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보다 우리가 개인을 잘 안다고 자부합니다."
30년 넘도록 나 스스로도 나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겠는데 이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테크 기업 중 하나인 넷플릭스(10월 말 기준, 시가총액 약 130조) 보다 더 개인을 잘 안다고 자신한다.
왓챠의 최종병기, 왓챠플레이어
왓챠는 왓챠플레이라고 하는 Over The Top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지난 2016년 1월에 공식 론칭하였고 현재까지 5만 편 이상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넷플릭스처럼 단편 영화, 국내외 연작 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시사교양 등 다양한 분야, 장르의 콘텐츠가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왓챠플레이의 가장 큰 차별점은 '추천 기능'이다. 이 기능은 '사용자 평점'을 기반으로 하는데 네이버 영화 펌점을 넘어서는 평가 데이터로 인식되고 있다. 한 예로 CGV의 누적 별점 수가 2,300만 개 네이버가 1,100만 개인데 반해 총 5억 개로 그 차이가 압도적이다. 그만큼 왓챠플레이는 사용자의 실제 관람 평가를 꼼꼼하게 기록, 분석해서 추천하는데 활용하고 있는데 추천에 따른 영상 재생률이 70% 이상이라고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더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왓챠의 콘텐츠 수급력이다. 가입자 기반이 약하고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왓챠플레이를 세계적인 콘텐츠 제공사업자에게 어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보유한 HBO의 경우, 국내 거점이 아예 없기에 해외 본사와 진행했을 텐데 이런 경우 담당자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운 좋게 찾더라도 냉랭한 분위기에 진행이 더뎌서 상당히 속이 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즈니, 소니, 20세기폭스,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설스튜디오, 파라마운트, HBO 등 세계적인 콘텐츠 제공사업자들과 제휴한 점은 특출 난 수급력 외엔 수식할 수 있는 표현이 없다.
올해 가장 화제작으로 꼽히는 HBO드라마 '체르노빌'이 국내에서는 단독으로 왓챠플레이에서 공개되었다. '체르노빌'은 HBO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고'와 'HBO나우' 시청률 집계 결과 기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왕좌의 게임'(46%)을 제치고 52%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HBO 드라마 최초로 디지털 플랫폼 시청률이 50%를 넘긴 작품이다. 이쯤 되면 '기묘한 이야기' 때문에 넷플릭스 가입한 넷플릭스 회원들은 '체르노빌'을 시청하기 위해 왓챠플레이를 고민하지 않을까?
넷플릭스의 대항마?
아무래도 같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이다 보니 넷플릭스와 자주 비교가 된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콘텐츠인 넷플릭스 오리지날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왓챠플레이는 100% 외부 제작 콘텐츠이다. 왓챠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넷플릭스는 제작을 겸하는 세계 최초의 글로벌 온라인 방송국이고 왓챠는 온라인 비디오 가게이다.
아래를 보면 넷플릭스 오리지날이 방영이 시작된 2013년 미국의 넷플릭스 회원들이 뽑은 베스트 프로그램들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넷플릭스 오리지날인 '하우스 오브 카드'가 플로리다 주를 포함한 몇몇 주에서 최고의 콘텐츠로 뽑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는 2018년의 넷플릭스 회원들이 뽑은 최고의 콘텐츠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날(빨간색)이 대부분의 주를 집어삼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년이란 시간 동안 넷플릭스 오리지날의 양도 늘었지만 퀄리티도 상당히 많은 회원들을 만족시킬 정도로 높게 유지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외부 제작 콘텐츠 수급 시 제작에 참여하지 않지만 콘텐츠의 결과물을 보고 권리를 사는 것으로 오리지널 확장과 방송사 콘텐츠 확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한다. 반면, 왓챠플레이는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북한과 중국 등 몇몇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지만 왓챠플레이는 아직 국내 외 북미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앞에서 왓챠플레이의 최대 강점은 추천서비스로 국내 회원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한국에서만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국내 회원들을 대상으로만 두고 잘 이해하고 있는 정도의 차이를 논하는 것이 사실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왜냐면 넷플릭스는 이미 개인화보다 매스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개개인에 맞춘 넷플릭스 오리지날 시리즈를 제작하는 것보다 '기묘한 이야기'처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대작이 오히려 넷플릭스 회원 유치에 더 효과적이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아래는 오픈서베이에서 조사한 '동영상 콘텐츠 유료 이용 서비스' 조사자료이다. 모수가 많지 않아 전 국민에 대한 지표 자료로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넷플릭스가 압도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용자들이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선택하는 요인들은 뭘까?
정말 개인화추천이 서비스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까?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 선택에 관련하여 가장 큰 요인은 콘텐츠의 수였다. 넷플릭스의 경우, 64.1%의 이용자가 콘텐츠의 양 때문에 넷플릭스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오리지날 콘텐츠(56.4%)를 꼽았다. 어쩌면 개인화 추천이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 선택에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닐까?
왓챠의 앞으로의 행보
사실 왓챠와 넷플릭스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넷플릭스가 OTT시장에 훨씬 먼저 진입했고 그 시작도 콘텐츠 시장이 가장 큰 미국이었다. 왓챠플레이는 2017년 초 가입자가 64만 명이었는데 불과 2년 사이 고객 저변을 10배 가까이 늘려 57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매출도 해마다 2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유료 구독으로 전환한 후 그다음 달에도 구독하는 고객의 비율(구독 잔존율) 역시 70%에 육박한다. OTT 업체들의 구독 잔존율은 연평균 35~40%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경쟁사 대비 로열티 높은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가 아무리 1조 원 시장이라고 하지만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넷플릭스와 경쟁하기엔 다소 버거워 보인다. OTT의 시장 특성 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수급하고 소비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해외진출이 불가피하다. 다행히 상황이 왓챠에게 아주 나빠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K드라마는 물론 Kpop까지 국내 콘텐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한류 콘텐츠를 무기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왓챠로서는 이러한 상황을 십분 활용하고자 지난해 8월 미국과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에서 '왓챠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고 올 하반기 일본에서 왓챠 플레이를 출시를 앞두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를 가장 먼저 선점한 것은 국내 콘텐츠에 가장 목말라하는 280만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서 일 것이다. 해외 콘텐츠 반입이 자유롭지 않은 중국을 제외하고 일본을 진출한 것도 왓챠가 재외동포들의 규모를 고려했다는 반증이다.
왓챠는 사업모델 기반 제도를 비롯한 특례상장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재무상태로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어렵겠지만 지금까지의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상장이 비현실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새로 유입된 투자금액으로 무엇을 하느냐이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왓챠 오리지날 시리즈의 제작이 그 사용처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기존의 수익 분배 형식으로 확보가 어려웠던 콘텐츠 판권 구입도 적극적으로 하리라 생각된다. 제작 대신 국내 콘텐츠를 해외에 왓챠플레이 오리지날 시리즈로 소개하는 Licensed Original 전략은 넷플릭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넷플릭스는 2017년 국내 tvN에서 방영한 '비밀의 숲'을 해외에서는 오리지널 시리즈로 홍보했다. 그리고 일본 방송사에서 이미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 'Ajin'과 'Kuromukuro'를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타이틀로 해외에 공개했다. 덕분에 빠른 시간 내 다양한 넷플릭스 오리지날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었다.
왓챠플레이가 자랑하는 개인화 추천도 결국 많은 콘텐츠 보유가 선행되어야 더 세밀하게 가능하다. 앞으로 왓챠가 '한국인을 가장 잘 아는 기업'에서 더 나아가 '인류를 가장 잘 아는 기업'이 되길 기대한다.
참고자료:
https://help.netflix.com/en/node/14164
https://www.inmyarea.com/our-favorite-netflix-original-shows
https://www.yna.co.kr/view/AKR20190718158500005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19040832371
https://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1907290100057250003595
https://blog.naver.com/bizinfo1357/221664533588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0983438&memberNo=11166748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08262135015
https://www.mk.co.kr/news/stock/view/2019/10/870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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