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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소식이 없던 K에게서 연락이 왔다. 신입사원 OJT 일정이 계획대로 끝났다고 한다. 이것저것 많이 보고 배우긴 한 것 같은데 아직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이다. 그 짧은 기간에 구매업무의 모든 것을 알려고 했다면, 그것은 K의 욕심이다. 또한 그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OJT는 말 그대로 OJT일 뿐이다. 그러면서 K가 하는 말이 ‘팀장님, 제가 다른 업무들은 다 맛보기라도 봤는데, 수입자재 소싱은 근처에도 못 갔어요. 원래 일정에는 있었는데, 회사 사정 상 생략되었거든요. 대략적이라도 팀장님이 좀 알려주시면 안 돼요.’라고 부탁을 해 왔다.  

   

수입자재 소싱, 흔히 외자구매라고 말한다. 글자 그대로 우리나라 바깥에서 자재를 사 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해외 현지에서 외화로 직접 구매하는 방법과 국내 대리점을 통해 원화로 간접적으로 구입하는 방식, 두 가지 경로가 있다. 이러한 외자구매 공급처(Supplier)는 해외 소재의 제조사나 판매점 그리고 국내의 수입 오퍼상(Offer) 등이 일반적이다. K의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해서 좀 더 알아보자.    

 

외자구매 담당자는 구매신청을 받고 나면 종전의 공급업체(Supplier)를 우선적으로 검토한다. 기존의 거래처야말로 우리 회사 구매 규격과 품질 조건이 이미 검증된 곳으로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는 내자구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회사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 다년간 공급을 유지해 온 업체로 충분히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공급선(Supplier)이 변경될 경우 품질이나 규격 면에서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내자인 경우에는 문제가 생겨도 당장 쫓아갈 수 있지만, 산 넘고 바다 건너 들어온 물건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당장 반품이라도 할라치면 무역절차와 통관 법규 등 거쳐야 할 규정도 만만치가 않다. 거기에 소요되는 시간은 또 어쩔 것인가?  그래서 외자 구매담당자는 신규 거래선(Supplier)에 대해서는 가급적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내자도 그렇지만 특히 외자 구매의 경우에는 신뢰성과 협조도가 증명된 기존 거래업체가 우선이다. 그러므로 외자 협력업체群(Pool)에서 먼저 구매 가능을 검토하고, 이게 여의치 않을 때 신규 공급업체를 접촉하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다.     

 

의외로 구매업무를 하다 보면 스토리가 중요하다. 공급업체(Supplier)와 거래를 하게 된 계기, 서로가 어려울 때 도움을 주고받았던 사연 등은 구매 협상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물론 제조사의 생산능력, 품목정보, 경영정보 등도 당연히 포함된다. 더구나 외자구매는 현지에서의 물류이동과 운송수단(항공과 해상), 수출허가나 통관절차 심지어 그 나라의 문화까지도 스토리에 추가된다. 그러나 구매담당자가 바뀌면 당시의 상황이나 사유를 아는 스토리도 함께 사라진다. 그렇다면 거래의 상대인 공급사(Supplier)는 어떠한가? 이 경우 장기간 거래관계를 유지한 업체라면 더 많은 정보와 체계화된 이력관리를 할 확률이 높다. 특히 외자는 더욱 그렇다. 문화의 차이인데 서양의 경우에는, 구매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상대방은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인 임원급이 대부분이다. 구매 협상 담당자 따로, 의사결정권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공급처의 구매정보는 오랫동안 보존되고 잘 관리되는 경향이 많다. 의사결정권자가 직접 협상하고 메모하고 기록하고 보존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거래 업체를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외자구매는 오퍼상을 거치지 않고 해외 제조사나 공급사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것이 원칙이다. 해외 메이커들도 최종 사용자(End-user)에게 물건을 곧장 공급하는 것을 대체로 좋아한다. 구매담당자도 마찬가지다. 공급처에 대한 정보를 회사 자산으로 축적하고 단가 검증 및 구매조건 협상 시에도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 해외 제조사와 직접적인 거래를 선호한다. 아무래도 중간 단계가 늘어나면 구매 단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 메이커의 특성에 따라 거래를 직접 하지 않고, 별도의 대리점을 통해서만 공급하는 경우도 있다. 구매담당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수입 자재를 해외 제조사에 직접 의뢰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금액이 소액이거나 상용품인 경우, 일정한 이윤을 주고 중간 대리점이나 오퍼상을 통해 구입하는 것이 낫다. 과거와는 달리, 인터넷의 발달로 가격의 투명성 검증도 가능하다. 다만 주의해야 할 사항은 어떤 업체가 판매권(Agentship)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일반적인 것인지 독점적인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일반 대리점일 경우에는 경쟁 입찰(bidding)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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