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구매업무에 사규의 중요성을 묻는 사람들이 있다. 구매담당자가 물건만 잘 사주면 되지, 굳이 사규까지 알 필요가 있냐는 문제 제기다. 하지만 이는 올바른 생각이 아니다. 담당자가 구매 규정을 숙지하지 못하고 업무를 하게 되면 기준이 무너지게 된다. 어떤 조직이든 업무를 진행하면서 지켜야 할 규정과 절차가 반드시 있다.
더구나 구매는 지원 업무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에서 필요한 자재와 R&D에서 요청하는 자재를 공급(Supply)하는 일을 담당한다. 따라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회사 내부에서 이상이 발생한다. 흡사 인체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동맥경화가 오는 것과 같다. 이런 불행을 방지하기 위하여, 조직 구성원이 준수해야 할 구매 기준과 구입 절차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구매담당자는 이러한 회사의 구매 규정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른바 흔히 말하는 구매담당자의 역량강화 역시 회사 규정의 숙지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기업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담당자의 구매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은 회사 내에서 이루어지는 자체 교육과 외부의 전문기관을 통한 사외 교육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사외교육은 전문기관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자세히 알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주로 사내 교육에 관한 애기를 다루고자 한다.
신입의 경우, 구매업무 초기에 규정집을 옆에 두고 업무에 참고하면 좋다. 왜냐하면 그 모든 조항을 한꺼번에 기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구매담당자가 업무를 규정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절차서의 조항을 문제 삼는 까칠한 구매 요청자(들)도 나타난다. ‘아니, 정상적으로 결재가 끝난, 원료 구매요청서를 구매팀 임의대로 반려하면 어떡합니까?’ 이때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버벅거리는 구매담당자가 있다면, 업무 전문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글쎄요. 전임자들한테 확인해봤는데, 거 뭐라더라? 규정 원단위가 초과되면 별도의 사유서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빠져 있는 것 같아서..’ 이런 식의 대응은 정말 곤란하다. 이때 ‘그게 규정에 나와 있는 거예요?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내용은 본 적이 없는데, 어디 나와 있어요?’ 구매 요청자의 불만 섞인 질문이 되돌아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게 저도 확실한 규정을 아는 것은 아니라서, 찾아보고 연락을 드리도록..’ 이런 식의 업무처리는 상대에게 전혀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 담당자가 제대로 알지 못해 정확한 답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여나 이런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매업무 종사자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결국 구매규정을 공부해야 한다는 애기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리고 아는 것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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