서비스 '와이즐리'나 독서 무제한 구독 서비스 '밀리의서재' 등 구도 서비스가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서비스를 론칭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높은 3개월분 선결제 금액(79,200원)은 둘째 치더라도 기존의 기성 제품을 묶어서 배송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할 거면 이마트나 11번가와 같은 온라인몰에서 묶음배송하는 것과 정확히 어떻게 다른 건지 궁금하다. 

 

 

'월간 나뚜루' 구독 서비스; 출처: 롯데제과

 

적어도 나뚜루가 비건용 아이스크림에서 선보인 디테일을 보여주려고 했다면 최대한 패키지는 줄이고 그렇게 줄어든 패키지만큼 아이스크림의 양은 늘리거나 더 나아가 구독 서비스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맛을 제공하는 것이 구독 모델을 가장 살리는 방법은 아니었을까? 

 

온라인 주문 배송에 최적화된 Veronuttri 오가닉 아이스크림; 출처: Packaging of the World

 

제조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품목(SKU)이 늘어나면 그만큼 최소 발주량(MOQ)과 제조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망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비건인증에 이어 구독 서비스에서도 굳건히 하고자 했다면 그러한 투자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인데 무늬만 구독 경제를 표방하는 것 같아 다소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내딛는 시도가 꾸준히 필요하다. 국내 최초 순식물성 아이스크림을 출시한 판단력과 센스가 앞으로의 모든 사업적 결정에서 드러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설령 실패하더라도 빠르게 보완하고 다시 또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시도가 롯데제과 내 타 브랜드로도 과연 이전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눈 앞의 매출 목표도 가기 힘든데 리스크가 큰 새로운 시도를 할 담당자는 적다. 그렇기에 실무자들이 더 대담한 모험과 실험을 할 수 있도록 경영진이 실패에 너그러워지고 새로운 시도를 응원해야 한다. 예로, 구글은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한 분위기에서 겁 없고 가능성이 무한한 혁신이 나올 수 있다. 물론 롯데가 당장 구글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신선한 시도들이 꾸준히 이어지다 보면 자연스레 롯데제과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직원들은 달라진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많은 혁신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을까?

 

앞으로 나뚜루 그리고 롯데제과가 어떠한 혁신을 보여줄지 기대해보자.

 

참고자료:
https://brunch.co.kr/@innovationlab/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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