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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대기업 기획부에 재직 중인 1년차 과장입니다.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합니다. 팀장님 지시는 많고, 보고서 완성도 기준은 까다롭고, 마감시간은 맨날 촉박하고. 하루 24시간, 일주일에 7일이 부족합니다. 다른 회사나 부서로 옮기면 스트레스가 좀 덜할런가요?

 

 

 


Answer

 

말씀 들어보니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 기분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어느 부서를 가든 어느 회사를 가든 스트레스는 많습니다. 한 마디로 스트레스 없는 회사, 스트레스 없는 부서는 이 세상에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회사나 부서마다 스트레스의 종류가 다르고 스트레스를 받는 시점이 좀 다를 뿐이죠.

 

스트레스 없는 회사는 없다. 종류가 다르고 받는 시점이 다를 뿐.

 

잠깐 삼천포로 빠져볼까요? 얼마 전에 큰 맘먹고 한우구이 집에서 만난 고등학교 절친 세 명의 이야기입니다. 모두들 회사 스트레스 때문에 죽겠다고 난리인데... 글쎄요, 제가 보기엔 '난형난제', '백중지세', '막상막하'인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절친 세 명의 '스트레스와의 전쟁'

 

문기자(중앙일간지 기자)의 하소연

 

나는 '90년대 중반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했잖아. 너희들도 알다시피 그때에는 기자 되기가 정말 힘들었거든. 기자가 되기 위해 입사시험을 재수, 삼수하는 선배들도 있었고, 심지어 '언론고시'라는 말까지 유행했잖아. 나는 어찌어찌해서 운 좋게 기자가 됐는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인 거야. 스트레스가 정말 말도 안 되게 심해.

 

여기는 하루하루가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야, 전쟁터. 기사 마감 후 저녁 시간이 되면 다음 날짜 기사를 볼 수 있거든. 그때 부서원들이 다 같이 모여서 자기가 쓴 기사와 경쟁사 기사를 비교해보는데, 이때 정말 입이 바싹바싹 말라. 경쟁사에서 단독 보도한 특종이 있는지, 내가 놓친 사건사고는 없는지, 기사는 누가 더 잘 썼는지 바로바로 비교가 되거든. 이건 정말 매일매일 승패가 결정되는 전장이나 다름없어.

 

또 경험해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기자 중에는 '꼴통'과 '또라이'가 정말 많거든. 아니, 기자로서 성공하려면 일정 부분 '꼴통 기질'과 '똘끼'가 있어야 돼. 그런데 말이야 그런 선후배들과 맨날 부딪히며 일한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니야.

 

나는 이렇게 생각해. '기자처럼만 일하면 무슨 일이든 못하랴'.

 

언론사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Spotlight'  [사진 출처: 영화 'Spotlight']

 

고이사(컨설팅 펌 매니저)의 반박

 

문기자 고생 많네~. 그런데 그거 알아? 컨설팅 펌도 만만치 않아. 기자 이상이면 이상이지 덜 하지는 않을 걸.

 

먼저 업무 강도가 말도 안 되게 심해. 내가 주니어 시절에는 48시간 스트레이트로 앉아서 스프레드시트 모델링을 한 적도 있어. 밥 먹는 시간만 빼고.

 

여기서는 피로 누적으로 코피 쏟는 건 다반사야. 동료 중에는 걸어가다가 갑자기 졸도한 친구도 있어. 달팽이관이 손상된 친구도 있고. 수면 부족으로 일하다 말고 심장압박을 느껴 병원에 실려간 선배도 있어.

 

일도 대땅 힘들어. 기자는 모르면 물어볼 때라도 있지. 컨설턴트는 혼자 다 만들어야 돼. 우리 회사에도 기자 하다가 컨설턴트로 '전향'한 친구가 있거든. 그 친구 말이 예전 기자 시절에 인터넷 이용률에 관한 기사를 쓰면서 '누가 이런 걸 조사하나?' 궁금해했데. 그런데 이제 안대. 그걸 바로 컨설턴트들이 한대.

 

컨설턴트들이 많이 쓰는 말이 뭔지 알아? "맨 땅에 헤딩하기"랑 "때려 먹는다"야. 우린 대부분의 일이 맨 땅에 헤딩하기야. 그리고 스트레스 받잖아. 그럼 막 때려 먹어. 스트레스 풀려고. 그럼 얼마 안가 개구리 돼. 팔다리 가늘고 배 불뚝 나오고.  

 

나는 정말 이렇게 생각해. '컨설턴트처럼만 일하면 무슨 일이든 못하랴'.

 

매니지먼트 컨설팅 펌의 일상을 그린 미드 'House of Lies' [사진 출처: 미드 'House of Lies']

 

노부장(국내 대기업 부장)의 넋두리

 

야, 말도 마. 대기업도 만만치 않아. 여기는 깨지는 게 다반사야. 딱히 내 잘못이 아닌데도 그냥 깨져.

 

뭐, 이런 식이야. 사장님이 걸어 오셔. 그런데 마침 내가 눈에 띈 거야. 그러면 갑자기 나한테 막 화를 내셔. "어느 부서에서 이 따위로 했어?"라고. 소리를 제거하고 문장만 읽어 보면 분명히 '질문'을 하신 건데, 시선은 나를 노려보고 있고 사운드는 나한테 샤우팅을 하고 계신 거야. 이러면 정말 난감해.

 

맨 처음 이런 일을 겪었을 때에는 너무 당황해서 그냥 이렇게 대답했어. "예, 사장님. 그것은 어느어느 부서에서 한 일입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데시벨을 한 단계 더 높여서 헤비메탈 샤우팅을 하시는 거야. "자네는 그것을 알고도 이렇게 될 때까지 뭐했나? 누가 일을 그 따위로 하래?"

 

근데 사실 나는 그 부서에서 '그렇게 일을 한 다음'에 알았지 그 부서가 '그 일을 할 때'에는 몰랐거든.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하지만 나도 눈치는 있잖아. 그래서 그렇게 답변하지는 않았지.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옆의 팀 팀장이 잽싸게 대신 답변을 하는 거야. "사장님,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단단히 주의를 주겠습니다."라고. 아, 그게 정답이었는데. '왜 난 그렇게 말 못 했지?' 계속 후회되더라구.

 

우리 회사 사람들은 농담으로 이런 얘기도 해. "우리 월급에는 욕먹는 값도 포함돼 있다"라고.

 

또 하루는 사장님이 나를 부르셔. 그러면서 정말 무리한 지시를 하시는 거야. 그래서 솔직하게 말씀드렸지. "사장님, 그건 공정거래법에 정확히 위배되는 행동이라서 실행이 어렵습니다." 그랬더니 사장님이 뭐라고 하셨는지 알아? "그럼 그 법을 바꿔야지! 내가 과장일 때에는 공무원 만나서 법도 바꿨어. 자네는 항상 그렇게 소극적으로 일을 하나?" 정말 드릴 말씀이 없더라.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 '대기업 간부처럼만 처신하면 무슨 일이든 못하랴'.

 

대기업 직장인의 애환을 지나치게 생생하게 그린 드라마 '미생'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이렇게 세 친구의 입담은 계속됐고 결국 '스트레스 없는 직장은 없다'로 결론 났습니다.

 

한 마디로 이 세상에 만만한 회사는 없습니다. 칼출근 칼퇴근하는 회사라고 스트레스가 없을까요? '신의 직장'에도 신들만의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기억하실는지 몰라도 칼퇴근하는 육방(육군 방위의 준말)들도 스트레스 받습니다.

 

이 세상에 만만한 회사는 정말 없다
'신의 직장'에도 신들만의 스트레스가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과연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요. 이에 대한 제 자신 없는 '51% 정답'을 말씀드립니다.

 

 

(1) 가급적 젊었을 때 힘든 일을 경험해라

 

제가 20년간 지켜보니까 젊었을 때 스트레스가 적은 직장생활을 하신 분들이 나이 들어서 고생하십니다.

 

"굴러본 넘이 굴릴 줄 안다"는 말 있잖아요? 사실 없습니다. 제가 방금 전에 만들어낸 말입니다. 일도 해본 넘이 시킬 줄 아는 법입니다. 젊었을 때 탱자탱자 직장 다니신 분들은 나이 들어서 일도 시킬 줄 몰라서, 팀원이 만들어준 보고서 달달 외워서 발표하고, 어떨 때에는 외우는 것도 잘 못합니다. 그렇게 팀원들도 힘들게 하고 자신도 힘들게 살죠.

 

따라서 '젊을 때의 스트레스는 나이 들어 다 자산이 되는 법'이라고 위안을 삼고 이겨 내십시오. 아니, 진짜로 젊었을 때 스트레스를 견디고 이길 수 있는 내성을 키워야만 나중에 더 심한 상황이 닥쳤을 때 견딜 수 있습니다.

 

젊어서 스트레스가 없으면 나이 들어 스트레스를 받게 될 확률이 높고, 작은 스트레스로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라고 위안을 삼으면서 견디십시오.

 

 

(2) 나랑 잘 맞는 스트레스를 찾아라

 

그렇다고 머리가 터질 만큼 힘든 스트레스까지 견뎌야 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스트레스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의 종류도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일이 많은 것을 못 견디는 반면, 어떤 사람은 중요하지 않은 업무를 루틴하게 반복하는 것을 못 견딥니다. 심지어 할 일이 없어 시간을 때워야만 하는 '무위고'를 못 견디는 사람도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에게 그나마 잘 맞는 종류의 스트레스를 찾아서 부서나 회사를 이동하십시오. 안 그러면 병납니다.

 

 

(3) 힘들면 과거 더 힘들었을 때를 생각해라

 

마지막으로 과거에 더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면서 "그때도 이겨냈는데... 나는 할 수 있~어~!"를 외치십시오.

 

저는 중학교 시절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서 집안이 많이 어수선했습니다. 학교생활도 힘들었는데요. 학교에서 정말 큰 오해를 받아서 학생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 중에도 저를 미워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걸 숨기지 않고 행동으로 표현하시는 선생님들도 있었죠. 성적도 많이 떨어지고, 건강도 나빠졌죠.

 

저는 지금도 힘들 때면 중학교 시절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다짐하죠. '그렇게 힘든 시기도 이겨냈는데 뭘. 지금 일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야.'

 

어느 회사에나 스트레스는 있습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십시오. 피할 수 없다면... 이를 악물고 이겨내야 합니다.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스트레스 없는 회사는 없다. 스트레스의 종류가 다르고 받는 시점이 좀 다를 뿐.

2. 따라서 가급적 젊었을 때 힘든 일을 경험해서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키워라.

3. 그나마 나랑 잘 맞는 스트레스 환경을 갖춘 부서나 회사를 찾아가고, 정 힘들면 더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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