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만족의 등장
최근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팔린 기사로 스타트업계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인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M&A로 전체 지분의 87%를 딜리버리히어로에 넘겼다. 김봉진 대표 등이 보유한 지분 13%도 추후 딜리버리히어로 지분과 맞교환할 예정이다.
4조 8천억 원의 M&A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이 나면 배달의민족은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가 지분 100%를 가진 '독일 자본 기업'이 된다. 배달의민족은 다들 한번 이상 이용해 보고 여러 번 매체를 통해 들었을 테니 딜리버리히어로는 어떤 기업인지 한번 알아보자.
딜리버리히어로의 탄생
딜리버리히어로는 2011년 글로벌 온라인 음식주문 플랫폼으로 니클라스와 4명의 공동차업자들이 시작하였다. 실질적인 경영을 총괄하는 니클라스는 스웨덴 출신으로 2005년 스웨덴 왕립기술원에서 산업공합 석사를 받고 글로벌 경영컨설팅회사인 올리번와이먼에서 컨설턴트로 5년간 근무했다.
2007년 'Pizza.nu'라고 하는 온라인 피자주문 네트워크를 만들어 곧 스칸디나비아 시장의 선두주자가 됐다. '배달의민족'이 음식점들을 한데 묶어 소비자들에게 간편함을 선사한 것처럼 해당 서비스도 동네 피자배달점들을 한데 묶어 소비자들에게 편의를 어필했다. 서비스의 성공은 니클라스로 하여금 온라인 음식주문 서비스에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렇게 딜리버리히어로는 탄생했다.
확장은 밥 먹듯이 인수는 국 뜨듯이
설립한 지 1년도 안되어 딜리버리히어로는 호주와 영국으로 확장을 하였다. 이듬해 독일의 경쟁업체 'Lieferheld'를 인수하고 스위스의 'Foodarena'의 지분의 일부를 사들였다. 딜리버리히어로는 2천5백만 유로를 유치하여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그리고 폴란드로 영역을 넓혀갔다. 그리고 2012년 8월 한국의 '요기요'와 중국의 'Aimifan'을 인수하며 아시아로 확장을 꾀하였다. 2014년 남미지역에서 선두를 달리던 'PedidosYa'의 지배적 지분을 확보하고 2015년에는 한국에서 '요기요'의 경쟁사인 '배달통'을 인수하였다. 2016년에는 Rocket Internet의 'FoodPanda'를 인수하여 동유럽, 중동, 아시아의 20여 개국에 진출하였다.
이렇게 딜리버리히어로는 인수와 지분 확보를 통해 상당히 공격적으로 확장을 하였다. 결국 2017년 6월 마침내 프랑크푸르트 거래소에 상장을 하였다. IPO를 통해 5조 달러 가치를 인정받았는데 당시 유럽 테크섹터에서는 최근 2년간 가장 큰 규모였다.
외형성장보다는 실리가 우선
딜리버리히어로가 항상 인수와 합병만 한건 아니다. 2016년 12월 딜리버리히어로는 영국 사업부인 'Hungryhouse'를 'Just Eat'에 2억 유로에 매각하였다.
2018년에는 딜리버리히어로의 독일 내 서비스인 'Lieferheld', 'Pizza.de', 'foodora'를 모두 네덜란드계 서비스인 'Takeaway.com'에 약 1조 3천억 원에 매각하였다. 딜리버리히어로의 사업이 독일에서 시작해 현재 본사도 베를린에 위치하고 독일 거래소에 상장된 것을 고려하면 기업의 상징적인 영업지역을 팔아버린 것이다. 사실 그간 독일에서 두 기업이 경쟁하며 막대한 리소스를 퍼부었는데 정작 독일의 온라인 음식주문 플랫폼 이용률은 유럽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했다. 작은 시장을 두고 경쟁을 하느니 차라리 거기에 쏟을 인력과 예산을 새로운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더 실용적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Takeaway.com'의 대표에 따르면 온라인 음식주문 플랫폼 서비스의 경우 한 서비스가 한 국가에서 독점할 경우에만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제 슬슬 딜리버리히어로가 왜 대한민국의 온라인 주문음식 플랫폼 업체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독식하려고 이해가 간다.
"배민 품고 더블로 가"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 인수로 인한 여파가 상당하다. 우선 플랫폼 이용자들과 배달음식점주는 경쟁업체들이 서로 손을 잡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한다. 앞으로 소비자 유치를 위한 대규모 마케팅과 할인쿠폰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로, 배달의민족은 2015년 ‘수수료 0%’를 선언하며 주문 건당 일반 중개수수료를 폐지했다. 최근에는 광고(오픈서비스) 중개수수료를 6.8%에서 5.8%로 낮췄다. 요기요는 지난해 11월부터 1만 원 이하 주문에 대한 수수료를 없앴다.
하지만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한 지붕 내 서비스가 된다면 아무래도 이 같은 경쟁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배달원들도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근무환경과 처우가 악화될까 두려워한다. 본사 직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대 경쟁상대와 한 배를 탄 만큼 마케팅을 비롯한 운영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 현재의 공격적인 인재 채용이 멈추고 장기적으로 한 회사로 합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우아한형제들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딜리버리히어로와의 빅딜에 대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이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배달의민족은 토종 애플리케이션으로 국내 배달 앱 1위에 올랐지만, 최근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와 국내 대형 IT플랫폼 등의 잇단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 C사는 최근 '쿠팡이츠'로 음식배달 사업에 뛰어든 쿠팡을 말한다.
심지어 “일본계 자본을 업은 C사의 경우 각종 온라인 시장을 파괴하는 역할을 많이 해 왔다.”, “국내외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게 IT 업계의 현실이다.”라고까지 했다. 플랫폼 사업이 소비자 유치와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경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하여 비난의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로 보인다. 쿠팡이 일본계 자본을 업었다면 배달의민족은 미국계 자본을 업었다. 설마 일본의 경제보복에 반발해 확산된 불매운동을 착안해 '일본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라는 프레임으로 논란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아니기를 바란다.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다고? 2019년 5월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을 상대로 '쿠팡이츠'가 영업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행위를 펼쳤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에 신고했다.
쿠팡이 우아한형제들의 '배민라이더스'와 계약을 해지하고 독점 계약 체결 시 수수료 대폭 할인 및 최대 수천만 원 현금 보상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분쟁조정을 거쳐 우아한형제들이 신고를 철회한 상태지만 두 회사 간 갈등이 말끔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웠는데 이번 보도자료를 통해 우아한형제들은 자신의 포지셔닝을 굳힌 듯 같다.
"김봉진 대표가 글로벌 경영자 반열에 설 수 있는 기회?"
이번 딜리버리히어로와의 딜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사람은 창업자 김봉진 대표다. 그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싱가포르에 설립하는 합작사 우아DH아시아의 회장으로 취임한다. 베트남과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12개국 사업을 총괄한다. 또한 딜리버리히어로의 글로벌 자문위원회 멤버 3명 중 1명이 되었다. 니클라스 CEO와 에마누엘 CTO와 함께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며 경영진 중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혹자는 표면적으로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것 같지만 사실 김봉진 대표가 딜리버리 히어로를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 해외시장이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치열하다. 베트남의 경우, 딜리버리히어로가 인수한 'Foodpanda'가 사업을 진행하다가 2015년에 현지 업체인 'Vietnammm'에 매각하고 철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이 업체를 우아한형제들이 인수하며 베트남에 진출했다.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비스는 'GrabFood'로 서비스 론칭 1년 만에 일주문수가 250배 늘었다. 2019년 4월 리서치회사 Kantar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음식주문 플랫폼 이용자의 81%가 'GrabFood'를 가장 선호한다.
두 번째, 딜리버리히어로의 마케팅은 다르다. 배달의민족이라는 회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배달의민족은 국내 정서를 이해하고 트렌디한 마케팅을 유독 잘 집행했다.
특히, '배민치믈리에', '배민신춘문예' 등 다양하면서도 국내 정서를 반영한 마케팅 활동을 많이 했는데 언어가 다른 외국에서도 과연 통할까? 배달의민족이 업계 리더로서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면 딜리버리히어로는 트렌딩 이슈를 활용하는 방식을 애용한다. 예로, 2016년 세기의 커플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가 이혼하며 여기저기서 언급이 될 때 이모지를 활용하여 "버거와 감자튀김은 꼭 함께 해야 해" 캠페인을 벌였다. 해당 캠페인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성공한 마케팅 사례로 남았다.
그리고 2017년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2' 몰아보기가 한창일 때도 자신들의 앱을 통해 푸시 알람을 보내며 인기에 편승했다. 스캔디나비아에서는 'gamification'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배달이 오래 걸리는 지역은 주문한 앱 이용자가 지루해지기 쉽다. 이런 점을 활용하여 아예 'Kung Fu Pizza'라는 게임 앱을 개발하였다. 앱을 통해 주문한 이용자가 배달을 기다리는 동안 게임을 통해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하였다. 더 나아가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에게 서비스 할인쿠폰도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배달지연 관련 컴플레인도 줄고 할인쿠폰으로 재구매율도 높아졌다.
마지막으로 딜리버리히어로의 냉철한 운영방식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한때 독일 내 경쟁사에게 DoS어택을 감행하고 경쟁사의 데이터를 훔쳐 현지 경찰들이 사무실을 급습하고 경영진을 검찰 기소한 적이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지만 이토록 독차지하고자 했던 독일 시장도 결국 경쟁업체에 매각하였다. 이해득실에 따라 즉각 행동하고 노선을 바꾸는데도 주저함이 없다. 생각해보면 이런 사고를 가지고 있기에 현 CEO가 자신보다 김봉진 대표가 더 많은 주식을 갖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것은 아닐까? 다르게 생각해보면 니클라스 대표가 창업자인 자신에 대한 회사 내 지지세력이 굳건하다고 확신한 것은 아닐까? 그에 비해 김봉주 대표의 경우 독일어나 영어가 유창하지도 않고 회사 내외에 아직 지지세력이 적어 자신에게 큰 리스크가 될 수 없다고 계산했을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든 우려들이 기우일 수 있다. 기사처럼 정말 이번 기회에 김봉진 대표가 글로벌 경영자 반열에 올라서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면 실리콘밸리 CEO를 많이 배출한 인도의 전처를 대한민국이 밟을 가능성이 조금은 생기지 않을까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이번 딜로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과 함께 더욱더 경쟁력 있는 글로벌 서비스를 구축하는데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참고자료:
https://techcrunch.com/2016/12/10/delivery-hero-captures-foodbanda/
http://www.g-enews.com/view.php?ud=2019121314174271494a01bf698f_1
https://techcrunch.com/2019/12/15/with-4b-food-delivery-acquisition-korea-poised-to-enter-upper-tier-of-startup-hubs/
https://en.wikipedia.org/wiki/Delivery_Hero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9121405122049003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1216008002&wlog_tag3=naver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9121502109932060005&ref=naver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19/12/1029671/
https://www.forbes.com/sites/peggyannesalz/2019/02/20/how-delivery-hero-uses-emotive-marketing-to-get-a-bigger-slice-of-the-food-delivery-market/#13a9d9e4780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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