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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아직도 담당업무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금방 개발구매를 맡을 것처럼 애기가 나왔지만, 최근에 구매자재의 품질 이슈가 갑자기 쏟아지는 바람에 모두들 정신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품질부서와 구매의 관계에 새삼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품질과 구매의 관계? 당연히 구매담당자가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공급업체를 통해 자재를 받는 것은 구매나 자재가 주관한다. 하지만 입고 자재를 쓸 것인지 말 것인지는 품질부서가 결정한다. 즉 회사가 요구한 조건에 맞는 규격이나 품질을 기준으로 , 입고 자재의 적합성 여부를 따져 적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만약 자재가 품질 불합격 판정을 받는다면, 그 자재는 공급업체로 반품되고 물품대금도 지급되지 않는다. 품질이 불안정한 자재가 많을수록 구매나 자재의 일거리는 늘어난다. 반품된 자재의 입고 일정을 피드백(feedback) 해야 하고 발행된 세금계산서를 취소해야 한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 현업에서 부딪혀보면 만만치가 않다. 구매가 이런 뒤치다꺼리(?)를 언제까지 해야 하나? 품질이 정상화될 때까지 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빈번해지면 품질부서가 입고 일정까지 챙기는 이상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점점 더 심해지면 공급업체가 아예 구매 부서를 패싱(passing)하고 품질부서에 입고여부를 요청하는 단계까지 진화한다. 품질이 공급을 결정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품질 안정이 이루어져도 이러한 관성은 지속되는 이상한 힘이 있다. 업체가 여전히 공급일정을 품질부서에 묻는 것이다. 조직의 역할과 책임(R&R)이 후진적인 회사일수록, 이처럼 구매팀 위에 품질부서가 있는 기괴한 시추에이션(situation)이 연출될 소지가 높다.       

 

 

구매와 품질부서는 서로 견제를 하는 구조다. 구매는 납기 내 수급을 위해 공급업체와 협의와 협조를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니다. 품질이 적합하지 못하면 백날을 납기 내 수급해봐야 말짱 도루묵이다. 공급업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재를 공급할 때 물품대금을 구매에 청구하지만, 품질부서의 확인이 완료되지 않으면 대금을 받을 수 없다. 구매가 행여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협력업체와 공모할 수 없도록 시스템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반면에 품질부서는 자재가 입고되지 않으면 업체와 마주할 일이 없다. 그래서 협력업체와 불순한 공모(?)가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위에서처럼, 구매부서의 수급권을 품질에 넘기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품질부서가 북 치고, 장구치고 춤까지 출 수 있다. 구매가 바보가 될 수 있다는 애기다. 이 경우, 공급업체가 가장 먼저 바보를 알아본다. 누구도 바보와 협상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구매담당자가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본래의 자기 권한을 포기(?) 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품질 이슈에 민감하다. 품질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에서 품질 이슈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구매는 품질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품질문제가 발생한다는 애기는 제조업의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다른 표현이다. 따라서 품질부서의 목소리가 큰 기업은 여전히 기본에 머물고 있는 회사다.     

 

품질부서가 주관이 되어 실시하는 내부 품질심사라는 것이 있다. 대상은 회사 내 전체 부서다. 당연히 구매와 자재도 대상이다. 외부 공인기관의 품질심사를 대비하는 목적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회사의 품질 수준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향상하기 위해서다. 구매에 해당하는 품질심사 항목은 주로 업체 관리와 자재관리다. 자재를 공급하는 주요 협력업체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협력업체 발주 시에 구매정보가 정확하게 제공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또한 창고 내 보관 기준에 따라 자재가 식별되고 선입선출 등의 재고관리가 진행되는지도 확인한다. 보관 기준을 초과한 자재의 불출 방지를 위한 관리는 무엇인지도 묻는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접착제(류)와 같은 시효성 자재다. 시효성 자재는 구매 시 유효기간 체크 여부도 심사한다. 유효기간이 지난 자재는 정상적인 규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을 먹어서는 안 되는 것과 유사하다.     

 

이처럼 품질부서는 품질 강화를 목적으로 구매와 자재의 프로세스를 공식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반면에 구매가 품질부서를 점검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구매는 구매권, 자재는 수급권만 있을 뿐이다.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구매보다 품질이 힘(power)이 더 세다. 일부 경영진의 의식도 이와 비슷하다. 그들은 구매와 달리 품질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러한 경영진의 편향된 인식은 조직 간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품질부서가 업체를 실질적(?)으로 선정할 수도 있다. 회사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고 구매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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