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업무는 기본적으로 협상이나 거래 시에 공급업체의 오너(Owner)나 임원급을 직접 상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책임과 권한이 구매담당자에게 많이 주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담당자의 관심과 노력만 있다면, 구매 노하우(Know-how)와 거래처 인맥을 경험하고 유지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 다른 업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구매만의 이점이다. 물론 이러한 네트워크(Net-work)가 단시간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그리고 모든 구매품에 대해서 적용되기도 어렵다. 회사에서 주요 품목으로 취급되는 자재나 또는 담당자가 관심 있는 분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때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구매담당자가 공급업체와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구매담당자는 회사 구성원이지만, 물건을 사는 업무 특성만을 놓고 보면 자기 비즈니스(Business)의 성격이 상당히 강하다. 즉 구매담당자 본인의 네임 밸류(Name value)가 곧 자기 브랜드가 될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해외 주재원으로 파견된 구매담당자가 회사로 복귀하지 않은 채, 현지에 남아 무역업으로 자기 사업을 하는 경우다. 이는 사업 파트너(Partner)로서 공급업체와 상호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행여 오해하지는 마시라. 그렇다고 해서 자기 사업을 미리 염둔 해 두고 공급업체를 상대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거래관계에 있어서 구매담당자의 성실성과 진정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신뢰는 짧은 기간에 구축되지 않는다. 적어도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이 기간 동안 꾸준한 모습을 통해 서로가 자연스럽게 검증하는 것이다. 설령 도중에 공급업체의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항상 일관된 자세로 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문이 훨씬 빨리 퍼지는 것이 세상인심이다. 어쨌든 이러한 지속적인 과정을 통해 서로 진정한 거래관계가 형성되는 법이다. 동시에 본인이 다루는 자재나 관심 있는 품목의, 구매전문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되는 계기가 된다. 크게 세 가지 경우가 있는데, 결국은 모두 ‘구매는 담당자가 곧 브랜드’가 된다는 애기다. 먼저 구매담당자 본인이 취급했던 특정 자재의 구매전문가로 성장하는 케이스다.
그리고 다음은 외자 구매다. 외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전문성이 있을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구매의 특정 분야다. 선입견대로 외자 구매는,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나름의 전문 영역을 쉽게 구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인식이 외자는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면도 많다. 우선 외국어를 사용하고 거래방식이 글로벌(Global) 하지 않는가? 종합무역상사 즉 상사맨(Man) 냄새가 물씬 풍기는 까닭도 한몫을 한다.
그렇다면 외자 구매담당자 업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간단히 살펴보자. 해외 업체와 공급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에 대한 동의 여부가 확인되면 거래가 시작된다. 화물 운송을 위해 포워더(Forwarder)를 지정하고, 보험가입서 등 각종 선적서류를 발행하고 전달한다. 국내에 자재가 입항되면 수입에 필요한 통관서류를 용역 관세사에 송부하고, 보세운송을 위한 일정을 체크한다. 보세운송을 통해 회사로 물품이 입고되면, 세관에 도착 신고를 하고 통관절차를 진행한다. 통관이 완료되면 비로소 보세창고에서 물품을 꺼내어 사용한다. 내자로 보자면 그냥 자재가 입고가 되는 셈인데, 바다(Ocean)를 건너오는 물품이다 보니 이렇게 절차가 복잡하다.
분명 외자는 내자 구매와 업무의 차별성이 있다. 우선 구매담당자가 검토할 법규가 많다. 여기에는 관세법, 대외무역법, 외국환거래법 등이 있다. 그리고 무역거래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Invoice, B/L, Packing List 등의 서류는 내자 거래에서는 접할 수 없다. 또한 공급과 관련된 업체나 기관도 많다. 내자는 공급업체만 접촉(Contact)하면 된다. 외자는 공급업체 외에 포워더와 선사, 보험사, 보세운송업자, 관세사, 세관 등을 상대해야 한다. 구매품이 특수품목인 경우에는 여기에 허가기관이 좀 더 추가될 수 있다. 이처럼 외자구매는, 회사에 훈련된 전문가가 없으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시행착오를 경험할 수 있는 함정이 곳곳에 깔려있다. 의외로 관련 규정의 처벌 규정이 센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회사가 외자 구매전문가를 육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보다 분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끝으로 구매담당자 전문성은 공급업체 즉 협력사 관리에서 나오기도 한다. 협력사 관리는 구매의 전문성이 타 부서 업무와 가장 확실하게 구분되는 영역이다. 즉 협력사 관련 정보는 구매담당자가 가장 많이 그리고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협력사의 특성은 그 숫자만큼이나 다양하고 여러 가지 특징이 있다. 구매담당자가 관심 있는 주제로 묶어서 기억하는 것도, 하나의 관리 방법이 될 수 있다. 아래는 필자의 경험에 의한, 협력사 CEO 유형에 따른 구분법이다.
본인이 고생을 통해 회사를 직접 성장시킨 자수성가형, 직장 생활을 경험하고 도중에 사업을 시작한 창업형, 실세 오너(Owner)가 따로 있고 실무만 챙기는 관리형, 창업주인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형, 자사 출신의 OB형, 경영진이 추천한 낙하산형, 오너(Owner)의 피가 흐르는 패밀리형, 순전히 실력으로 승부하는 고집형, 인맥에 목숨 거는 마당발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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